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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칼럼] 연못의 물고기 두 마리

연못에 물고기 두 마리가 사이좋게 살고 있었다. 가뭄이 들고 먹을 것이 부족해지자 물고기들은 다투기 시작했고, 급기야 큰 물고기는 작은 물고기를 죽이게 되었다. 큰 물고기는 처음 얼마 동안은 경쟁자가 없어 쉽게 먹이를 구할 수 있었고 즐거운 나날을 보냈다. 그러나 몇 주 후 상황은 달라졌다. 죽은 작은 물고기가 부패하면서 연못 전체가 오염되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몇 달 뒤 전체 연못 물은 썩었고 큰 물고기를 비롯해 연못속 모든 생물도 죽게 되었다. 이 예화는 필자가 초등학교 때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25년 전, 한국에서 원불교 교무로 첫 근무를 시작할 때, 서울 어느 교도소에서 특수 교화를 하고 있는 선배 교무가 “이 사회에서 백 사람이 잘 해도 여기 있는 한 사람이 범죄를 일으키면 그 영향이 더 크다. 그러기에 난 이 사람들을 도우려 한다”라는 말이 연못 속 물고기 이야기와 함께 떠오른다.

이 세상에는 강자와 약자가 분명 존재한다. 강자와 약자는 나라 사이에서도, 국가 내에서도, 직장과 가정내에서도 있다. 금전과 지식, 힘에서의 우위와 차별은 과거나 현재, 미래에도 없어질 수 없다.

부처님의 핵심 가르침을 ‘연기법’이라 한다. ‘연기’는 이것이 존재함으로 저것이 존재하고, 저것이 존재함으로 이것이 존재한다는 진리이며, 이 진리는 우주와 인간 사회에 관통되어 있다. 직장에서 혹은 가정에서 어떤 사람과 불편하거나 증오의 관계에 놓여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 사람이 없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앞의 물고기 이야기처럼 그 사람이 없으면 내가 그 일을 해야 하고, 그 사람이 없어서 좋은 점도 있지만 실지 다른 많은 부분에 수 없는 불편함과 현실적인 문제가 생긴다. 어떤 사람과 불편한 관계에 놓여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사람이 없으면 어떻게 될 것인가를 생각하고, 그 사람이 없으면 우리가 살 수 없는 관계라면 그것이 바로 ‘은혜’라고 이야기한 분이 원불교 창시자인 소태산 대종사다.

우리가 강자이든 약자이든 간에 그 어떤 사람이나 그 집단 없이 살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 관계는 근원적으로 은혜관계이며, 실지 내가 직장에서, 가정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부처님처럼 대하는 것이 모든 문제의 근본 해결책이 될 것이다. 불상 앞이 아닌 며느리에게 직접 불공해서 가정 평화를 찾은 어느 노부부 이야기처럼 말이다. 예수님도 “네가 지극히 미미한 자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다.”라고 하지 않았는가?

전파가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온 세상에 연결돼 있고, 공기도 인력도 보이지 않지만 실존하며 우리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우주는 근원적으로 음양의 이치로써 운행되고 있으며, 불교에서는 이 원리를 인간계에 적용하여 ‘인과의 이치’라 한다.

내가 상대를 해하면 바로 앞에서는 내가 득을 얻고 근시적으로 그것이 유익할 것 같으나, 실지 내가 잘 살기 위해서는 상대를 잘 살게 해야 하는 진리를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죽인 후 처음에는 행복해 하다 자기도 결국 죽게 되는 이야기는 실제로 우리 인간 세상에 적용되는 진리이며 우리는 이를 깊이 묵상해 보아야 한다.

인과의 진리는 단지 영적인, 종교적인 진리가 아니라 객관적인 우주의 법칙이다. 뉴턴의 세가지 운동 법칙 중 하나인 작용·반작용의 법칙은 공을 벽에 던지면 공이 바로 튀어 나온다는 것이다. 이가 바로 음양의 이치이자, 인과의 이치다. 내가 영원한 승자가 되는 길은 타인을 승자로 이끄는 길이며, 패자가 승자 되는 방법은 패자가 승자를 단지 대항할 것이 아니라 승자를 선도자로 삼고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을 깊이 묵상하고 이를 실천하자. 이렇게 되면 우리 사회와 내 직장·내 가정·내 인생 자체가 얼마나 달라지겠는가!.


유도성 / 원불교 원달마센터 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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