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 '업(UP)'] 풍선 타고 두둥실···'발 아래는 천국'
디즈니-픽사의 신작, 애니메이션 처음으로 칸영화제 개막작 선정
심술궃은 78세 노인, 8살 꼬마 동무 삼아 남미 하늘과 땅 누벼
아내가 죽은 뒤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던 78세 노인 칼. 세계 여행을 떠나고 싶어했던 아내의 소원을 떠올리며 지붕에 풍선을 매달아 하늘로 날아오른다. 평화로운 여행길에 여덟 살짜리 꼬마 러셀이 불쑥 끼어들고 두 사람은 본격적인 모험을 함께하게 된다.
감독 : 피트 닥터· 밥 피터슨
각본 : 밥 피터슨
주연 : 에드워드 애스너(칼 프레드릭슨 목소리 역)·조단 나가이(러셀 목소리 역)
제작 :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장르 : 애니메이션·모험
등급 : PG
▶풍선 몇 개면 집을 들어올릴 수 있나?
'스펀지'도 아니고 '시키면 다 하는' 실험 방송도 아니다. 풍선 몇 개로 집을 날아오르게 할 수 있을지는 실험해 볼 필요도 없이 실패 가능성 100퍼센트다. 하지만 제작진은 실제 가능성에 대해서 물리적 계산을 해봤다고 한다.
영화 속 칼의 집 정도를 생각한다면 100억 개 정도의 풍선이 동원돼야 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많은 풍선의 양 때문에 그림을 망칠 수도 있어 수만 개만 그렸다고. 그런데 저 풍선은 바람도 안 빠지나? 명심하자.
"영화는 영화일 뿐! 따라하지 말자!"
▶조던은 어떻게 러셀과 만났나
우연히 칼의 풍선 여행에 동참하게 된 꼬마 러셀. 제작진은 오디션을 통해 러셀의 목소리 연기자를 찾으려 했다. 하지만 우연히도 행운은 오디션에 참여한 아역 배우의 남동생 조던 나가이에게 돌아갔다. 이미 트레이닝을 거친 다른 아이들은 너무 정교하게 연기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여기저기 산만하게 관심을 가지며 떠들어대는 이 소년의 모습이 영화 속 러셀과 일치했다. 이로 인해 러셀은 자연스럽고 귀여운 아이의 목소리를 가질 수 있게 됐다.
▶환상적인 배경을 찾아서
'업'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어드벤처 로드무비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남미의 환상적인 정취는 시선을 잡아끄는 중요한 요소다. 제작진은 영화 속에 담길 배경에 큰 비중을 두고 완벽한 경치를 찾아 헤맸다.
남미의 곳곳을 찾아 직접 장소를 확인하고 창작력을 발휘해 사건의 성격에 맞게 재조합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허구의 장소는 실제 존재하는 곳과 제작진의 상상력으로 완성됐다.
세계 여행을 소원했던 아내를 떠올리며 칼은 먼 길을 떠난다. 그가 날아가는 곳은 세상에 존재하는 듯하면서도 찾아갈 수 없는 신비로운 장소로 묘사돼야 했다. 상상력과 부지런함으로 완성한 영화 속 배경은 어드벤처 영화로서 '업'의 위치를 더욱 공고하게 해준다.
▶노인 캐릭터가 주인공이 되기까지
이번 작품의 주인공은 노인이다. 항상 재기발랄한 캐릭터를 내세웠던 디즈니-픽사로선 모험이 아닐 수 없다.
정상(?)에 가까운 사람을 메인 주인공으로 선택한 것도 그렇다. 장난감과 자동차쥐와 미래형 로봇에 인격을 부여하고 사랑스러움으로 중무장했던 전작들을 떠올린다면 다소 불안한 시도다. 제작진 역시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노인이 애니메이션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캐릭터라는 아이러니한 진실을 증명하고 싶었다.
특히 그동안 디즈니-픽사가 단 한 번도 이런 시도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중요했다. 픽사로선 열 번째 작품이므로 외부의 기대감에 따른 중압감도 만만치 않았지만 그 부담이 '똑같은 시도를 하지 않는다'라는 픽사의 원칙을 깨뜨릴 순 없었다. 피트 닥터 감독은 "심술맞고 무뚝뚝한 노인 캐릭터는 관객을 즐겁게 할 만한 충분한 가능성을 지녔다"면서 캐릭터에 대한 자신감을 어필했다.
최근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그랜 토리노'를 통해 노인도 인기 캐릭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냈다. '업'의 주인공 칼 프레드릭슨이 스타의 대열에 오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주목받는 명품 애니메이션
'업'이 날아오른다. 명품 애니메이션 전문 브랜드 디즈니-픽사의 신작 '업'이 차츰 베일을 벗으며 동시에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최근 칸국제영화제가 개막작으로 '업'을 선정하면서 화제가 됐다.
이로써 '업'은 애니메이션으로선 최초로 가장 주목받는 성대한 영화 축제의 대문을 열었다. 이처럼 개봉 전임에도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그동안 전작들을 통해 꾸준히 쌓아온 디즈니-픽사만의 명품 이미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혁신적인 시도와 독창적인 캐릭터는 물론이며 스토리에서도 밀도 있는 완성도를 자랑한다.
특히 전작 '월.E'는 대사를 대폭 줄이고 영상과 음악으로 감정을 전달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장인정신이 깃든 작품이지만 한 방향으로 치우치진 않는다.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으면서도 작품성을 놓치지 않는 치밀함이 돋보인다. 내놓는 신작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지만 '월.E'가 보여줬던 성과는 사실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디즈니-픽사는 이런 마음의 짐을 풍선에 실어 날려 보낸다. 집 한 채를 풍선에 매단 채 하늘을 날아오르는 이 무한 상상력의 발칙함은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에 기분 좋은 상승감을 제공한다. 노인과 꼬마가 보여주는 어색한 파트너십과 남미의 하늘과 땅을 누비는 명쾌한 로케이션이 정서적 포만감에 휩싸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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