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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맛과 멋] 쑥떡과 참나물

이영주/수필가

유난히 긴 봄 탓인가. 입맛이 없다고 하니까 O씨가 직접 담근 것이라면서 민들레 김치와 갓 뜯어온 쑥을 갖다주었다.

그날 저녁 O씨의 쑥으로 된장국을 끓이고 민들레 김치를 시식했다. 젓갈로 짭짤하게 담근 민들레 김치는, 씀바귀보다는 덜하지만 약간 씁쓰름하면서 여간 입맛을 돋우는 게 아니었다. 밥 한 공기가 순식간에 날아갔다.

쑥국은 원래 국물을 먼저 끓인 후 쑥을 넣고 살짝 끓여야 제 맛이 나는데, 잠시 다른 것에 정신을 파느라 너무 오랫동안 끓여 실패했다. 오래 끓이면 쑥맛이 울어나서 강한 쓴 맛이 난다.

맘씨 좋은 O씨는 민들레 김치를 맛있게 먹었다니까 한번 더 민들레 김치와 새로 뜯어온 쑥을 갖다주었다. 쑥을 보니 이번엔 예전에 시골 가서 얻어먹었던 쑥버무리 생각이 간절했다. 하지만 서울서 자란 내가 쑥버무리를 만들어 본 적이 있을 턱이 없다.

그러던 차에 수필교실에 나오는 L 권사님이 쑥떡을 만들어 오셨다. 대추와 건포도까지 들어 있는 찹쌀떡은 쑥이 많이 들어가서 향기가 진하면서도 쫄깃쫄깃한 게 맛이 뛰어났다.

모두들 커피와 함께 떡을 먹으면서 즐거워하니까 권사님은 “만드는 법은 간단합니다. 쑥을 데쳐서 물기를 꼭 짠 후 잘게 갈아요. 그것을 찹쌀가루에 넣고 물을 조금씩 넣으면서 반죽을 합니다. 찹쌀가루가 뭉치지 않게 골고루 반죽하는 게 중요합니다. 거기에 대추와 건포도를 넣어서 솥에 찌면 됩니다.”

아예 만드는 법까지 자세하게 설명해 주셨다.

쑥은 국화과(菊花科, Asteraceae)에 속하는 다년생초다. 어디서나 쑥쑥 잘 자라서 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속설도 있을만큼, 전세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생명력이 강한 식물이다.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졌을 때도 그 폐허 속에서 제일 먼저 올라온 것이 쑥이라고 한다. 쑥은 북반구에만 약 250종이 분포되어 있는데, 우리나라에도 약 60여종이나 있다.

쑥은 알고 보면 옛날부터 신비한 약효를 가지고 있던 중요한 식물이다. 오죽하면 우리나라 개국신화인 단군신화에까지 나왔을까. 낫이나 연장에 다쳐서 피가 날 땐 쑥잎을 짓이겨 발랐고, 코피가 날 때 쑥을 손바닥으로 비벼 코를 막고 있으면 코피도 멎는다.

말린 쑥을 욕조에 넣고 집에서 쑥탕을 하면 피부 뿐만 아니라 신체 건강에도 좋다. 한방에선 뜸도 뜬다. 이처럼 쑥은 인체의 면역계를 튼튼하게 해주고 허약체질이나 병후회복, 자양강장에도 효험이 많다고 하니 요즘 부쩍 우리 주변에서도 불로장수할 것처럼 모든 음식에 쑥 바람이 불고 있다.

쑥은 제주도가 최고라고 알고 있는데 실상 약효가 뛰어난 가장 유명한 쑥은 강화도 쑥이다.

며칠 전엔 M씨네 뒷마당에서 참나물을 뜯어왔다. 산에서 몇 뿌리 갖다가 뒷마당 귀퉁이에 심은 것이 해마다 번식해서 꽤 많아졌다더니 한쪽 담이 다 참나물 밭이었다.

참나물은 그 향기가 거의 한국과 비슷해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나물이다. 구하기 힘든 참나물을 혼자 먹기는 아까워서 살짝 데쳐서 냉동해 놓았다.

M씨는 “냉동하면 그 맛이 안날텐데요” 하면서 아쉬운 표정을 지었지만, 이렇게 귀한 음식을 혼자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음식은 나눠 먹어야 더 맛이 있다. 음악만 사랑이 아니다. 음식도 사랑이다.

마침 오늘은 유럽에 연주하러 갔던 딸들이 돌아오는 날이다. 딸들이 돌아오면 여독이 풀리는대로 집에 오라고 할 것이다.

마침 열무김치도 맛있게 담가놓았겠다, O씨가 준 쑥으로는 L 권사님처럼 맛있는 쑥떡을 찌고, 냉동해 놓은 M씨네 참나물은 고추장에 들기름으로 무칠 것이다. 나물은 들기름으로 무쳐야 더 맛이 산다.

모든 음식은 제 철에 먹어야 제 맛이 나는 법이다. 모처럼 상큼하고 향기로운 밥상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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