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완의 교육현장] 미국대학들이 해외로 가는 까닭은?
미국 대학들이 해외로 해외로 나가고 있다. 이는 2001년 9.11이후 외국 유학생들의 미국행이 주춤해지면서 가속화된 현상으로, 현재 중동·아시아 등지에 무려 50여개의 미국대학 해외분교가 운영되고 있다.지금까지 미국대학의 해외분교를 가장 많이 유치한 곳은 중동지역. 두바이·아부다비 등 아랍에미리트(UAE)가 전체의 20%를 차지하고 있으며 ‘에듀케이션 시티’를 만들어 문호를 활짝 연 카타르(9%)도 그 뒤를 잇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7%)가 선두. 미국 듀크대 의과대학과 뉴욕대 예술대학 등 명문대 분교들이 문을 열고 있다. 그밖에 중국과 인도, 그리고 새로운 ‘교육 허브’로 떠오르고 있는 한국 송도에도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
한국 송도의 경우는 공동 진출한 6개의 미국 대학이 한국학생 비율을 40%로 제한하고 미국·유럽·중국·일본 등 전세계 학생 2만여명을 받아들일 계획이어서 한국내 최초의 글로벌 캠퍼스 단지로서 그 위상이 높아질 전망이다. 이들 글로벌 캠퍼스는 각 대학간 교과과정이 연계돼 있고 학점 교류도 가능하다.
미국에 유학오지 않고 안방에서 6개 대학의 우수 프로그램을 모두 만끽할 수 있으니 대단히 파격적이다. 따라서 지금 한국에서는 이들 분교에 대한 관심도가 폭발적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어쨌든 이제 미국대학들이 ‘안방에서 유학생을 받는 시대’에서 ‘해외분교를 통해 현지학생을 받는 시대’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을 가리켜 뉴욕타임스는 ‘교육계에 부는 골드러시(Gold Rush)’로 표현하기도 한다.
해외분교는 미국에 유학을 계획했던 해외 현지 학생들에게 단연 인기다. 수업은 모두 미국인 교수들의 영어로 진행되며, 미국대학이 갖고 있는 독특한 문화가 고스란히 유지된다는 점도 젊은이들에게 매력이다.
물론 졸업장도 본토에서 수여되는 것과 거의 차별이 없다. 따라서 입시 경쟁률은 현지 대학들에 비해 치열한 편. 중국 등의 경우는 미국 비자 받기가 까다로워 유학 지망생들이 특히 많이 몰리고 있다.
그러면 해외 현지에서도 인기를 끄는 미국대학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조지메이슨대 송도 캠퍼스 설립을 주도한 노영찬 교수(동양철학과 학과장)는 “미국 대학들의 21세기 화두는 바로 ‘글로벌(Global)’”이라며 “미국대학이 외국에서도 통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첫번째, 시대의 흐름을 쫓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다시말해, 미국대학의 최대 강점으로 각 대학마다 차별화된 특성화 교육을 꼽을 수 있다. 이는 중동에 진출한 미국대학 분교들의 프로그램이 의학·공학·컴퓨터·국제관계학 등 당장 현지에서 필요로 하는 직업교육 위주로 구성돼 있는 것만 봐도 잘 나타난다.
미국대학의 강점 두번째는 실력있는 교원구축 시스템이다. 미국 대학에서 종신교수(Tenure)가 되기 위해서는 조교수 생활 7년을 마친 뒤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교수들은 진정한 실력을 갖춰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미국 대학의 경쟁력은 세계 젊은이들을 매료시키는 ‘자유분방한 학교 분위기’에서 나온다.
미국과 문화가 판이하게 다른 중국이나 중동 등 해외캠퍼스에서 조차도 할로윈데이와 추수감사절 풍습은 여전히 엄수(?)된다. 댄스파티도 열리고 잠옷(파자마)을 입고 등교하는 ‘파자마데이’도 남들의 시선을 아랑곳 않고 즐긴다.
미국 미주리 주립대학의 중국 캠퍼스에서 3년간 공부를 하고 지난해 미국 본교에서 졸업식을 가진 글로리아 박(Gloria Bark·24)씨는 “미국 본교 재학생들 상당수가 내 경우처럼 해외분교에 나가 공부하고 있다”면서 “미국 문화와 교육, 그리고 중국 문화까지 동시에 배울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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