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제퍼슨 과학고 입시 개혁 예정, 한인들에 득인가 실인가?
지역 안배 복권 추첨 방식
1.5세 부모 “2세 교육 정상화”
1세 “이민살이 보상 사라지는 것”

TJ과학고는 전국 공립학교 랭킹 수위를 다투는 곳으로, 페어팩스카운티 등 북버지니아 지역 영재학생을 수용하는 가브너스 스쿨이기 때문에 매년 치열한 입시경쟁이 펼쳐진다. 스콧 브라브랜드 교육감은 최근 공청회를 통해 “다양성이 사라진 이 학교에 다양성과 정의를 부여해 공립학교 사명과 가치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며 “이 학교에 입학하려고 매년 수천달러의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것은 터무니없다”고 강조했다.
TJ과학고는 교사추천서와 에세이를 제출한 GPA 3.0 이상 학생을 대상으로 입학시험을 치른다. 입시전형료 100달러 요건도 있다.
하지만 개정안에 따르면 일정 수준의 GPA를 유지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지원을 받고, 전형료와 입학시험, 교사추천서를 폐지하게 된다. 또한 지역을 안배해 복권 추첨 방식으로 학생을 선발할 예정이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인 등 아시안 학부모의 반발은 상상을 초월한다. TJ과학고 앞에서는 최근 아시안 주축 항의시위가 열렸다. 아시안 인구 비율이 지역에 따라 20%에 달하는 이곳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과연 현재와 같은 입학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이 결코 한인들에게 이익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현재 TJ과학고의 아시안 학생 비율은 71.5%다. 백인(19.48)%, 히스패닉(2.6%), 흑인(1.72%), 기타(4.7%)를 압도한다. 하지만 공립학교 등록학생은 아시안 19.5%, 백인 37.8%, 히스패닉 26.8%, 흑인 9.8%, 기타 5.7%다.
한인 1.5세 K씨(43세)는 “솔직히 미국교육을 경험한 1.5세와 2세 한인들은 1세와 달리 자식세대의 TJ과학고 입학에 대해 회의적인 사람들이 많다”며 “우리도 마찬가지였지만, 우리 아이들이 대학에 가고 사회에 진출할 때 아시안이 많아야 10%인 곳으로 가는데, 아시안이 70%가 넘는 고등학교에 다녀서 과연 제대로된 미국교육을 체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TJ과학고 11학년생 아들을 둔 한인 L씨(48세)는 “TJ과학고는 모두가 선망하는 학교로, 이 학교에 보내고 싶어도 보낼 수 없었던 한인 학부모들이 괜한 심통을 부리는 것”이라며 “누가 뭐라고 해도 시험성적 위주로 입학하는 이 학교가 우리 한인 자녀들이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학교 재학생 딸을 둔 한인 M씨는 “TJ과학고의 주류는 아시안이라기 보다는 인도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한인들은 인도 주류에서 상당히 뒤쳐진 비주류 인종일 뿐”이라고 전했다.
현재의 입학전형이 과연 영재교육의 취지에 부합하는지도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브라브랜드 교육감도 “진짜 재능 대신 입시학원의 시험준비로 입학하는 학생이 다수이기 때문에 진짜 재능이 있고 잠재력이 풍부한 학생의 합격을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인 학부모 Y씨는 “TJ과학고에 입학하고서 9학년부터 대학수준의 난이도 높은 수업과 치열한 경쟁을 따라가지 못해 일반 공립고교로 전학오는 한인학생들이 많다는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인 1.5세인 Y씨는 “이 학교에 진짜 과학과 수학 영재들만 입학해야 왜곡된 한인들의 2세 교육과 페어팩스카운티 공립학교 시스템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Y씨는 “솔직히 TJ과학고가 아니라 일반공립고교에 갔더라면 더 좋은 대학을 갔을 것이라고 후회하는 한인이 많다는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면서 “TJ과학고의 명문대학 진학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이 일반고교에 진학할 경우 상대평가에 의해 명문대학진학 확률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K씨는 “한국에서 방영된 드라마 ‘스카이캐슬’의 모티브는 어쩌면 TJ과학고일지 모른다”면서 “킨더 입학 후 1,2학년 때 AAP 레벨4진입을 위한 각종테스트부터 시작해 TJ과학고 진학을 위한 사교육 시장은 북버지니아 지역 한인 2세 교육을 철저히 왜곡시키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자녀교육에 관심이 많은 한인 1세일수록 TJ과학고에 대한 애정이 깊다. 한인 H씨는 “TJ과학고에 대한 삐딱한 시선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학교는 이 지역 아시안 학부모에게 인종적 한계를 뛰어넘어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큰 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반박했다. 그는 “1985년 이 학교가 개교한 후, 힘들게 이민살이를 하던 한인들이 아이들의 공부를 독려해 TJ과학고와 명문대 입학을 통해 희생에 대한 보상을 받아오던 눈에 보이지 않는 시스템조차 무시할 필요는 없으며, 한인을 넘어서 모든 아시안의 희망이라는 점을 무시해서도 안된다”고 밝혔다.
카운티 교육위원회는 오는 10월9일 전체 회의를 통해 개정안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카운티 교육청이 준비를 갖춘다면 곧바로 현재 8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입시부터 적용된다.
김옥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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