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뚜벅이' 인턴기자의 좌충우돌 LA정착기-1] MTA 버스

Los Angeles

2009.07.12 22:45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기사 공유
5달러 데이패스면 'LA알뜰여행'OK
한인타운서 샌타모니카까지 '720번 버스'를 타다
미국에 첫 발을 디딘 날 그 막막했던 느낌은 기억하는지. LA 생활 6주차에 접어드는 본지 인턴기자들의 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창 '사는데' 적응하고 있는 그들의 정착기를 연재해 다른 LA 새내기들에게는 지름길을 알려주고 이미 정착한 한인들에게는 '초심'을 회복하는 기회를 제공하려 한다. 1탄으로 여름 휴가철을 맞아 자가용 없는 '뚜벅이' 인턴기자들의 버스 승차 체험기를 소개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대중교통망을 자랑하는 서울에서 온 이들이 버스 한번 타고도 얼마든지 즐거운 LA 여행을 할 수 있다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무덥고 화창했던 지난 1일 한인타운 내 윌셔와 버몬트 버스 정류장.

기다리는 사람들이 만드는 풍경은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청량음료를 마시며 수다를 떠는 10대들 어린 딸의 손을 붙잡고 나온 엄마 한껏 멋을 부린 젊은 커플 할머니 할아버지도 눈에 띈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빨간 메트로 래피드 720번 버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늘 하루 인턴 기자들의 LA 일일 탐방에 발이 되어 줄 고마운 버스다.

720번 메트로 버스는 윌셔 불러바드를 관통하는 주요 노선 중 하나다. LA다운타운에서 출발해 한인타운 베벌리힐스 웨스트우드를 거쳐 샌타모니카까지 운행하는 이 신통방통한 버스만 타도 LA명소 몇 군데는 가뿐히 다녀올 수 있다.

오늘의 일정은 720번 노선을 따라 LA 카운티 미술관 그로브몰 로데오 드라이브 샌타모니카 해변까지 둘러 보는 것.

모든 여행의 교통비로는 5달러짜리 데이 패스(Day Pass) 한 장이면 족하다. 쉽게 말해 '메트로 대중교통 일일 자유 이용권'인 셈이다.

이 패스는 구입당일부터 다음날 오전 3시까지 MTA(Metro Transportation Authority)가 운영하는 버스와 지하철을 추가 비용 없이 탈 수 있다.

버스 1회 승차비가 1달러25센트 임을 감안하면 하루 동안 여러 곳을 다닐 사람에게는 경제적인 선택이다. 패스는 메트로 지하철역 자동 판매기에서 살 수 있었다. 버스 운전기사에게 패스를 보여주고 버스에 올랐다.

평일 오후 시간임에도 버스 안은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북적였다. 어린 아이부터 할머니까지 백인 흑인 라틴계 아시아계 할 것 없이 다양한 연령과 인종의 승객들이 가득했다.

버스가 달리기 시작했다. LA 새내기의 마음도 기대로 한껏 부풀어 올랐다.

9월까지 한국 현대미술전
(1) LA카운티 미술관(LACMA)


15분여를 달린 버스는 어느새 첫 여행지가 있는 페어펙스 애비뉴(Fair Fax Avenue) 정류장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자 바로 눈 앞에 LA카운티 미술관이 펼쳐진다. 입구에는 "우리는 행복해요" 라는 커다란 현수막이 기자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때마침 12명의 한국 현대미술 작가전이 6월 28일부터 9월 20일까지 열리는 중이다.

▷문의: (323)857-6000 www.lacma.org

상가엔 볼거리·먹거리 가득
(2) 그로브 몰(The Grove) / 파머스 마켓(Farmer's Market)


LACMA에서 우아하게 문화적 욕구를 채우고 허기진 배와 쇼핑 욕구를 만족시켜줄 그로브 몰로 향했다. 단 이 곳에 가려면 LACMA에서 페어팩스 애비뉴 북쪽 방면으로 약 10분 정도 걷는 수고를 들여야 한다. 70여개의 패션 잡화점 백화점이 들어선 이곳에는 레스토랑 카페 영화관까지 들어서 있어 제대로 즐기려면 하루 반 나절도 짧게 느껴질 지경이다. 몰의 길 한가운데로는 2층 트롤리 버스도 운행해 마치 유럽의 거리에 들어선 느낌마저 든다. 중앙광장의 음악 분수쇼를 감상하며 잠시 가쁜 숨을 골랐다.

한편 그로브 몰 바로 옆에는 75년 전통의 파머스 마켓도 자리잡고 있다. 200여개의 상점을 누비며 신선한 야채와 과일 견과류 초콜렛 등을 형형색색 먹거리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문의: 그로브 몰 (888)315-8833 www.thegrovela.com/파머스마켓 (323)933-9211 www.farmersmarketla.com

'부의 상징' 베버리힐스
(3) 로데오 드라이브(Rodeo Drive)


LACMA에서 다시 버스를 잡아 타고 세 정거장을 지나니 창 밖 풍경이 전과 달리 고급스럽다. 부의 상징 베벌리힐스의 로데오 드라이브다. 이곳에는 구찌 샤넬 베르사체 등 명품관이 즐비해 있다. 번쩍거리는 외관의 샵 안에는 선뜻 들어갈 용기조차 나지 않았다. 대신 화려한 쇼윈도우와 영화 〈프리티우먼>을 찍었던 포시즌스 레전트 윌셔 베벌리힐스 호텔(Four Seasnons Regent Wilshire Beverly Hills)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아쉬움을 달랬다.

▷문의: www.rodeodrive.com

종착역엔 시원한 바다가
(4) 샌타모니카


버스는 이제 마지막 목적지인 샌타모니카 해변을 향해 달리고 있다. 오션로드(Ocean Road)에 위치한 정류장은 720번 버스의 종착역이기도 하다. 첫 출발지인 한인타운 윌셔와 버몬트 정류장에 논스톱으로 약 50여분 로데오 드라이브에서는 약 25분이 걸렸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쐬며 탁 트인 해변가와 마주하니 가슴이 뻥 뚫리는 해방감이 들었다.

▷문의: 샌타모니카 비지터 인포메이션 센터 (310)393-7593

돌아오는 길
자가용은 없었지만 단 5달러로 자유와 낭만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었다.

물론 불편함도 있었다. 무엇보다 해가 지기 전 서둘러 여행을 마쳐야 한다는 점이 아쉬웠다. 정류장에서 집까지 걸어가야 할 거리를 생각하면 어두워 지기 전 버스에 올라야 했기 때문이다. 노숙자로 보이는 사람이 옆자리에 앉으면 살짝 겁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LA 대중교통 여행기는 생각만큼 어렵지도 까다롭지도 않았다.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은 10분 내외로 그리 지루하지 않다. 정류장이 목적지와 조금 떨어진 경우도 있었지만 운동 삼아 걸을 만한 거리다.

또한 여행에 앞서 MTA의 웹사이트(www.mta.net)를 방문해 목적지에 맞게 출발 및 도착 정류장과 배차시간 운임료 등을 알아봐 당황하지 않고 짜임새 있게 여행을 계획할 수 있었다.

이번 주말에도 아무 계획 없이 주저하고 있다면 가까운 메트로 정류장으로 나가볼 것을 강추(강력 추천)한다. 그동안 자동차를 타고 다닌 탓에 미처 알지 못했던 LA의 매력과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승원·조정인 인턴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