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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가난한 동네’는 ‘나쁜 동네’가 아니다

세월 속에 변화가 일어났다. 애너하임에서 백인이 떠나가며 인수한 어린이 학교를 어언 30년 동안 운영하고 있다. 한글 ‘어린이 학교’ 간판을 걸고 나름 민족 자부심을 가지고 말이다. 프리웨이가 가까워 멀리에서도 우리 한국 학교를 찾아온다. 우리 예절과 글을 가르치고 한식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교통이 편리하고, 상권과 학교, 병원, 공원이 조성된 위치가 좋은 곳이기에 여러 민족이 거주한다.

이민 1세인 내가 처음엔 한인 위주로 운영했지만, 다민족 학교로 변한 지 오래다. 외면하던 지역 내의 타인종 어린이에게 눈을 돌려 관심을 표한다. 학부모의 인종 분포도 다양하다. 15개국이 넘는 국적의 어린이가 함께 생활하며 공부하고 문화를 나눈다. 타문화를 접할 수 있어 흥미롭고 새로운 의욕을 준다.

처음 입학하는 한인 학부모가 “이 동네가 안전한가요? 이웃이 위험하지 않나요?”라고 묻는다. 자녀교육에 관심이 많은 탓에 ‘뒷동네의 아파트 단지가 신경이 쓰이나 보다’라고 생각했지만 ‘왜 그런 질문을 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

대도시는 아파트가 밀집된 지역으로 낮은 생활비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이게 된다. 당연히 이민을 갓 오거나 수입이 낮은 사람들이 거주하는 지역이 된다.

그러다 보면 그 지역의 학교는 가주 모의고사 점수가 낮아 교육열이 높은 학부모가 피하게 된다. 쉽게 이야기하면 학군이 좋다는 백인 거주 지역으로 이주하는 이유가 된다.

가난한 동네를 우범지역처럼 나쁜 동네로 오판하는 사람을 보며 마음이 언짢다. ‘가난한 동네’는 ‘나쁜 동네’가 아니다. 빈곤으로 인해 도래하는 불편과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다. 더럽게 어질러진 주변, 소음, 공중의식 결핍 등 외면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어 왔다.

그렇지만 오히려 가난한 동네의 생활 속에서 순수한 마음을 찾아볼 수 있다. 물질의 궁핍과 어려움을 겪던 모국보다 편리하고 나은 생활환경에 감사하며 많은 자녀를 거느리는 낙천적인 모습을 본다. 행복지수의 성취도를 생각게 한다.

일류대학 진학을 위해 학군 따라 백인 동네로 이주하는 우리 한인이 흑인폭동의 대상이 되는 아픔이 있었다. 일터의 주민과 한마음이 되지 못하는 일부 한인이 떠올라 마음 한편이 씁쓸하다. 우리는 A 학점만을 기대하는 ‘우수한 배달민족’이라는 좁은 편견 안에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반면에 학습 면에서 발달이 늦은 자녀임에도 ‘스마트하다’며 격려하는 타민족 부모를 보며 배우는 바가 크다.

첫 흑인 아시아계 여성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의 탄생은 새로운 이슈를 준다. 인종, 성별을 초월해 자신의 목표와 뜻을 이룬 모습에서 도전을 받는다.

편견을 벗어내고 이해하고 포용하고 나누는 마음이 필요하다. 모든 민족이 어울려 앉아 내일을 이야기 할 수 있길 바란다.


이희숙 / 수필가·어린이 학교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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