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호의 스포츠카페] 박태환, 로마대회 실패가 더 큰 감동위한 계기되길
스포츠의 매력은 거기에 도전과 감동이 있기 때문이다. 역사는 1등만 기억한다지만 팬들은 1등 못지 않은 노력을 펼친 아름다운 경쟁자들로부터 더 큰 감화를 받는다. 인생은 늘 승자 편에만 설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지난 주 PGA 투어 브리티시오픈에서 60대 노익장을 과시한 탐 왓슨이 있었다면 이번 주엔 '사이클 황제' 랜스 암스트롱이 단연 주인공이지 않았을까. 마흔 가까운 나이에 10살 아래 후배들과 투르 드 프랑스에서 대장정을 펼쳐 3위에 오른 선전은 자체가 또 하나의 인생 드라마였다.
이미 고환암을 이겨내고 세계 최고의 도로사이클대회인 투르 드 프랑스에서 7연패를 일궈냈던 암스트롱이 은퇴 후 3년 반 만에 컴백했다는 것만으로도 팬들의 흥분요소는 충분했다.
그런 암스트롱이 암의 위험성을 널리 알리겠다는 뚜렷한 목표를 제시하며 유럽의 3459.9km 산악코스를 내달려 가장 낮은 곳이지만 시상대의 한 편을 차지한 소식은 팬들의 눈물샘을 자극할 만 했다.
대회 기간 중 우승을 차지하기 위한 알력도 있었다. 암스트롱과 팀동료이자 주장인 알베르트 콘타도르간의 시샘이었다. 하루 100마일 이상을 달려야 하는 전체 21구간 레이스 중 17구간 때 불거진 내홍이었다.
도로레이스 대회에서는 팀원이 주장의 레이스를 보호해야하는 의무가 있는데 콘타도르가 암스트롱의 의무 불이행에 불만을 터트렸다. 어찌 보면 이 대목이 황제 탈환을 꿈꾸던 암스트롱이 3위에 머물게 된 중요한 포인트이기도 했다.
17구간 후 결국 암스트롱은 콘타도르의 보호의무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됐고 그 만큼 개인득점에서 손해를 볼 수 밖에 없었다.
암스트롱은 시상식을 마친 후 "이번 대회에서 최선을 다했고 나보다 훨씬 훌륭한 후배들과 레이스를 벌였다. 내가 건강하다는 것을 입증했고 내년에는 더 나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암스트롱은 1976년 프랑스 레이몽 폴리도(당시 40세) 이후 3위 안에 든 두 번째로 나이 많은 선수란 기록도 남겼다. 암스트롱이 남긴 더 큰 감동은 그로 인해 일반인들의 사이클에 대한 관심이 다시 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스포츠채널 버서스의 시청률은 전년 대비 최고 95%까지 는 것으로 조사됐다. 웹사이트 트래픽과 동영상 조회 수 등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사이클연맹의 회원은 암스트롱 복귀 후 다시 예년의 증가세를 회복했다.
암스트롱은 내년엔 래디오쉑과 파트너로 팀을 창단 우승경쟁에 나서겠다는 선언도 했다. "체력이 떨어진 대신 더 영리하게 레이스를 치렀고 여유도 생겼다. 올해는 콘타도르가 워낙 뛰어났지만 내년은 얘기가 다를 것"'이라며 도전의지를 불태웠다.
이탈리아 로마에서는 '한국의 수영영웅' 박태환이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 중이다. 주종목인 자유형400m와 200m에서 거푸 결승 진출에 실패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박태환의 실패를 두고 이러쿵저러쿵 뒷말 무성하다. 패인 분석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당연한 것이지만 너무도 부정적이어서 오히려 상처가 되고 덫이 될 말들은 여과돼야 할 것이다.
실패없는 승승장구라면 감동도 적을 것이다. '미국의 수영영웅' 마이클 펠프스도 베이징올림픽 8관왕 후 여자문제 마리화나 복용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실제로 그런 일을 겪은 후 기록이 후퇴하면서 짧은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펠프스는 로마대회를 계기로 다시 영웅의 위치로 돌아섰다.
박태환은 이제 약관의 나이다. 로마의 실패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도전이 된다면 그 보다 큰 감동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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