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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현대 아우르는 통합 작품'…‘하이라인 파크’ 리드프로젝트 디자이너 황나현씨

녹슨 철로를 뉴욕 시민공원으로 탈바꿈시켜

'21세기의 센트럴파크’‘뉴욕시가 시민에게 준 최대의 선물’‘뉴욕의 동화(童話)’….

지난달 초 공개된 맨해튼 하이라인(High Line) 공원은 올 여름 뉴욕시의 최대 히트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0여년 동안 방치됐던 녹슨 고가철도에 210여종의 꽃과 나무가 새로 심어졌고, 선데크와 벤치가 들어섰다. 그리고 공연장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설계회사 ‘제임스 코너 필드오퍼레이션(JCFO)’의 친환경 철학, 시민단체 ‘하이라인의 친구들(FHL)의 열정, 그리고 뉴욕시의 지원으로 완성된 공중 공원. 이 근사한 프로젝트를 리드한 건축가 중의 한 명이 한인 황나현(36·사진)씨다.

한국 법조계에 있는 부친과 소설 지망생이었던 모친 사이에 장녀로 태어난 황씨는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했다. 하버드대학교에서 건축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후 2003년 스태튼아일랜드의 프레시킬스파크로 이름난 JCFO에 입사, 시니어 어소시에이트로 일하고 있다.

-하이라인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이었나.

“경제의 논리를 앞세운 전면 철거·재개발 제안이나, 한 시대의 모습을 원형 그대로 복원·보존해야 한다는 과거에 대한 집착 등의 극단적인 제안들에서 벗어나는 것이었다. 어떻게 하면 기존 구조물이 가지는 역사성을 지키면서도 현대의 공공 공간으로서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디자인을 만들어낼 것인가가 가장 중요했던 것 같다.”

-황나현씨의 역할은.

“리드 프로젝트 디자이너 겸 디자인 프로젝트 매니저다. 하이라인 전구간(1·2·3 구간) 디자인을 주도하고 17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디자인 팀을 총괄 대표 역할이다. 주요 요소 디자인, 설계 방향 논의와 결정, 클라이언트인 뉴욕시와 관련 시민단체 설계·실시의 중요한 일들을 결정했다.”

-프로젝트에 걸린 기간과 비용은.

“2004년 국제현상설계공모가 열려 그해 가을 당선팀으로 결정됐으며, 2005년 봄에 건축이 시작됐다. 1구간은 올해 6월 9일에 오픈했고, 2구간은 내년 말, 구간 3은 사유지라 공원 사용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다. 1·2구간의 예산은 1억523만달러다.”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미학적으로만 만족적인 결과만이 아니라 공공 공간으로서 갖가지 조건을 항상 고려해야 했던 점이다. 프로젝트의 고객인 뉴욕시와 하이라인의 친구들 등 시민단체들도 각기 다른 의견들로 설계가 지체됐다.

역사와 현대, 유기적인 것과 인공적인 것 등 상반되어 보이는 가치를 디자인으로 통합시키는데 힘들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제약으로 보였던 조건들이 더 흥미로운 디자인에 다다르게 하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설계 경선 당시에 내놓았던 아이디어가 너무 개념적이며 혁신적이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고, 그것을 실현시키는 과정도 힘들었지만, 결과물이 처음의 컨셉트에서 멀지않게 잘 실현되었다는 데서 보람을 느낀다.”

-파리에도 철도공원 ‘프로미나드 플랑테’가 있다는데.

“2005년 뉴욕시가 주요 설계팀 등을 프로미나드 플랑테에 보내줬다. 기존의 구조를 공공의 공간으로 변형한다는 컨셉트는 유사하지만, 두 프로젝트의 디자인은 상당히 다르다. 하이라인은 실용적이고 체험적이라는 현대적인 요구를 충족시키려 하지만, 프로미나드 플랑테는 전통적인 ‘보자르 가든(beaux-art)’ 양식이다.”

-JCFO의 한국 프로젝트를 소개하면.

“부산의 하얄리아 미군기지를 시민공원으로 개조하는 국제 설계전에 유신코퍼레이션과 함께 당선됐다. 126에이커 크기의 공터를 세계적인 수준의 도시공원으로 변형하는 것이다. 또한 춘천의 G5 문화관광복합지구 공모전에 유신코퍼레이션, 코에터 짐&어소시에이츠사와 함께 당선됐다. 278에이커의 중도에 월드클래스 정원을 조성하고, 새 부두를 짓는 일이다.”

-한인 건축가로 한옥이나 한국의 전통미학을 접합한 작품이 있었나.

“건축을 일정 양식의 적용보다 보편적인 개념으로 생각한다. 한옥과 한국의 전통미학 자체를 상징적으로 접합하기 보다는 그에 담긴 유기적인 공간 구성방식이나 이나 근·현대의 한국도시들이 가졌던, 서양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형태의 도시 유형학들이 설계의 화두로 작용할 때는 있었다.”

-건축가가 되기로 결심한 때는.

“고등학교 때 미술과 과학 쪽에 큰 관심이 있었다. 상반되어 보이는 두 분야와 그외 더 넓은 사회 전반의 이슈들을 통합하고 초점을 맞출 수 있는 건축에 큰 매력을 느꼈다.”

-연세대와 하버드대의 건축학 분위기는 어떻게 다른가.

“배움의 연속이라고 생각하고 임했다. 물론 건축학 석사는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로만 구성되었기 때문에 구조, 계획, 설비 등 건축의 다른 분야도 포함한 건축공학과의 수업과는 다른 점이 많다. 두 학교에서 다 실제 수업 자체보다는 열심히 같이 작업하는 동료와의 토론과 격려가 가장 큰 영감이 됐다.”

-존경하는 건축가는.

“건축가들보다는 미술가들에게서 더 영감을 받는 편이다. 아그네스 마틴의 일관적인 드로잉 작업들이나, 좀 가벼워진 경향이 있지만 올라퍼 엘리아손(*뉴욕시 인공폭포 설치작가)의 유명해지기 전 예전 작품들을 좋아했다.”

-뉴욕에서 가장 좋아하는 건물은.

“유명 건축가들이 지은 이름있는 건물들보다는 이름없는 이들에 의해서 지어진 산업화 초기의 항구 구조물들이나 창고, 공장 건물 등을 더 좋아한다. 당시의 역동적이었던 실용적 요구와 기술적인 장점이 강한 미학으로 솔직하게 드러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좋은 건축가란.

“쉽게 인식되는 되는 시그내처 스타일에 의지하지 않고, 주어진 조건들의 면밀한 이해 하에 창의적이고, 창조적인 결론을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위험을 무릅 쓸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이라인은

1934년 ‘죽음의 애브뉴’로 불리던 맨해튼 로어웨스트사이드의 10애브뉴에 건설된 화물열차용 고가 철도. 교통의 발달로 차츰 이용이 줄다가 1980년에 철도 운행이 중단됐다. 1999년 시민단체 ‘하이라인의 친구들’이 결성되어 2003년 뉴욕시의 지원으로 철거 위기에 있던 하이라인을 보존해 공원으로 개발하는 계획이 세워진다.

2004년 설계 공모전에 52개팀에 '제임스 코너 필드 오퍼레이션' 이 ‘딜러 스코피디오+렌프로’와 함께 당선됐다." 이듬해 시공에 들어가 제1구간(갠스부르트 스트릿-20 스트릿) 올 6월 9일 대중에 공개됐다.

박숙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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