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 박쥐] 숨겨진 욕망에 몸부림치는 '뱀파이어 신부님'
유머와 콩포로 '컬트' 분위기 연출
박찬욱 감독 최신작 미국 개봉
송강호·김옥빈 연기 화제 모아
감독 : 박찬욱
주연 : 송강호·김옥빈
장르 : 스릴러·드라마
등급 : R
상영관: 엠팍극장
고민 끝에 상현은 '생명'을 구해야 하는 신부로서의 의무를 다하기로 결심하고 해외에서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는 불치병 백신개발 실험에 자원하지만 실험 도중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싸늘한 시체로 변한다.
그러나 사망 직전 정체불명의 피를 수혈받고 기적처럼 '부활'해 고국으로 돌아온다. 사람의 피를 빨아야 살아갈 수 있는 '뱀파이어'로 변한 채.
상현이 한국으로 돌아오자 그를 '성인'으로 간주하는 무리들로부터 추앙을 받지만 사실 그는 살인 욕망을 겨우 억누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던 중 어린 시절 친구 강우(신하균)의 아내 태주(김옥빈)를 만나게 되고 상상하지도 못할 피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리게 된다.
'박쥐(Thirst)'는 이미 복수 3부작(복수는 나의것 올드 보이 친절한 금자씨)으로 세계적 감독의 반열에 올라선 박찬욱의 최신작으로 제작 초기부터 국내외 팬들로부터 엄청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에밀 졸라의 소설 '테레즈 라켕'의 플롯에 뱀파이어라는 소재를 접목시킨 '박쥐'는 신과 가까워지고 싶었던 인간이 뱀파이어가 돼 숨겨진 욕망을 발산하고 씻을 수 없는 죄의식에 사로잡힌다는 원작의 플롯을 바탕으로 했다.
영화를 이어가는 거대한 축은 '딜레마'다. 지옥보다 끔직한 현실에서 탈출하기 위해 피를 갈구하는 태주 눈을 뜰 수만 있다면 기꺼이 평생의 소신을 던져 버릴 각오가 되어있는 시각장애인 신부(박인환) 무엇보다도 타인의 생명을 취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스스로의 욕망과 맞부딪치며 주인공 상현은 고뇌하고 또 고뇌한다.
배우들의 연기력은 감독이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딜레마를 표현하는 기폭제로 작용한다. 특히 상현 역의 송강호와 태주 역의 김옥빈의 연기는 캐릭터를 완전히 녹여서 담아낸다.
서양의 문화코드인 '뱀파이어'는 몇 몇 특징 만을 제외하고 박 감독만의 캐릭터로 재창조된다. 상현은 햇빛을 두려워하고 피를 갈구하는 면에서 뱀파이어지만 인간성을 상실한 채 짐승처럼 피에만 집착하는 것은 아니다.
비록 생존을 위해 타인의 피를 필요로 하지만 식물인간인 환자의 링거 주사를 통해 피를 마시는 등 나름 합리적인 방법을 추구한다.
신경질적이면서도 현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캐릭터들을 등장시키는 스타일도 이어진다. 태주의 덜 떨어진 남편 보드카를 물컵에 따라 벌컥벌컥 들이키고 트로트만 듣는 시어머니 일본식 가옥안의 한복가게에서 매주 벌어지는 마작판을 찾는 이웃들은 컬트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유머와 공포를 동시에 선보인다.
영화는 새로운 시도와 기존의 장점들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다.
다만 이전의 작품들에 열광하는 팬들에게는 다소 싱거울 수 있다.
'박쥐'는 '복수는 나의 것'이 주는 강렬한 이데올로기의 충돌 '올드보이'의 스펙터클과 반전 '친절한 금자씨'의 아름다우면서도 처절한 서술같은 만족을 안겨주지 못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박쥐'를 통해 박 감독은 오랫동안 기억될 새로운 시도를 감행한다. 그리고 그의 시도는 관객들에게 신선한 체험으로 다가온다.
황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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