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생활을 따라잡기에도 바빴던 인턴들이 요즘들어 조금씩 여유가 생겼다고 한다. 시내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LA시내 지리에 익숙해졌고(1탄 시내버스 탐방기) 문화적 이질감(2탄 할리우드보울 콘서트)에 한인들이 없는 교양의 현장(3탄 LA 중앙도서관)도 경험한 탓이다.
한숨 돌리고 난 탓일까. 그들이 네번째 이야기로 도착 당시의 막막함을 꺼냈다. LA에 발을 디딘후 일주일여간 삶은 만만치 않았다. 집을 구하는 것부터 휴대폰 개통까지 매번 '크레딧'이라는 듣도보도 못한 난관에 봉착해야 했다. LA생활 선배들에겐 익숙한 추억이지만 그들에겐 전쟁이었다.
LA생활 첫 난관 "두유 헤브 크레딧?"
"덴(Den)이 뭐야?" "베츌러?싱글?원베드? 무슨 차이지?"
지난 5월 14일.
마침내 미국에 도착했다는 기쁨과 설레임은 채 하루를 넘지 않았다. '생활'의 걱정이 밀려들었다.
무엇보다 집 찾기가 급선무였다. 신문광고 렌트면을 뒤지기 시작했다. '저렴한 렌트비 회사에서 걸어 다닐 수 있는 가까운 지역' 이 두 가지를 기준으로 마땅한 곳에 동그라미를 쳐나갔다.
후보지로 선정된 집을 보러 다니는 일은 예상치 못했던 난관이었다.
발음하기도 쉽지 않은 길 이곳 저곳에 떨어진 집들을 보겠다고 지도 한 장 달랑 들고 거리로 나섰을 때까지만 해도 차 없이 LA를 다니는 일이 이렇게 고될 줄은 상상조차 못했다.
한낮의 땡볕을 고스란히 쐬면서 10블록은 족히 걸어다닌 끝에 적당한 가격에 마음에 드는 곳을 드디어 발견했다. 유틸리티 등 확인할 사항들을 꼼꼼히 물어본 후 이 곳에 터를 잡기로 결정봤다.
하지만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만 같던 보금자리 마련에 찬물을 끼얹는 존재가 있었다. 다름아닌 크레딧.
한국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내 이름 석자 걸고 이렇다 할 계약은 해 본적도 없는데다가 미국의 '신용도' 개념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는 터였다.
크레딧은 쉽게 말해 개인이 빌린 돈을 제 때에 잘 갚을 수 있는 신용도를 수치화한 것.
크레딧 스코어라고 하면 대개 피코(FICO)스코어를 말하는 것으로 신용도가 가장 낮은 경우 300점 가장 높은 경우는 850점에 이른다. 트랜스유니언과 같은 신용평가 기관에서 관리비 전기료 개스비 전화비 납부 크레딧 카드 발급 및 잔고 현황 등 개인의 금융활동을 바탕으로 점수를 매긴다. 하지만 LA에 온지 이틀 밖에 되지 않은 LA새내기들에게 크레딧이 있을리 만무했다.
만약 크레딧이 없는 경우 아파트나 차 구입 등의 계약시 보통의 디파짓에 추가로 내야한다.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일반 800달러의 디파짓 외에도 한 달 치 렌트비에 달하는 약 1400달러를 더 지불해야 했다. 왠지 모를 억울함에 타국에 보금자리가 생겼다는 감동이 반감됐다.
아파트에 입주한 후에도 '노(No) 크레딧 트라우마'는 당분간 계속됐다. 양 손 가득 이삿짐을 들고 텅 빈 집에 들어섰을 때엔 전기도 가스도 들어오지 않는 상태였다.
하루 빨리 유틸리티를 설치해야 했지만 또 크레딧이 없어 생돈을 떼인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선뜻 내키지 않았다. 밤이 되면 촛불 켜고 카페트 바닥에서 자고 저녁은 점심때 싸온 음식으로 대충 해결하는 '아파트 속 캠핑 생활'은 며칠간 지속됐다.
휴대폰도 최저가 기종밖에 억울함에 '타국살이' 실감
휴대폰 개통시에도 크레딧 없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그리 많지 않았다. 통화가 가끔 잘 터지지 않는 것이 단점이지만 요금만 제때 내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는 통신 회사를 찾아 나섰다.
매장 직원은 소셜번호와 크레딧이 없는 단기 체류자나 유학생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가장 싼 핸드폰으로 주세요."
한국에서와 같은 최신 기능과 세련된 디자인은 일찌감치 포기했다. 인턴들 모두 최저가 기종에 같은 요금제로 통일했다.
어느덧 LA 한인타운 주민으로서 살아온지 10주가 지났다. 그동안 소셜넘버도 나왔고 렌트비도 2번이나 납부했다. 매달 가스비 인터넷비 등 각종 고지서도 착착 날라온다.
하지만 아직까지 '크레딧'은 없다. 크레딧 스코어를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www.annualcreditreport.com)에 가 보았다. 검색 결과는 역시나 노 크레딧(No Record found).
하지만 이제 '크레딧'이란 말에 기가 죽지 않는다. LA에서 내 인생의 '크레딧' 하나는 착실히 쌓아가고 있다는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LA새내기를 위한 생활 TIP 유틸리티 '특별 프로모션' 찾아 절약
▷숙소
신문과 웹 광고를 활용한다. 집을 둘러보기에 앞서 시세를 파악하고 가는 것이 좋다. 주변 안전 보안 부대시설 유틸리티 주차장 렌탈비 등과 렌트 계약 기간 가격 지불 방법 등을 꼼꼼히 알아본다. 디파짓 외에도 크레딧이 없는 경우 추가로 돈을 내야하므로 여유 자금을 준비해놓는 것이 좋다.
▷휴대폰
소셜 시큐리티 넘버(SSN)와 크레딧이 없는 경우 가입비 없이 원하는 기간동안만 사용할 수 있는 플랜(요금제)을 사용하는 것이 편하다. 대표적인 것은 메트로 PCS와 세븐 일레븐에서 프리페이드 방식으로 결제하는 부스트모바일이 있다.
전파가 잘 터지지 않는 것이 단점이나 대체로 한달에 40~50달러를 선불로 내면 통화와 문자를 무제한 사용할 수 있다. 가족지인들끼리 단체로 같은 회사를 이용할 경우 할인받을 수 있는 플랜이 있는지 문의해 볼 것.
▷유틸리티
아파트의 경우 전기 가스 물 등 유틸리티 처리 여부가 개인 또는 공동사용으로 상이하다. 개별적으로 서비스를 신청해야 하는 경우 아파트 매니저에게 관련 회사 연락처를 문의하는 것이 가장 빠르다. 물과 전기는 LA 수도전력국(DWP)에서 관리하며 가스와 인터넷은 개인 회사가 담당한다.
전화나 웹싸이트를 통해 신청할 수 있으며 대개 한국어 서비스 또는 통역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특별 프로모션이 있는지도 꼭 확인해 볼 것.
# 뚜벅이 인턴기자들의 LA정착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