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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트로이 목마’의 진실

호메로스의 대서사시 ‘일리아스’는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가 아들 헥토르의 시신을 아킬레우스로부터 넘겨받아 장사 지내는 것으로 끝난다. ‘모든 사람은 죽는다’는 가장 평범한 사실은 일리아스의 대전제이기도 하다. 하데스는 지하 세계 또는 지하 세계를 지키는 신의 이름이다. 땅 위에서 살다가 죽은 후에는 누구나 하데스로 간다. 트로이 벌판에서 용감하게 싸우다 전사한 영웅들도 자기들의 주검이 들개나 날짐승의 먹거리가 되지 않기 위해 모두 그곳에 가기를 원했다.

그러나 죽은 자가 스스로 갈 수 있는 곳이 아니고 반드시 누군가 장례를 치러 주어야만 갈 수 있다. 헥토르를 화장한 후 봉분을 쌓아 장례를 치렀다는 일리아스의 마지막 장면은 트로이 주민들이 사자(死者)에 대해 할 수 있는 마지막 책임과 경의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는 10년간의 트로이 전쟁 중 마지막 50일간에 벌어지는 참혹한 전쟁 이야기가 주제다. 반면 속편이랄 수 있는 ‘오디세이아’는 트로이 전쟁 후 그리스 이타카 섬의 군주 오디세우스가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방해로 난파를 당해 10년간 바다에 표류하다가 귀향하는 이야기다. 그동안 궁전에서는 많은 청혼자들이 재산을 축내고 무도하게 행동하면서 오디세우스의 아내인 페넬로페에게 구혼하고 있었다. 오디세우스는 거지 행색으로 잠입해 그들을 제거하고 20년 만에 그리던 페넬로페의 침실에 들면서 이야기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총 24장, 1만2110행의 서사시로 구성돼 있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나 오디세이아의 원본에는 영화 장면에서 보듯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가 형 헥토르를 무참히 살해한 아킬레우스의 발꿈치를 활로 쏴 복수하는 내용은 없다. 또한 그리스 정예군이 거대한 트로이 목마에 숨어서 성에 들어가 트로이를 함락한다는 극적인 서술도 없다. 단지 오디세이아 8장에 눈 먼 음유시인 데모도코스에 의해 목마에 대한 언급이 몇 마디 나오자 오디세우스가 과거를 회상하며 눈물짓는 장면이 나올 뿐이다.

헬레나를 되찾기 위해 6만 명의 그리스 연합군이 동원된 것과 트로이 목마는 역사적인 사실과는 상관없는 문학적 허구다. 후대에 와서 트로이 목마는 로마의 시인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에서 좀 더 극적으로 화려하게 서술된다. 트로이는 당시에 경제적, 지정학적 요충지로 에게해를 중심으로 세력을 확장하려던 그리스 미케네 문명과 충돌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견고한 트로이 성이 무너진 것은 트로이 목마가 아니라 그 지역을 위협하던 지진에 의한 붕괴로 본다. 그리스 신화에서 지진을 주관하는 해신 포세이돈은 또한 말을 창조했기 때문에 경마의 수호신으로도 섬겨지고 있다. 청동기 시대에 트로이가 말 교역으로 부를 축적하게 됐고 결국 목마로 망했다는 것은 아이러니하고도 흥미있는 일이다.


명계웅 /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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