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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관심을 먹고 크는 '우리 학교'

서우석 / 교육부 데스크

또 다시 사고를 친 문제아에게 부모가 등을 돌려 버린다. 잘해 보겠다고 다짐을 해도 귀를 닫아 버린다.

한인 사회와 윌셔 사립 초등학교는 사고뭉치 문제아의 훈육을 포기하는 부모와 마지막 기회를 호소하는 자녀처럼 관계가 어긋나 보인다.

한인 커뮤니티와 한국 정부의 지원 속에 1985년 문을 연 윌셔 초등학교는 '한인이 운영하는 유일한 정규 사립 초등학교'라는 의미있는 타이틀 아래 한때 학생수가 180명에 달할 정도로 성장을 거듭했다.

그러나 학교 운영을 맡고 있는 남가주한국학원이 1993년 의욕적으로 추가 설립한 중학교 운영에 실패하고 그에 따른 재단 재정 적자 여파로 초등학교까지 위기에 몰리면서 한인 사회에 적지 않은 실망감을 안겼다.

이후 한인사회에서 대대적인 모금 캠페인을 전개해 가까스로 파산 위기에 몰린 초등학교와 재단을 기사회생시켰지만 커리큘럼이 기대에 못미치고 한인 학부모들이 외면하면서 학생수가 50여명 선까지 감소 또다시 폐교 위기에 내몰리게 됐다.

회생과 위기를 거듭하는 학교에 지친 듯 커뮤니티의 후원 열기는 식고 윌셔 초등학교 문제는 한인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그러던 윌셔 초등학교가 지난 11일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한 새 운영진과 커리큘럼.교사진 보강 장학생 선발제도 신설 등의 내용을 발표하면서 학교 정상화를 외치고 나섰다.

이를 두고 이런 저런 말들이 많다. 익명을 요구한 여러 명의 후원자들로부터 30만달러의 초등학교 운영기금을 확보한 것을 두고 개인 투자자에 학교 운영권을 넘기려 한다거나 새 운영진을 비영리기관 형태로 따로 분리해 향후 3년간 자체 운영권을 부여하려는 계획에 대해 남가주한국학원 이사회가 재정난에 대한 책임을 새 운영진에 전가하려는 결정이라는 등 학교측 발표에는 긍정적인 반응보다는 의혹과 비난의 시선들이 많은 현실이다.

다른 학교를 찾아 떠나는 학생.학부모들을 붙잡지 못하고 커뮤니티가 어렵게 살린 학교가 또다시 폐교 위기로 내몰릴 때까지 이렇다 할 대처방안을 내놓지 못한 이사회의 무능력을 비난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런 비난이야 말로 명백한 책임 전가다. 윌셔 초등학교는 우리가 자비를 털어 지켜내고 다음 세대들에 대한 성원과 염원을 담은 '우리 학교'다. 이사회를 비난하기에 앞서 어렵게 살린 우리 학교에 대해 스스로 '관심'을 거둔 한인 사회가 먼저 반성해야 한다.

윌셔 초등학교의 새 운영진은 학교를 살리는 방안으로 경쟁력 강화를 들고 있다. 운영진을 이끌 서니 박 이사는 "한국어 공부 뿌리교육도 중요하지만 다른 우수 학교들처럼 일반 커리큘럼에 초점을 맞춰 재학생들을 명문 중학교에 대거 입학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규 수업 중에 한국어 수업이 포함돼 있어 주말 한글학교에 다닐 필요가 없고 애프터 스쿨 프로그램까지 무료인 학교에 교육 수준까지 개선된다면 한인들의 인식도 많이 달라질 것이란 기대다.

학교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은 단시일 내에 이뤄질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한인들의 관심과 참여가 있다면 그 시일을 앞당길 수 있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윌셔 초등학교를 살리는 것은 이사회가 아닌 한인들의 관심과 지원이다.

문제가 있다고 자녀에게 등을 돌리는 듯한 태도라면 학교의 미래는 없다. '우리 학교'는 '우리의 관심'을 먹고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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