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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메리 크리스마스’ 와 ‘해피 하누카’

성탄절이 다가오면서 나누는 인사말로 ‘메리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가 있다. ‘메리’는 헬라어에서 유래된 말로 ‘기쁜, 즐거운’을 뜻하고, ‘크리스마스’는 ‘그리스도(Christ)’와 ‘미사(Mass)’의 합성어이다. 그리스도는 예수를, 미사는 예배를 뜻한다. 따라서 ‘메리 크리스마스’는 “하나님께 올리는 그리스도의 예배”라는 뜻이다.

크리스마스를 ‘X-Mas’로도 표기하는데 X는 그리스어로 ‘크리스’, 즉 그리스도를 뜻한다. X-Mas는 문자로는 쓸 수 있으나 일상적인 대화에서 말로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크리스마스에는 산타클로스(Santa Claus)’가 등장한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선물을 전해준다는 전설 속의 인물이다. 가톨릭 주교였던 성 니콜라우스는 착한 아이들을 찾아가 선물을 주었던 실존 인물로 유럽에서 설화로 전해 내려온다. 12세기 초 프랑스 수녀들이 성 니콜라우스의 선행을 본받아 착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 주기 시작했는데 이 풍습이 전 유럽으로 확산되었다.

신대륙 미국으로 이주해 온 네덜란드인들은 자선을 베풀었던 주교의 이름인 성 니콜라우스를 ‘산테 클라우스’라고 불렀는데, 이 발음이 오늘날 영어로 ‘산타클로스’가 되었다.

기독교인에게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인사가 있듯이, 유대인에겐 ‘해피 하누카(Happy Hanukkah)’라는 인사가 있다. 하누카는 유대인 최대의 축제절기를 뜻하는데 그 시기가 크리스마스와 겹친다.

기원전 2세기경 유대땅은 헬라 제국의 통치하에 있었다. 헬라의 왕 안티오쿠스 4세는 유대교를 향해 극심한 종교 탄압을 가했다. 당시 탄압에 항거했던 유대인 약 8만 명이 학살 당했다고 전해진다.

이때 헬라의 탄압에 반기를 든 마카베우스 가문과 이에 동조하는 무리들이 게릴라 전투를 벌여 막강한 헬라군을 몰아냈다. 예루살렘을 탈환하면서 더럽혀진 성전을 정리해 다시금 봉헌한 사건이 있었다. 히브리어 ‘하누카’는 ‘봉헌’이라는 뜻인데 이 감격스러운 사건에서 유래됐다.

하누카 축제는 8일간 행해진다. 축제 기간에는 집집마다 창가에 촛불을 밝히며, 8일간 촛불 하나씩을 이어 점화해 간다. 더럽혀진 성전을 청소할 때, 성전 등잔엔 불을 밝힐 올리브 기름이 오직 하루 분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성전 청소가 끝나고 봉헌할 때까지 8일간 등잔불이 기적적으로 꺼지지 않았다는 전설에 따라 이를 기념해 8일간 축제기간에 촛불을 밝히는 풍습이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다.

유대인은 하누카 축제를 ‘그리스 헬레니즘에 대한 유대 믿음의 영적 승리’라고 생각하면서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유대인이 자주 쓰는 히브리어 ‘야드 바솀(Yad Vashem)’은 “과거의 희생된 동족들을 기억하자”는 말이다.

이스라엘은 나치에 의해 학살된 600만 명의 홀로코스트 유대인 동족을 추모하는 기념관을 예루살렘의 하르 하지카론 언덕에 세우고 그 기념관을 ‘야드 바솀’이라 부른다. 즉 야드 바솀은 추모의 박물관이다.

‘해피 하누카’는 2000년 전에 헬라 제국에 학살된 유대교 동족들을 기억하는 또 하나의 ‘야드 바솀’이다. 유대인의 ‘과거를 기억하자(야드 바솀)’는 말은 바로 ‘미래를 준비하자’는 무언의 약속이다.

과거를 쉽게 잊고, 정권에 따라 역사가 왜곡되는 민족에게 유대인의 하누카는 깊이 새겨야 할 교훈이다. 경제가 성장하고 융성해져도 정신이 빈곤한 것은 역사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보영 / 전 한진해운 미주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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