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페셔널 라인] 예쁜 여자와 뇌기능
배원혁/성형외과 전문의
네덜란드 라드바우드대 심리학과 연구팀은 남녀 대학생 40명을 대상으로 매력적인 이성과의 대화가 뇌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했다. 매력적인 이성과 7분간 대화하게 한 후 어떤 사진이나 단어를 기억했다 답변하도록 한 결과 남자의 경우 대답 속도가 느려지고 정확도도 떨어질 뿐 아니라 자기집 주소도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고 말까지 더듬었다.
문득 예전에 들었던 우스게 소리가 생각난다. 어떤 남자에게 여자를 볼 때 무엇을 가장 중요시 하냐고 물었더니 의외로 성격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럼 못생겨도 마음씨 착한 여자면 되겠네 하며 되물으니까 남자가 하는 말인즉 일단 예선을 통과해야 성격으로 가름하는 본선 진출인데 예선에서는 외모만 본다고 했다한다.
물론 여자도 남자의 외모를 본다. 하지만 남성의 본선이 외모라면 여성의 예선은 능력이다. 여자와 남자는 앞뒤만 다를 뿐 지향하는 것은 비슷하다 할 수 있다. 여성은 좀 더 생활에 현실적이고 남성은 현실보다는 이미지에 집착하는 차이만 있을 뿐인 것이다. 극소수의 부자를 추켜세우고 스스로의 능력을 비관하듯 축복받은 외모를 지닌 극소수의 사람들을 우러르며 평범을 비참해 하는게 우리들의 모습이다.
아름다워져야만 하는 여자들과 능력과 힘을 키워야 하는 남자들이 바둥거리며 사는 것이 외모지상주의의 현주소이다. 박민규의 신작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우리 안에 외모지상주의가 얼마나 깊게 새겨져 있는지 돌아보게 하는 장편 소설이다. '미녀와 야수'는 있어도 '미남과 추녀'는 동화에서도 없는 이야기인데 이 책은 못생긴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 이야기를 다뤄 독특하다.
잘생긴 스무 살 남자가 너무나 못생긴 동갑내기 여자를 사랑하는 이야기 판타지 소설보다 더 기묘한 만남에 읽는 이들은 흥미진진하면서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게 된다.
"당신은 못생긴 여자를 사랑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 앞에 그렇다고 말할 수 있는 남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욕망대로 흘러가는 세상을 탓하며 나무라긴 쉬워도 자기 삶 깊숙이 배어있어 습관이 되어버린 욕망을 스스로 비판하고 넘어서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아름다움이 외모의 희소성으로 접근하고 그 희소성에 가치가 부여된다면 착하고 현명한 여자가 더 매력적이어야 한다. 예쁜 여자를 찾는 것보다 착하고 현명한 여자를 찾는 것이 훨씬 더 어렵기 때문이다. 외모는 한 사람을 구성하는 중요하지만 전부는 아닌 일부분인 것이다. 단지 외모가 가장 쉽게 눈에 띄는 부분이라 외모가 뛰어나면 나머지도 뛰어날 것이라는 착시 효과를 일으킨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그래도 외모가 가장 중요하다며 못생긴 것을 무슨 장애나 신체적 주홍 글씨쯤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연애든 결혼이든 자기하기 나름이니 꼭 현실은 어떻다고 말할 필요가 있나 싶다. 결국 눈에 보이는 것만 쫓다가 많은 것을 놓치게 되는 남자들과 능력 없이 외모만 믿다가 추락하는 여자들의 조합은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광경이다.
그리고 누가 봐도 못생겼다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아무리 못 생겼다 하는 여자도 어떤 남자의 눈에는 분명 예쁜 부분이 보일 것이고 그 것밖에 안보이는게 사랑이 아닐까? 독일 속담에 사랑하는 사람의 눈에는 장미꽃 가시도 안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이미 마음 속에선 그 사람이 가진 단점까지도 사랑해 버리는 것이 아닌지….
못생긴 여자를 사랑한다?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고 한다. "못생긴 여자를 사랑할 수는 있다. 단지 첫눈에 사랑하지 못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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