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이송원·조정인 인턴기자의 좌충우돌 LA정착기-10] "우리가 찍는다…할리우드 입성 그날까지!" - 저예산 독립영화 촬영장

Los Angeles

2009.09.27 21:28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기사 공유
'밀레니엄 버그' 스튜디오
'메트로 버스 LA 시내관광'을 시작으로 LA 구석구석을 발로 뛰면서 LA새내기로서 적응 체험담을 생생하게 엮어내고 있는 본지 인턴기자들이 이번에는 LA를 대표하는 산업 영화 촬영현장을 찾았다. 세계 영화산업을 좌지우지하는 영화의 본고장 할리우드의 저력은 어디에 있을까. 인턴기자들은 독립영화 '밀레니엄 버그' 현장 학습을 통해 할리우드 영화 산업의 경쟁력을 생생하게 체험했다.

한낮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어느 초저녁 노스 할리우드에 있는 한 허름한 창고를 찾았다.

CG 없이 전통방식 촬영, 스탭도 대부분 무급 봉사

500 스퀘어피트 규모 스튜디오의 '그린스크린'(특수효과 등을 위한 밝은 초록색 벽)을 배경으로 식물이 카메라 앞에 놓였다. 뜨거운 조명 아래 9명 스탭이 일제히 숨을 죽였다. 촬영장엔 미미한 선풍기 바람 소리만 들릴 뿐 정적이 감돌았다.

"오케이 컷! 자 이번엔 다른 각도로 찍어 봅시다."

감독의 사인이 떨어지자 스탭들이 다시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저예산 독립영화 '밀레니엄 버그' 촬영장의 한 장면이다.

'밀레니엄 버그'는 캠핑을 온 가족과 과학자들이 수천년동안 첩첩산중 지하에 잠들어 있던 개미 반 공룡 반 형상의 괴물의 습격을 받는다는 식인괴수 호러물. 감독의 머릿속에만 있던 상상 속 괴물은 지난 7월 그 무시무시한 모습을 드러냈다. 크랭크인 한 지 65일째 막바지 촬영이 한창이다.

켄 크랜 감독은 "괴물 숲 고스트 타운 오두막 집 등 밀레니엄 버그의 모든 장면이 이곳에서 탄생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영화는 컴퓨터그래픽(CG)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전 장면을 미니어처로 찍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촬영되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스튜디오 한 켠에는 커다란 괴수 머리 모형과 책상크기의 미니어처 오두막이 떡하니 자리잡고 있었다.

"2주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음침한 분위기가 감도는 레드우드 숲이었죠. 그 전에는 오두막 내부였고요. 하지만 보세요. 지금은 다시 지저분한 스튜디오로 돌아왔어요."

감독 카메라맨 할 것 없이 전 스탭이 달려들어 스튜디오를 뜯고 부수고 재단장하길 반복했다.

세트 하나가 완성되기까지 2주 이상 걸리는 것은 예사다. 보통 18~20일이면 완성되는 일반 저예산 독립영화에 비해 3배 이상의 촬영시간이 소요됐다.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냉방도 시원치 않은 작은 스튜디오에서 잠자는 시간까지 아껴가며 오직 촬영에만 매달려 달려온 지 몇 달째다.

그간 스케줄 짜기 예산과 인력부족 등 촬영 중 난관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실제로 촬영장의 스탭들은 무급으로 일하고 있다.

"예산 부족 등 난관 많아도 꿈꿨던 일이기에 행복"

하지만 이들의 얼굴에서 짜증이나 지친 기색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오래전 부터 꿈꿔왔던 좋아하는 영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행복하다" "다른 영화와 차별된 우리 영화의 성공을 믿는다"고 이들은 말한다.

늦은 저녁 겸 간식으로 햄버거를 먹는 막간을 이용해 감독에게 영화의 운명에 대해 조심스레 물었다.

"포스트 프로덕션팀을 만들어서 영화제에 출품하는 것이 1차 계획입니다. 배급사의 눈에 들어 일이 잘 풀리면 스크린에 오르거나 비디오.DVD로 출시될 겁니다."

하지만 이것도 운이 좋은 경우로 대다수의 할리우드 저예산 독립 영화는 소리소문없이 사라진다는 것이 감독의 설명이다. 밀레니엄 버그는 편집과 마무리 작업을 거쳐 내년 1월 완성될 예정이다. 짧은 휴식 시간이 끝나자 이날 촬영의 하이라이트 '도끼' 장면이 이어졌다.

공중에서 도끼가 회전하는 2초도 넘지 않는 단 한 컷을 담기 위해 한 시간동안 준비작업이 이어졌다. 이날 촬영장 조명은 밤 늦게까지 꺼질 줄 몰랐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LA 땅 어딘가에는 수백수천개의 '밀레니엄 버그'가 화려한 할리우드 입성을 꿈꾸며 땀방울을 흘리고 있을 거란 생각이 문득 들었다.

경제 위기와 시장 축소로 영화 시장은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지만 영화인들의 열정과 매니아들의 호응 속에 미국 내 독립영화 산업은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할리우드를 더욱 구성지게 하는 독립영화에 대한 정보처를 소개한다.

독립영화 여기서 공부하세요

▷미국독립영화협회(www.ifp.org)

독립영화제 소식과 독립영화의 제작 노트 각종 행사와 인터뷰 기사를 제공한다. 미국독립영화협회(IFP)는 1979년 뉴욕 필름 페스티벌을 통해 창단되었으며 미국내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독립영화 관련 비영리 기구다. 창단 이후 7000개가 넘는 영화 제작을 지원했으며 2만명이 넘는 영화 제작자들에게 필요 장비와 시설 정보를 제공해 왔다. 현재도 IFP는 영화 산업을 풍요롭게 하는 독립영화의 활성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린시네(www.greencine.com)

독립영화와 예술영화에 대한 리뷰가 총집합하는 곳이다. 이 외에 희귀 영화의 VOD도 감상할 수 있다.

▷고담독립영화제(www.gotham.ifp.org)

매년 시상식이 열리며 올해는 11월30일 뉴욕시티의 시프리아니 월 스트리트에서 개최된다. 지난 시상식의 시상작품과 수상배우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각종 보도자료도 볼 수 있다.

▷인디펜던트 스피리트 어워드(www.spiritawards.com)

미국 독립영화의 축제인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드. 1984년 처음 신설된 이후 아카데미 시상식 하루 전날 캘리포니아 샌타모니카 해변에서 열린다. 현재는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독립영화시상식으로 거듭난 독립영화 축제의 장이다.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