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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하비 십자가' 최후의 심판 받는다

원래 연방정부 땅에 종교 상징물 금지
'철거''존속' 끝없는 논쟁끝 대법원 심리

지난 10여 년 동안 잊을만 하면 한 번씩 전국적인 화제의 대상이 되곤 했던 '모하비 십자가'의 운명이 조만간 결정된다.

연방대법원은 오는 10월 7일 모하비 십자가의 철거 여부를 놓고 벌어지는 소송에 대한 청문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최근 밝혔다.

모하비 십자가는 LA 동쪽 샌버나디노 카운티의 모하비 사막에 우뚝 솟은 한 바위 위에 설치된 십자가이다. LA에서 15번 주간 고속도로를 타고 라스베이거스 쪽으로 가다보면 네바다 주 경계에 들어서기 직전 시마 로드(Cima Road) 출구로 빠져나가면 자세히 볼 수 있다.

1차 세계대전에서 스러진 미군들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이 십자가가 본격적인 논란의 대상이 된 것은 1999년 이다. 유타 주의 한 불교도가 십자가 근처에 불탑을 세우겠다고 나선 게 발단이었다.

모하비 십자가가 세워진 모하비 국립 보존지역을 관리하는 연방 국립공원국은 당시 불교도의 청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종교와 정치의 분리 즉 정교분리 원칙에 따라 연방정부 땅 안에는 특정 종교의 상징물이 들어설 수 없다는 논리에서였다. 국립공원국은 이와 함께 모하비 십자가도 철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이번에는 연방의회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2000년 연방의회는 개인이 설치한 십자가를 국가 예산을 들여 제거할 수 없다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법률안을 통과시켜 모하비 십자가를 존치토록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법안은 곧바로 역풍을 맞았다. 연방공원국의 국장보였던 프랭크 부오노(Frank Buono)가 "정교분리 원칙에 어긋난다"며 연방지법 캘리아포니아 중앙법원에 소송을 낸 것이다. 부오노의 승소로 모하비 십자가는 다시 철거돼야 할 운명에 처해지게 됐다.

법원의 철거 결정에 불구하고 연방의회는 물러서지 않았다. 연방의회는 2002년 모하비 십자가를 국립기념물로 지정함으로써 철거를 막았다. 국립기념물 지정으로 모하비 십자가는 미국 대통령들의 얼굴이 새겨진 마운트 러시모아나 워싱턴 모뉴먼트와 같은 반열에 올라섰다.

또 연방의회는 이듬해에는 한술 더 떠 모하비 십자가가 들어서 있는 지역 일대를 십자가 설치자의 땅과 교환토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토지 교환이 이뤄지기 직전 연방 항소법원은 국립공원국이 모하비 십자가를 철거해야 한다는 결정을 다시 한번 내림으로써 일은 더욱 꼬이게 됐다.

부오노 연방법원 연방의회 등이 서로 얽혀 사안이 한층 복잡해지자 국립공원국은 연방대법원에 '최후의 심판'을 요청했다. 지난 2월 연방대법원은 국립공원국의 소송을 받아들여 심리하기로 결정했다.

이 같은 와중에 모하비 십자가에 대해서는 철거 대신 일단 합판으로 가려놓는 조치가 취해졌다. 이로써 지금의 모하비 십자가는 멀리서 보면 십자가 대신 입간판 같은 것이 바위 위에 서있는 모양이 됐다.

정교분리는 미국 역사에서 거의 예외 없이 '뜨거운 감자' 였다. 정교분리와 관련한 최근 연방대법원의 판결 또한 이를 반영하듯 갈짓자 걸음이어서 이번 모하비 십자가 소송은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

김창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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