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진·장재혁의 교육일지] 전교생 1천명 가운데 한인 학생 1백명…80%가 기숙사 생활
필립스를 알면 미국 교육이 보인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내 부모는 줄곧 공립학교에 보냈고 과외 한 번 없이 자매를 모두 하버드에서 입학시킨 것에 대해 보람과 긍지를 갖고 있다. 남편 역시 유학생으로 미국 교육을 받았지만 사립 보딩스쿨에 다닌 경험이 없다.
글을 통해 보딩스쿨의 우월성을 주장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우리 부부는 그동안 교육현장 경험, 현재 몸담고 있는 학교에서 깨닫는 미국 교육의 긍정적인 모습을 함께 나누고 이를 통해 자녀들이 참된 교육의 장을 올바르게 누리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우리 부부가 교편을 잡고 있는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Phillips Exeter Academ)는 뉴햄프셔주 엑시터에 있는 명문 보딩스쿨 중에서도 명문으로 일컬어진다. 1781년 존 필립스 박사 부부가 세운 사립고로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보딩스쿨 중 하나이다.
고풍스러운 하버드 캠퍼스를 연상시키는 붉은 벽돌 건물들, 단정하게 정리된 잔디밭, 스포츠 시설, 교사 사택, 생태계 보호를 위해 자체적으로 개발을 제한하고 있는 녹지 등 600에이커의 방대한 캠퍼스는 ‘고교’라고 쉽게 믿겨지지 않으며 연중 내내 방문자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학교 규모·SAT 점수·AP 수업·스포츠 순위·명문대 진학 순위·입학 경쟁률 등 학교를 평가하는 대부분 기준에서 절대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필립스 엑시터는 여러 면에서 미국 보딩스쿨의 리더 중 하나다.
필립스 엑시터는 9~12학년과 Post-Graduate(고교 졸업 후 1년을 더 공부하는 과정)으로 구성돼 있다. 1000여명의 전교생 가운데 80%가 기숙 학생이며 20%는 학교에서 차로 30분 이내 거리에 있는 집에서 통학한다. 전교생의 12%는 외국 국적 학생들인데 한국 학생은 절반 정도다.
유학생은 각 나라의 지원자수 등에 따라 적합한 비율로 조절되지만 한국인은 우수한 지원자가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 국적을 가진 한인 학생들까지 합치면 한인 학생 수는 100명 정도로 추정된다.
우리 부부가 필립스 엑시터를 처음 방문했을 때 캠퍼스의 규모와 아름다움, 교사와 직원의 열정, 과학·음악관 등 우수한 시설에 놀랐다.
다시 방문했을 때 과학부 교사들을 만나서 가르침에 대한 열정과 대학 교수 못지 않은 학구적 수준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수업 참관을 통해 확인한 학생들의 높은 학습 수준과 반짝이는 학구열에도 놀랐다.
특히 타원형 테이블에 둘러앉아 학생들끼리 자유롭게 대화하듯이 질문하고 대답하는 수업에 충격을 받았다. 보통 대학 상급 학년이나 대학원에서 하는 수업을 여기서는 9학년 때부터 훈련받고 11학년이 되면 능숙하게 토론을 하며 수업을 받고 있다.
다음 회에서는 필립스 엑시터의 대표적인 교육 방법인 토론식 수업(Harkness Table)을 통해 학생들이 ‘창의적이고 독자적인 사고’를 개발하는 모습을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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