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바더 마인호프
다시 들춰보는 적군파 (赤軍派) 스토리
<바더 마인호프> (Der Baader Meinhof Komplex/ The Baader Meinhof Complex)라는 생경한 제목의 의미는 ‘바더’와 ‘마인호프’가 중심이 된 그룹이란 뜻으로 1970년대에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쳤던 독일 적군파 (RAF; Rote Armee Fraktion)의 제 1세대를 가리키는 명칭이다.
1967년 이란의 전제군주 샤가 베를린을 방문했을 때 항의하는 데모대를 경찰이 폭력으로 진압하고, 와중에 한 대학생이 총에 맞아 절명하는 사고가 터진다. 베트남전에 개입한 미국에 대한 반미 데모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 가운데 나치 잔재 청산과 반자본주의 이념 아래 미국의 존재를 독일에서 완전히 제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여 ‘적군파’가 탄생하게 된다.
이들은 평화적인 수단으로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없다고 보고 테러를 수단으로 사용하기로 결정한다.
당시 이들의 테러 행각은 유럽 전체를 공포 속으로 몰아 넣었다. 영화는 바더와 마인호프가 만난 때부터 이들이 벌인 여러 테러 활동과 수감된 후 석연치 않은 자살로 끝나는 마지막 순간까지를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여준다.
울리 에델 감독은 <브룩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 (1989)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독일 감독이다. 이 영화를 찍는 데 있어서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 했다고 한다. 철저한 고증을 거쳐 배우들의 모습도 실제 인물에 흡사하게 분장시켰고, 심지어 사용한 총알 개수까지도 사실대로 재현했다고 한다.
그러나, 자식도 팽개치고 자신의 생명조차 초개처럼 버릴 정도로 투철한 적군파의 사명감을 보여줘 얼핏 그들을 변호하고 두둔하는 영화처럼 보이지만, 감독의 의도가 어쨌든 간에 달리 보면 그들의 외골수적인 사상과 거리낌 없이 자행하는 살인행위가 보여짐으로써 관객에게 역시 극렬 좌파는 몰락할 수밖에 없다는 의식을 심어줄 수도 있겠다 싶다.
과연 바더와 마인호프들은 인류를 위해 자신을 불사른 위대한 혁명가들이었을까, 아니면 과대망상에 사로잡힌 범법자들에 불과했던 것일까?
이에 대한 판단은 관객 각자의 몫일 것이다.
적군파는 이후에도 계속 명맥을 이어오다가 1998년 공식 해체를 선언했으나 일부 세력이 반발하여 새로운 조직을 결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더 마인호프> 에는 독일 영화 사상 최대의 제작비인 2천 만 유로가 투입되었다. 2009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
좌파 언론인 울리케 마인호프 역을 맡은 마르티나 게덱은 2007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수상작인 <타인의 삶> 에서 주연을 맡은 독일을 대표하는 여배우다.
최인화 (영화칼럼니스트)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