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19)가 넘을 존재는 김연아 자신뿐이었다. '피겨 퀸' 김연아가 내년 2월 열리는 밴쿠버올림픽을 앞두고 치른 2009-10시즌 첫 대회에서 다른 선수들을 압도하며 쇼트프로그램 1위에 올랐다.
김연아는 16일 프랑스 파리 '팔레 옴니스포르 드 파리-베르시' 빙상장에서 진행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그랑프리시리즈 1차 '트로피 에릭 봉파르'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경기에서 완벽한 연기로 76.08점(기술점수 43.80 프로그램 구성 점수 32.28)을 받아 경쟁자들의 추격을 뿌리쳤다.
이날 받은 점수는 자신의 기존 쇼트프로그램 최고점이자 세계기록에 0.04점 모자랐다. 기존 기록은 2009 세계피겨선수권 당시 기록된 76.12점. 쇼트프로그램에서 76.08점을 받음으로써 김연아는 17일 열리는 프리스케이팅과의 합산 점수에서 또 한 번 꿈의 200점 돌파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전체 10명의 선수 중 9번째로 빙판에 오른 김연아는 새 시즌 프로그램 음악 '007 메들리'에 맞춰 한치의 오차없는 완벽한 모습으로 모두를 압도했다. 화려한 장식이 달린 검정색 의상을 입고 신비한 '본드걸'로 재탄생한 김연아는 강렬한 연기로 좌중의 시선을 끌어 모았다.
첫 번째 구성 요소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룹 컴비네이션 점프를 완벽하게 해낸 김연아는 뒤이어 트리플 플립 더블 악셀에 이르는 모든 점프를 완벽하게 처리했고 스파이럴과 스텝 스핀 연기등에서도 흔들림없는 모습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관중석을 향해 한 발의 총을 쏘는 포즈를 취한 뒤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엔딩 연기를 한 김연아는 자신의 연기에 만족감을 느낀듯 밝게 웃으며 양손을 하늘로 치켜 올렸다.
한편 앞서 연기한 아사다 마오(일본)는 하차투리안의 '가면무도회'에 맞춰 연기를 펼쳤지만 장기인 트리플 악셀-더블 토룹을 제대로 연기하지 못했다. 아사다 마오는 트리플 악셀에서 두 바퀴도 채 돌지 못한 채 내려왔다.
두 번째 점프인 트리플 루프와 더블 악셀은 무난히 성공했지만 58.96점(기술 점수29.80 프로그램 구성 점수 29.16)을 받는데 그쳐 3위에 머물렀다. 2위는 일본의 나카노 유카리(59.64)가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