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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주의 살며 사랑하며]유대인의 장례 - 오슬리지엄(Ossilegium)

이스라엘은 계곡과 호수, 바위와 돌, 자갈 그리고 역사적인 유적의 잔재가 그득한 흥미롭고 아름다운 나라다. 예루살렘성은 지질학적으로 경사가 심한 언덕에 세워져 있고 성안에는 무덤을 쓰지 못하게 되어 있어서 도시 주변이 무덤과 묘지로 둘러싸여 있다.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에는 예수의 제자 가운데 하나가 예수를 따르기 전에 자기 아버지의 장례를 위해서 시간이 좀 필요하다고 말하는 내용이 있다. 그에 대한 예수의 대답은 “죽은 자들로 자기의 죽은 자들을 장사하게 하고 너는 가서 하나님의 나라를 전파하라”였는데 언뜻 듣기에 무정하게 들릴 수 있다. 그래서 어떤 주석가들은 예수가 마치 십계명에 나오는 부모를 공경하라는 계명을 어긴 것처럼 비난하기도 한다. 또 어떤 설교자들은 하나님 일이 모든 일의 우선이며 말씀을 증거하는 일이 그 어떤 인간사보다도 우선한다는 것을 설교하기 위해 이 구절을 인용하기도 한다. 또 어떤 학자들은 그 제자에게 가족이 있을 것이고 그들이 영생을 믿는 믿음이 없다면 영적으로 죽은 사람이기 때문에 영적으로 죽은 자들에게 육신적으로 죽은 자들을 장사하게 하라고 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처럼 다양한 해석은 예수가 살았던 1세기초반 유대인의 장례풍습을 외면한 채 성경을 해석한 결과다. 1991년에 예루살렘 성벽 바깥쪽에 있는 감람산에 건물을 신축하기 위한 공사를 할 때, 1세기에 살았던 유대인의 전형적인 가족묘가 발굴되었다. 당시 유대인의 장례관습은 시체를 린넨으로 잘 싸서 땅속이 아니라 바위를 잘 깎아 만든 무덤 안에 안치하는 것이었다. 유대인의 무덤 안에는 시체를 놓을 수 있는 석상이 있고 무덤 입구는 돌로 막는다. 상을 당한 가족들은 일주일동안 애도의 시간을 가지며, 한 달동안 회당이나 성전 출입을 포함한 어떤 공공 모임에도 참석하지 않는다. 1년이 지나고 난 뒤 탈골이 된 뼈를 추려서 석골함에 담기 위해 무덤을 찿아가는데 그것이 “오슬리지움”이라고 불리는 두번째 장례의식이다.

탈무드에 따르면 석골함에 뼈를 담는 날은 가족들이 슬퍼하지만 그 다음날은 법적인 의무에서 벗어나는 것을 기념하며 즐거워했다. 유대인들은 육신의 살이 없어지는 것은 곧 죄가 없어지는 것으로 이해를 했기 때문에 죄에서 해방된 상태에서 갖는 두 번째 장례식이 매우 중요했다. 석골함은 무덤 안에 깎아 놓은 구멍에 보관하는데, 석골함의 크기는 사람뼈 중 가장 긴 장단지 뼈의 길이에, 두개골이 들어갈 만한 넓이로 맞추어 제작되었다. 한 무덤안에 여러 세대의 유골이 보관되었다.

이상의 장례 관습을 염두에 두고 성경 본문을 읽게 되면 이제 그 의미가 분명해진다. 유대인은 24시간 안에 시체를 매장해야 하지만 안식일이랄 지 하는 특별한 경우에는 48시간 내에 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므로 예수의 제자가 염려하는 것은 첫번째 장례식이 아니고 첫번째 장례식과 두 번째 장례식 사이의 시간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그에 대한 예수의 대답은 유대인의 두번째 장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고 하신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의 죄는 탈골되는 과정이나 인간이 행하는 어떤 의례를 통해 없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수는 제자들에게 의례를 지키는 인간의 노력으로 구원받는 게 아니고, 하나님의 은혜로 죄에서 해방될 수 있는 진리를 선포하게 하셨다. 사도행전(4:12)의 말씀처럼 “다른 이로서는 구원을 얻을 수 없나니 천하 인간에 구원을 얻을 만한 다른 이름을 우리에게 주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유대인의 장례풍습을 이해하면 예수의 부활 장면도 더 쉽게 그려볼 수 있다. 예수의 무덤과 예수의 몸이 놓여졌던 돌로 된 침상과 거기서 일어나 무덤 밖으로 걸어나가신 예수를 생생하게 그려볼 수 있다. [종려나무교회 목사, Ph.D]


최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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