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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칼럼] 한인이어서 더 서러운 홈리스

진성철/탐사보도부 기자

우리는 홈리스하면 마약 알코올 중독자 아니면 게을러서 일하기 싫은 사람이라는 고정관념이 있다. 그러나 이번 취재를 통해 그런 고정관념은 깨져 버렸다. 아이들의 교육과 아메리칸 드림을 목표로 잠 잘 시간과 번 돈을 한 푼 두 푼 아끼며 수 십년간 성실히 살아온 한인들이 서브프라임발 경제 한파를 못 넘어 홈리스로 전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인 누구나 홈리스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됐다. 쉽게 생각하면 실직이나 사업 파산으로 수입이 없어 모기지 페이먼트나 아파트 임대료를 내지 못하면 거리로 내몰려 홈리스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한인사회는 이런 변화를 감지하지도 못하고 있는데다 이들을 체계적으로 도와줄 변변한 한인단체 하나도 없는 실정이다.

이에 더해 노숙생활을 경험한 다수의 한인들은 쉼터가 없는 슬픔보다 찬바닥의 냉기보다 허리를 끊는 듯한 배고픔 보다 한인들의 따가운 시선과 냉정함이 더 큰 공포였다고 입을 모았다.

넉 달 동안 거리생활을 했던 한 한인 홈리스는 한인들의 냉정함에 대한 일화를 들려 주었다.

"비가 퍼부어 잠을 잘 수도 없어서 내리는 비를 피하기 위해 처마가 있는 건물을 찾아 그 앞에 서 있었어요. 한 10분 동안 서 있었을 무렵 건물 주인인 듯한 한 한인이 내려 오더니 당장 떠나라고 했어요. 그래서 인근에 있는 패스트푸드점이 문을 여는 새벽6시까지만 서있겠다고 사정을 했지만 건물주는 다시 떠나라며 소리를 쳤어요. 다시 한 번 부탁했어요. 눕지도 않고 서서만 있겠다고 한 번만 봐달라고 했어요. 그런데도 건물주는 완강하게 다른 건물로 가면 되지 않냐며 빗속으로 제 등을 떠밀더군요."

그는 서운한 감정에 목이 메이면서 말을 이었다

"할 수 없이 빗속을 걸어 처마가 있는 또 다른 건물 앞으로 장소를 옮겼지요. 한 15분 있으니 건물에서 라티노 시큐리티 가드가 나왔어요. 또 다시 쫓겨나겠구나 하는 마음에 빗속으로 발걸음을 옮겼어요. 그러나 그 시큐리티 가드는 비가 많이 오니 멈출 때까지 안으로 잠깐 들어오라고 하더군요. 너무 고마웠어요."

그는 그 시큐리티 가드 덕에 그 날 새벽은 따뜻하게 보낼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노숙생활을 두 달간 했다는 또 다른 한인 홈리스 역시 한인사회의 무정함에 대해 토로했다.

그는 "허기에 지쳐 인근 한인 종교단체를 찾았지만 허름한 차림새를 본 한인들이 나가라고 말하는 듯한 차가운 눈초리에 당황해 도망치듯 나왔다"고 서운해 했다. 이어 그는 "용변이 급해 한인 샤핑몰에 들어가려 했지만 비즈니스 업주가 보낸 시큐리티 가드에 의해 내쫓겼다"며 "내가 업주라도 홈리스가 샤핑몰에 들어오는 것은 반기지 않겠지만 용변이 급한 사정을 조금만 이해해 주었다면 그렇게까지 쫓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한인사회는 홈리스를 돕겠다며 앞을 다투어 다운타운으로만 몰려가고 있다.

이제는 한인타운에 새로운 소외계층인 한인 홈리스를 보다 따뜻한 시선과 온정으로 돌봐야 할 시점이다. 같은 한인으로서 쉼터나 음식을 권하지는 못해도 한인타운에서 비는 피할 수 있게 용변은 해결할 수 있게 해주는 최소한의 배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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