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절하여라, 중년 여성의 고독
오 루시!(Oh Lucy!)
![일본의 ‘윤여정급’ 배우 테라지마시노부는 혼자 사는 중년여성 세츠코 역을 처절한 고독으로 연기한다. [Film Movement]](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originals/2021/11/03/185951768.jpg)
일본의 ‘윤여정급’ 배우 테라지마시노부는 혼자 사는 중년여성 세츠코 역을 처절한 고독으로 연기한다. [Film Movement]

그런데 며칠 만에 존이 갑자기 학원을 그만두고 LA로 돌아가 버린다. 실망한 세츠코, 더 이상 학원에 나갈 생각이 없다.
미카의 엄마이자 세츠코의 언니 아야코(미나미 카호)가 찾아와 학원비를 돌려준다. 조카 미카와 존이 미국으로 도망갔다는 소식과 함께. 세츠코는 그 돈으로 무작정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아야코와 함께 조카를 찾기 위하여, 그러나 존을 다시 만나기 위하여.
미카가 보내온 엽서의 주소로 찾아가지만 미카는 이미 존을 버리고 사라진 뒤였다. 이후 영화는 미카와 존, 존과 세츠코의 삼각관계 아닌 삼각관계 속에 미카를 찾아 떠나는 여정의 로드무비 형식으로 전개된다.
삶이란 어차피 혼자다. 나 자신 외에 그 누구도 책임질 수 없는 나의 삶이다. 남에게 기대어 해결될 수 있는 일도 없다. 그러나 아주 가끔, 내가 외롭지 않다고 느끼게 해주는 그 누군가가 내 앞에 나타났다고 여겨질 때가 있다. 내일이 없다 하더라도 오늘 이 순간은 그 사람과 함께 하고 싶다는 순간의 욕망, 세츠코에게 존은 그런 존재였다.
자신의 삶조차도 받아들이지 못하던 세츠코에게 존은 유일한 위로였다. 그녀의 권태기적 삶에 우연히 나타난 존은 고독으로 차 있던 세츠코의 마음을 온통 휘감았다. 그러나 세츠코에게 돌아온 것이라곤 정작 그녀가 존에게 귀찮은 존재라는 냉정한 현실감이다.
일본의 ‘윤여정급’ 배우 테라지마시노부가 대체 불가의 연기를 보인다. 친구도, 사랑도, 가족도 없는 외로운 영혼, 대도시의 한 귀퉁이 어수선한 공간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에 목숨을 버리려던 중년여성 세츠코를 심플함과 처절함의 역설로 표현해낸다.
독특한 감성의 신예 히라야나기 아츠코의 감독 데뷔작으로 2017년 칸영화제 초청되어 상영됐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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