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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추성훈과 아키야마 요시히로

김동필 / 코디네이터

'추성훈'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은 것은 10년쯤 전으로 기억된다.

재일교포 4세인 그가 한국 유도 대표선수가 되고 싶어 한국을 찾았다는 보도를 접한 것이다. 그 기사에 유난히 눈길이 머문 것은 '해외교포'라는 공통분모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는 끝내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다른 이유가 그의 희망을 꺾었다. 알려진 바로는 유도계 파벌다툼의 희생양이 됐다는 것이다.

직접적인 이유는 그렇더라도 해외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그가 한국사회에 적응하기란 여러모로 쉽지는 않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결국 할아버지의 나라에서 좌절과 원망만 안고 다시 현해탄을 건넜다.

이런 실망감이 작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얼마 후 일본 국적을 취득했고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 일본 대표로 참가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시상대에 선 그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그야말로 만감이 교차했을 것이다.

그리고 추성훈이라는 이름은 잊혀졌다. 그러다 그 이름이 다시 돌아온 것은 '격투기 선수'라는 수식어를 달고 였다. 격투기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부터다. 유도선수 추성훈은 배척당했지만 격투기 선수 아키야마 요시히로는 스타가 됐다.

그러나 충분히 짐작할 수 있듯이 그의 성공은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다. 고비가 닥칠 때마다 이를 악물고 극복한 결과다. 그래서 얼마 전 LA를 방문했던 그가 더욱 살갑게 느껴졌다. 한국과 일본 양쪽 모두에서 완전하게 뿌리 내리지 못했지만 끊임없이 편견과 좌절에 맞서 정면승부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그와 관련된 자료들을 살펴 보면서 몇 몇 사항들을 읽어 낼 수 있었다.

우선은 치열한 도전정신이다. 일본에서 촉망받는 유도선수였던 그가 태극마크를 달고 싶다는 소망하나로 한국을 찾은 것도 유도에서 격투기 선수로 변신한 것도 일종의 모험이었다. 현실에 안주하기 보다 끊임없는 도전을 통해 변화와 꿈을 택한 것이다. 꿈을 꾸는 사람은 아름다운 법이다.

두번째는 자신감이다. 그는 누구 앞에서도 주눅들지 않는다. 아무리 강한 상대를 만나더라도 '자신있다'고 말한다. '재일 한국인'으로서 경험했을 수많은 편견과 차별도 이런 뚝심으로 극복했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것도 나 자신이다. 새롭지 않은가'라며 웃었다고 한다.

세번째는 철저한 프로정신이다. 아무리 몸이 아픈 상황이라도 최소 하루 4시간 이상은 연습에 몰두한다고 한다. 승부의 세계에서 꾸준한 연습만이 유일한 생존 수단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노력 없이는 결과도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기 정체성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다. 그는 경기 때마다 태극기와 일장기가 함께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나선다. 피가 흐르는 조국과 태어나고 자란 나라 둘 다 그에게는 소중한 존재라는 것이다. 이런 모습은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라는 우리 2세 3세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해외 한인으로서의 정체성은 양자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둘 다 담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LA를 방문한 그가 "LA한인팬들과 깊은 만남을 갖고 싶다"고 말한 것도 이런 동질감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의 전진을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모습은 수많은 해외 한인 자녀들에게 단지 스포츠 스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롤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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