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진·장재혁 박사의 교육일지] ③ 수학도 토론하는 하크네스
필립스 엑시터를 알면 미국 교육이 보인다
필립스 엑시터는 과학 수업도 하크네스를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경험하고 질문하도록 유도한다. 하크네스는 토론이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예측 불허’ 수업이기 때문에 교사 입장에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수업의 기본 내용을 토대로 토론을 이끌어 가지만 실제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지 모르기 때문이다. 다양한 질문에 완벽하게 답변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도전인 동시에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인정할 수 밖에 없다.
하크네스의 가장 독특한 예는 수학 과목일 것이다. 교과서 없이 자체 문제집만 갖고 수업하는데 아무런 지침도 없이 숙제로 약 8개의 문제를 풀고 다음날 학생들이 풀이를 발표하고 풀이 방법에서 나타난 개념을 토론한다.
공식을 외워 수십개의 문제를 풀었던 기존 수학 시간과는 정반대의 방식이다. SSAT 90점 이상의 우등생들이 수학 수업을 어려워하는 이유일 것이다.
한 문제를 두고 여러 다른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을 깨우치는 시간이기도 하다. 동료 수학 교사는 엑시터 수학에 대해 ‘사회에서 맞닥뜨리는 문제들은 공식을 첨부하지 않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교육의 목적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말이다. 주어진 문제를 파악하고 접근하는 법을 배우는 것, 논리에 따라 문제를 풀어내는 과정을 훈련하는 것, 과정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며 더 나은 해결점을 함께 찾아가는 것이 교육의 중심이다.
최 박사가 선생님 말씀을 잘 듣고 수업의 내용을 잘 소화해 내는 한국식 모범생이 필립스 엑시터에 왔다면 인생이 매우 고달팠을 것이다.
하지만 질문과 참여를 강조하는 미 고교 교육을 받고 직접 교우들을 가르치면서 배운 대학 과정, 창의력과 표현력을 요구하는 박사 과정을 거치면서 새로운 스타일의 교육에 대한 가치를 깨달을 수 밖에 없었고 결국 필립스 엑시터의 하크네스 테이블로 오게 되었다.
장 박사에게 가장 멋진 수업으로 기억되는 것은 한국 중학교 2학년 과학 수업이다. 당시 선생님은 ‘왜 그럴까’ ‘그래서?’라는 질문을 많이 던졌고 정답을 향한 생각을 창의적으로 열어주었다.
바로 하크네스 철학과 통하는 부분이다. 하크네스 정신은 ‘선생님 말씀 따라서 공부 잘하겠습니다’ 보다는 ‘제가 스스로 잘 놀겠습니다’ 쪽이다.
놀이터 모래바닥에서 마음껏 노는 아이들이 기쁨과 만족감으로 성장하듯 새로움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 불을 내뿜으며 성장하는 아이들이 수업의 주인이 되도록 해 준다.
그 내용들을 자신의 관점과 아이디어로 파헤쳐 보고 답을 찾게 하는 경험은 학생들로 하여금 자유로운 지적 성장을 이루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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