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홍기의 시카고 에세이]네이티브 스피커
‘네이티브 스피커’(Native Speaker)는 1994년 이창래 작가의 첫 소설 작품이다. 1965년생인 이청래는 세살 때 의사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 이민 온 1.5세 작가이다. 그는 유복한 가정 덕분에 뉴욕주 부촌에서 자라 예일대 영문학과를 나와 현재 스탠포드대학 영문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워낙 어렸을 적에 이민 와 중상층 생활로 전형적인 미국인 본토 생활과 문화에 젖은 인물로 오히려 한국이 외국이라는 생각을 가졌으나 사춘기 고등학교 시절 자기의 정체성을 각성해 문학적 소양을 갖기 시작하였다. 이는 ‘파친코’를 발표한 이민진 작가와 비슷한 이민의 시작이었으나 이민진 작가는 초기 1세대 부모의 어려운 환경 속에 자라 소설 속에 담은 철학은 비슷하나 풀어나가는 내용 전개는 퍽이나 다르다. 필체도 이민진은 하드보드 스타일로 간결하고 진취적인 반면, 이창래는 재치가 넘치고 섬세하며 서정적으로 구성이 탄탄하다.
더 나아가 광은 협소한 가족 개념을 넘어 모든 이민자를 아우르는 공동체를 추진한다. 그래서 그는 금전을 대출해주는 사설 계(ggeh)를 조직하고 가족이나 지연 관계를 넘어 인종을 넘어선 공동체로 확장한다. 은행 대출이 막힌 모든 소수 민족에게 종자돈을 마련해 줘 정착을 하는데 도움을 준다. 그로 인해 그는 선거구민들의 많은 지원을 받아 유망한 시장 후보가 되었다. 그러나 자기가 객관적으로 훌륭한 정보라고 믿어 제공한 정보가 주류 백인 사회에서 정치적 음모로 바뀌었고, 결국 언론은 불법적인 ‘사설 은행’이라며 일종의 마피아 행위라고 보도한다. 헨리는 계가 불법이 아니고 모든 이들에게 사람답게 사는 역할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시위대는 ‘밀입국 주선자’ 내지 ‘미국인 만을 위한 미국인’이라는 피켓을 들고 광의 집 앞에서 시위를 한다. 이에 광은 술을 마시고 음주운전 사고를 내고 정치적으로 몰락한다. 그러나 사법 당국은 특별한 범죄 증거를 발견하지 못해 재판에 회부 못하는 대신 불법 이민자를 도와 주었다고 이민국으로 넘겨 그와 함께한 다른 이민자와 함께 한국으로 추방한다.
헨리의 생각은 직업상 정보를 제공하였을 뿐 그런 의도는 처음부터 없었다. 그러나 사실은 왜곡돼 백인들의 추한 정치적 음모로 끝이 났다. 그 후 헨리는 가난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아내를 찾아가 도운다. 그리고 그토록 싫어했던 한국 슈퍼에 가서 한국 음식을 사오고, 이민자 아동들에게 부모의 모국어 발음을 강조하며 이름을 불러 주는 것으로 소설은 끝난다.
이 소설은 그 후의 작품 ‘제스처 라이프’(A Gesture Life) ‘생존자’(The Surrender)‘가족’(Aloft) 등과 함께 헤밍웨이 재단상, 반스앤노블 신인상, 뉴보이스상, 풀리처상 최종 후보 등 여러 수상을 하였으며, 특히 매년 노벨 문학상 후보로 올라가기도 하였다.
한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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