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복수국적의 사회적 동의
노재원/편집국장
법무부는 개정안 입법 예고와 관련, “복수국적을 가진 한국인의 국적 이탈을 줄이고 글로벌 시대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고 밝혔다.
복수국적은 사실상 미주 한인의 문제다. 한국의 복수국적자 전체 5만 여명(2009년 7월 기준) 중 60%를 넘는 3만 1천 638명이 미국 국적자다. 미국에 이어 일본(1만 5천 65명)이 두 번째로 복수국적 대상자가 많지만 일본은 복수국적을 허용하지 않는다.
법무부 개정안에 대한 미국 동포들의 평가는 만족스러운 것 같지 않다. 법무부 개정안이 다수의 미주(해외) 한인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되는 입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미국 내 한인 시민권자의 다수를 차지하는, 군 복무를 마친 뒤 이민을 와 시민권자가 된 남성이나 22세가 넘은 여성은 복수국적을 가질 수 없다.
또 2세들의 복수국적 취득 또한 제한적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군 복무를 마치지 않은 2세들의 경우 복수국적 유지가 불가능할 뿐아니라 군 면제자에 대한 복수국적 허용 여부는 결론조차 나지 않았다.
2세들은 군 복무를 마친 뒤 2년 내에 ‘한국에서 외국 국적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서약까지 해야 한다. 여성 역시 만 22세 이전까지 ‘외국 국적 불행사 서약’을 해야 한다.
한국사회 내 뜨거운 이슈인 군복무 여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 거주하면서 위화감을 조성할 수도 있는 외국인 행세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지만 이는 한국사회의 해외 동포에 대한 편견이 담겨 있는 듯한 느낌이다.
미국에서 출생하거나 아주 어린 나이에 이민을 와 시민권자가 된 2세를 둔 부모들은 이 때문에 “복수국적을 얻기 위한 조건으로 한국 군대에 보내야 할 지, 솔직히 망설여진다”고 말한다.
문화와 가치가 똑같지 않은 삶의 터전에서 살아가는 2세들에게 획일적인 군 복무를 요구하기 보다 모국에 대한 정체감과 소속감을 갖고 봉사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게 이들의 바람이다.
한국에 대한 향수가 큰 65세 이상의 한인들은 개정안에 대해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도 아쉬움을 내비친다. 한국과 미국, 두 곳 모두를 자신의 국가로 생각하고 있는 이들은 ‘영구 귀국’ 및 ‘외국 국적 불행사 서약’이라는 전제 조건이 그다지 달갑지 않다.
모든 제도나 법률, 규정이 완벽할 수는 없다. 법무부의 국적법 개정안은 유능한 해외 동포들이 자신의 역량을 한국에서 발휘할 토대를 처음 마련했다는 점에서는 의미 있다.
그러나 재외 국민의 생존적 상황과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제한과 단서 조항들은 자칫 한국을 모국으로 그리워하는 더 많은 해외 한인들에게 위화감 혹은 소외감을 초래할 수 있다.
원정 출산으로 복수국적자가 된 경우, 18세 이전에 한국 국적을 포기한 다음 병역 의무를 면제 받고 이후 우수인재 외국인으로 다시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방법으로 법을 악용할 수도 있다.
국적법 개정안이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글로벌 시대 국적 이탈의 이유가 무엇인 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아울러 우리 시대 사회적 동의에 대한 구성원들의 지지와 존중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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