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수술 미루다 병 키우지 말아야
몇달 전, 60대 여성 분이 상담을 위해 오셨습니다. 복부 CT에 우연히 맹장 종양이 발견되었기 때문입니다. CT상으로는 이 종양이 악성인지 양성인지는 알 수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맹장 안에 있는 종양은 내시경으로도, 주삿바늘로도 조직 검사가 불가능하므로 조직 검사를 위해서는 맹장을 떼어내야 했습니다. 맹장 수술은 대부분의 경우 복강경으로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수술입니다. 조직 검사가 양성으로 나온다면 당연히 더는 치료가 필요 없고, 악성으로 나온다 하더라도 조기에 잘라내면 더는 치료가 필요 없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바탕으로, 혹시 악성인 경우를 대비해서 최대한 빨리 수술을 하는 것을 추천해 드렸습니다. 하지만, 오랜 기간의 상담 끝에 이 분은 결국 수술을 하시지 않으셨습니다. 수술이 너무 무서워서 도저히 못 하시겠다는 것이었습니다.LA 한인타운에서 외과 전문의로 있으면서, 한인 환자분들을 보면 제 부모님, 조부모님들 같이 느껴지는 마음이 많기에 이런 일이 생기면 안타깝고 조바심이 납니다. 간단히 할 수 있는 수술인데, 시간을 지체하다 큰 병으로 키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바심이 나고, 혹시 악성 종양이라고 해도 일찍 잘라내면 수술만으로 치료가 끝날 수 있는 상황인데 수술이 무서워서 치료기회를 놓치시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합니다.
미국에서 외과 전문의로 일하면서 많은 인종의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는데, 한인 환자분들이 공통점으로 가지고 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바로, 수술과 마취에 대한 오해와 잘못된 내용을 바탕으로 생긴 두려움입니다. “마취에서 못 깨어나면 어떡합니까?” “전신 마취를 하면 머리가 나빠진다고 하던데요” “전신 마취를 하면 수명이 짧아진다고 하던데요” 등이다.
물론 1960-70년대에는 쓰였던 마취제들은 이런 종류의 부작용이 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점을 개선한 마취제들이 많이 발전했고, 마취 상태에 있는 환자를 모니터하는 기술도 많이 발달했습니다. 이제는 이런 마취제 부작용이 일어나는 경우는 굉장히 드문 일이 되었습니다.
외과 전문의로서 한인 환자분들께 꼭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수술을 두려워하지 말고, 병이 커지는 것을 두려워해야 합니다. 최상의 수술 결과를 낼 수 있는 시기를 놓치고, 질환이 심해진 상태에서 어쩔 수 없이 수술하게 되면, 수술로 인한 부작용의 확률도 높아지고, 회복 기간도 길어지며, 마취의 위험성도 올라갑니다. 탈장을 예로 들면, 탈장의 크기가 크지 않을 때, 통증이 심하지 않을 때, 장이 끼기 전에 수술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만약, 탈장의 크기가 커진 이후에 수술한다면, 수술 후 재발할 확률도 올라갑니다. 그리고 혹시 탈장이 끼어서 감도는, 괘사 현상이 일어난 상태에서 응급수술을 하게 된다면 마취의 위험성, 재발률뿐만 아니라 심한 경우에는 생명에 위협이 오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외과 전문의들이 수술을 권유할 때에는수술뿐만 아니라 마취의 위험성도 꼼꼼히 검토합니다. 이런 검토 후, 위험성이 낮다고 판단 될 때 수술을 권유합니다. 인터넷이나 주변 사람들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무조건 두려워서 피하시지 마시고, 의사와 상담을 해 보시고, 의학적인 연구 내용을 바탕으로 한 결정을 하시기를 바랍니다.
▶문의: (213) 674-7517
장지아 / 일반 외과 원장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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