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칼럼] 동국대 - 예일대의 '신정아 전쟁'
봉화식/ 전국뉴스부 데스크
주지하다시피 이 파문은 4년전 예일대 미술사 박사를 사칭한 미혼 여성이 고위층의 주선으로 동국대 교수로 취직한뒤 가짜 학위가 들통나 대한민국 주요인사 상당수가 '명문대 사칭 고해성사' 시리즈를 이어나갔던 스캔들이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이런 공무원도 있구나"라고 감탄했던 측근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이 얽히자 '깜도 안되는 사건'이라 일갈했던 비리의 실체가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와 한 나라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놓은 바 있다.
이후 대기업.연구소가 앞다퉈 직원들의 학위 확인에 나서고 심지어 예비 부부끼리도 상대방의 졸업장 제시를 요구하는 웃지못할 사태가 벌어졌다. 학벌 만능주의 사회가 초래한 한바탕 해프닝이었다.
독자 이해를 돕기위해 복잡했던 사건의 상황 전개를 잠시 되돌아보면 2007년 신 씨의 학위 날조 의혹이 터지자 동국대는 예일대에 진위여부를 의뢰했지만 한국을 얕잡아본 슈마이스터 부원장이 없는 학위증명서가 '존재한다'는 팩스를 한국으로 보내며 일이 더 꼬였다.
이후 예일대는 한술 더떠 "학위 확인 요청 편지를 받은 적도 없고 동국대가 제시한 팩스는 한국에서 위조된 가짜이며 정작 피해자는 우리 학교"라고 발표했다.
예일대의 발뺌 이후 한국 여론은 교수 학위조차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동국대를 '난도질' 해댔다.
예일대로부터 받은 증명서를 보였지만 여론을 되돌리기에는 턱도 없었다. 예일대의 무례함 때문에 피해자이면서도 이미지가 무참하게 실추된 동국대는 마침내 5000만 달러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으며 코네티컷주 법원이 최근 정식 재판을 명령 2라운드에 본격 돌입했다.
동국대가 제시한 피해는 ▷재학생 및 향후 지원 학생의 부정적 인식 형성 ▷합격생중 미등록자 증가 ▷모교에 대한 재학생 만족률 추락 ▷사건 관련 교직원 및 교수진 보직해임 초래 ▷정부지원금.기업.동문 후원금 200억 원 이상 감소 ▷법학전문 대학원(로스쿨) 지정 탈락 ▷비난 대응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 지출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지금까지 예일대가 보여준 태도는 한인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한 실정이다.
신정아가 검찰에 체포된 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바쁜 업무 탓에 잘못된 팩스를 보냈다"고 마지못해 시인하면서도 버젓이 소송 기각을 요청하는 이중잣대를 드러냈다.
동국대는 "예일대는 '신정아 스캔들'이 심각한 사안임을 알면서도 한국 검찰의 소환장을 받기 전까지 의도적으로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예일대는 "동국대가 불필요한 소송으로 교육.연구 활동 대신 의미없는 일에 시간과 돈을 낭비하고 있다. 그럼에도 결국엔 우리가 승소할 것"이라 자신했다.
이제 한 여성이 일국의 정부 관리와 싸구려 소설 같은 연애를 벌여 협찬금을 얻어냈다는 사실은 본류에서 벗어났다. 향후 주요 관심사는 한-미 두 대학의 '자존심 대결'에 따른 최종 법원 판결문로 옮겨졌다.
미국 아이비리그 최고 명문이 한국의 사학을 나락에 떨어뜨린 이번 사건이 어떤 결론을 도출할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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