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진·장재혁 박사의 교육일지] 성적만큼 타인 배려 정신도 중요
필립스 엑시터를 알면 미국 교육이 보인다…④ 자신만을 위하지 않는 교육
번역하면 ‘자신을 위하지 않는’ 이라고 할 수 있다. ‘Non Sibi’는 ‘하크네스’와 같이 일상에서 늘 사용하는 필립스 엑시터의 언어이다.
지난해 연말 졸업생들에게 줄 상에 대해 과학교사끼리 회의를 하면서 “그 학생은 공부는 잘 하지만 너무 Sibi한 것 같지?”라고 했던 조크가 섞인 대화가 기억난다.
필립스 엑시터의 우등생이라면 공부를 잘 할 뿐 아니라 동료를 배려하고 돕는 Non Sibi의 정신을 실천해야 한다는 뿌리 박힌 학교 문화를 보여주는 한 예이다.
지난 229년 동안 매년 첫 학생 조회에서 교장은 학교의 창설자인 필립스 박사의 학교 기부 증서를 주제로 연설해 왔다. 이 문서는 학교의 헌법과도 같은 것으로 학교 교육 이념의 기초를 담고 있다.
가장 중요한 핵심은 ‘지식과 선함(knowledge and goodness)’으로 간추릴 수 있다. ‘지식이 없는 선함은 약하지만 선함이 없는 지식은 위험하다.
지식과 선함이 하나가 되었을 때 가장 고귀한 인격이 형성되고 인류에 공헌할 수 있는 튼튼한 기초를 형성한다’는 내용이다. 필립스 엑시터는 세상에 유익을 줄 수 있는 사람, 다른 사람들을 위할 수 있는 사람을 배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학업의 모든 부분에서 하크네스의 지적 탐구를 펼치는 필립스 엑시터 학생들은 학교 생활의 모든 부분에서 Non Sibi를 실천하는 것을 진정한 엑시터 학생다운 행동으로 여긴다. ‘자기 자신을 위하지 않는’ 정신이 곧 선함의 실천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필립스 엑시터의 Non Sibi는 하버드의 봉사정신과 비슷하다. 하버드 캠퍼스로 들어가는 많은 문 중에 최 박사가 가장 좋아하는 문은 덱스터 게이트(Dexter Gate·사진)인데 캠퍼스로 들어가는 쪽에는 ‘들어가서 지혜를 키워라’고 써 있고 캠퍼스에서 나오는 쪽에는 ‘나가서 당신의 나라와 인류를 섬기라’ 고 써 있다.
교육의 본질이 자신의 지적 호기심을 만족시키거나 이익을 추구하는데 있지 않고 사회 봉사에 있다는 정신은 필립스 엑시터에나 하버드에나 살아 숨쉬는 정신이다.
필립스 엑시터에서 가장 큰 학생 단체인 Exeter Student Service Organization(ESSO)에는 70여개 클럽이 있다. 700여명의 학생들이 봉사활동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필자 부부도 ESSO 클럽 중 어린이들에게 악기 연주를 가르치는 클럽, 외국 입양아들과 엑시터 학생들이 형제·자매를 맺는 클럽, 한국 문화와 언어를 알리는 클럽에서 지도 교사로 봉사하고 있다.
자기 자신만을 위하지 않는 교육의 이념은 교사들의 삶 속에서도 자연스레 묻어나는 진실한 가르침이다.
예를 들어, 생물학 교사는 안식년 기간에 온 가족이 함께 일년간 온두라스의 한 고아원에서 살면서 그들을 위해 봉사했고, 그 후에는 봄방학 마다 필립스 엑시터의 학생 자원봉사자들을 데리고 고아원으로 간다.
ESSO 전체를 이끌어가는 교사는 자신의 평생을 통해 지역사회 봉사에 앞장서 왔다. 한국에서는 요즘 봉사활동이 대학 원서의 하나의 아이템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는 서글픈 소식을 접한다.
사회 봉사에 대한 인식과 경험이 깊이 뿌리 박히지 않은 한국의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면서도 별다른 특기가 없는 학생에게 한 가지라도 더 원서에 적어 넣을 ‘활동’이 큰 유혹이 되는 현실에 서글프지 않을 수 없다.
필자 부부는 사회 봉사정신이 살아 있는 필립스 엑시터에서 그 정신을 실천하는 많은 동료들과 학생들에게 배우며, 우리의 자녀들에게 자기 자신만을 위하지 않는 법을 가르치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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