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 주승격 되면 “민주당이 미국 삼킨다”
주승격, 지위상승 여겨…민주 의회장악 노림수도

워싱턴DC 전경.
지난 26일 50여명의 흑인민권운동가들이 9개 도시 연쇄 방문 투어 ‘프리덤 라이드’의 종착지로 워싱턴 DC에 도착했다. 이들은 내셔널 몰에서 이 지역 운동가들과 함께 워싱턴 DC의 주승격을 허가하라는 내용의 시위를 벌였다. 전국흑인연합 워싱턴 지부 아코수아 알리 회장은 “연방세금을 내는 워싱턴DC 주민들에게 그들을 대표할 연방의원을 둘 수 없다는 것은 헌법정신에 위배된다”면서 “상원에 계류 중인 주승격 법안 통과를 어렵게 하는 민주당 조 먼친 의원은 각성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 초 하원을 통과한 워싱턴DC 주승격 법안(H.R.51)은 “민주당 의원이면서 공화당 성향에 더 가까운” 조 먼친 상원의원의 반대로 통과가 어려울 수 있다. 의석 수가 51(민주) 대 50(공화)인 상황에서 먼친 의원이 반대할 경우, 50대51로, DC 주승격은 물거품 되는 것이다. 먼친 의원은 “주승격 문제는 의회가 정할 수 없으며, 헌법수정 안건으로 국민들이 투표로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공화당은 만약의 경우 필리버스터를 행사해서라도 DC의 주승격을 저지한다는 전략이다. 주민들 대부분이 흑인인 워싱턴DC는 민주당 텃밭이다. 따라서 DC가 51번째의 주가 되면 이곳에서 배출될 하원의원 1명, 상원의원 2명은 자동적으로 민주당이 돼 상·하원에서 민주당 의석수를 늘려줄 뿐이다. 특히 동수로 양분된 상원의 경우, 민주당 의석이 늘어나면 거의 모든 안건에서 민주당이 상정한 법안들이 자동 통과할 가능성을 열어준다. DC의 주승격은 그같은 정치적 함의 때문에 수십 년 간 막혀왔다.
워싱턴 DC 주민들은 자신들을 대표하는 연방의원이 없다고 불평하지만, 백악관과 연방건물만 DC로 남기고 나머지 지역을 메릴랜드주로 편입하자는 제안에 대해서는 거부 의사를 확실히 하고 있다. “주민들은 DC의 주승격을 하나의 지위상승으로 여기고, 정치세력은 이를 민주당의 의회장악 노림수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워싱턴DC의 인구는 약 70만 명. 이 특별한 도시가 ‘워싱턴 더글라스 주’로 승격하면 알래스카와 하와이가 1959년 주에 포함된 이후 처음으로 새로운 주가 등장하는 것이다. 워싱턴DC를 주로 승격하는 법안은 지난해 6월 사상 처음으로 하원 관문을 통과했으나 당시 상원을 장악한 공화당의 반대로 흐지부지됐다. 이번이 하원 통과 두 번째지만 역시 공화당의 결집과 사실상 캐스팅 보트를 쥔 조 먼친 의원의 확실한 반대의사로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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