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인터뷰] '건축가에겐 보고 느끼는 게 재산'…한국 후학 양성 힘쓰는 건축가 김태수씨
매년 한 명씩 세계여행 장학금 지원…자질 판단 위해 면접은 ‘필수’
주인공은 커네티컷 하트포드에 있는 건축설계사무소 ‘태수 김 파트너스 아키텍트’ 김태수(72·사진) 대표.
김씨는 서울대 건축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지난 61년 미국으로 유학와 예일대에서 건축학 석사과정을 마쳤다. 지난 70년 커네티컷 하트포드에서 건축설계사무소를 시작한 그는 70대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30여명의 건축설계사들과 함께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김씨는 지난 91년 ‘T.S.Kim 건축 펠로십 재단’을 설립, 한국의 젊은 건축가들이 세계를 여행하며 건축물을 직접 볼 수 있도록 여행 경비와 그에 따른 절차를 지원하고 있다. 매년 1명을 선발해 1만달러를 지원한다.
“매년 이 장학금에 지원하는 60~80여명이 자신들의 포트폴리오를 보내오는데, 이중 3명을 선정해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면접을 보지요. 제가 면접을 보러 직접 갈 때도 있고, 못 갈 때는 한국의 저명한 건축가들에게 인터뷰를 의뢰하기도 합니다.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면 건축가가 되고자 하는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기 때문에 면접을 빼놓을 수 없지요.”
김씨는 “미국에는 이같은 ‘트래블링 펠로십’이 많지만, 한국에는 없기 때문에 제가 먼저 시작한 것”이라며 “지원금 1만달러를 받으면 2년 내에 여행을 가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한국에도 이름이 잘 알려진 건축가로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이 그가 설계한 대표적인 작품이다. LG리서치센터 등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들을 수행한 그는 미국에서는 주로 대학교 건물을 설계했다.
예일대 인류학과 건물, 뉴욕주 업스테이트 콜게이트대학교 과학관 건물, 커네티컷 칼리지 등 많은 대학 캠퍼스 건물들이 그의 작품이다. 튀니지 미국대사관 건물도 설계했다.
김씨의 딸 미경(43)씨는 로드아일랜드스쿨오브디자인(RISD) 조경학과 과장으로 일하며 부친의 길을 잇고 있다. 서울의 명소로 거듭난 청계천 조경이 미경씨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미경씨는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했는데,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잠재돼 있던 자신의 재능을 뒤늦게 발견하고 조경학으로 전공을 바꿨다.
김씨는 “우리 1세대는 전쟁을 겪으며 공부도 제대로 못하고 미국에 와서 자리를 잡는데 많은 고생을 했다”면서 “그래도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남보다 더 열심히 하고, 꾸준히 노력한 결과”라며 “요즘 젊은이들이 편안한 생활만 하려고 하는데 2세, 3세들도 1세들이 노력한 것과 같은 근면함을 이어받는다면 미국서 크게 성공할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안준용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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