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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산책] 존경할 사람을 찾아야 하는 이유

“세 사람이 길을 가다보면 반드시 내 스승이 있기 마련이다(三人行 必有我師).” 옛 어른들의 가르침이다.

“존경하는 분이 있습니까? 없으면 찾으세요. 잘 살펴보면 주위에 많습니다.” 주위 사람들에게 자주 하는 부탁이다.

특히 예술 하는 사람들에게 더욱 적극적으로 권한다.

존경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내 삶이 짙어지고 알차질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되도록 다른 사람의 좋은 점을 보려고 애쓰고, 그 좋은 점을 배우려 노력하는 동안 나도 모르게 조금씩 좋은 사람이 되어간다는 느낌….

되도록 많은 사람을 존경하고 싶다. 누구라도 좋다. 단군 할아버지라도 좋고, 소크라테스 형님이라도 좋다. 부모님도 좋고 자녀일 수도 있다. 존경의 대상이 배우자라면 정말 바람직할 것이다. 존경은 나이와 상관없다. 오래 살았다고 훌륭한 건 결코 아니다. 예를 들어 나는 우리 딸 아이들을 존경한다. 나보다 똑똑하고 영어도 잘 하고, 인간적으로도 나은 점이 많기 때문이다.

공자님 말씀을 빌리지 않아도 실제로 우리 주위를 보면 존경할 만한 스승이 많다. 각 분야에서 자기가 하는 일에 확신을 가지고 고집스럽게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 어찌 보면 ‘바보 같은’ 사람들….

문호 톨스토이는 “모든 남자와 여자의 할 일은 남들을 존경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로 유명한 유홍준 교수가 즐겨 인용하는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도 같은 말이다. 나는 이 말을 “세상 어디에나 나보다 나은 사람, 즉 스승이 있게 마련이다” 정도로 해석한다.

존경하는 사람의 존재는 삶의 이정표나 화살표 같은 것이다. 흔들리고 방황할 때 올바른 방향을 알려주는 든든한 등대 같은 존재…. 그러므로 신분이나 재산이나 직위 같은 것으로 사람을 존경해서는 안 된다.

한 개인의 삶에서 존경하는 사람의 존재가 중요하듯, 한 사회나 국가에도 존경 받는 인물이 필요하다. 집안에 믿음직한 기둥이 필요하듯….

지금이야 말로 모두가 존경할 만한 기둥 같은 사람이 필요한 상황인데 세상은 반대로 돌아가고 있다.

조금이라도 높고 잘 나가는 것이 보이면 너도 나도 달려들어 무조건 끌어내리고 비난하고 헐뜯고 짓밟기에 혈안이 되어 미쳐 돌아가는 판이다. 지금의 일부 1인 미디어나 개인 방송처럼 그런 짓으로 자기 배를 채우는 야비한 인간들이 극성을 부리면서 철저한 하향평준화가 되풀이 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존경할 만한 인물이 하나도 남아 날 수가 없다. 우리 역사에서 존경 받는 분들도 지금 같은 식으로 무차별로 헐뜯고 깎아내리고 비방하고 나서면 한 사람도 남아 나지 못할 것 같다.

그렇게 모두 무너져버린 역사는 얼마나 스산할까? 참으로 서글픈 일이다.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분은 내가 찾아서 섬겨 모시면서 배워야 하듯, 나라와 국민이 존경하는 인물은 사회가 뜻과 마음을 모아 섬겨야한다. 존경받는 훌륭한 인물은 물론 태어나기도 하지만 만들어지는 측면도 강하다.

선거철만 되면 정치판은 성인군자를 찾아 아수라장으로 변해, 미쳐 돌아가지만 완벽한 인간이란 애당초 없는 것이다.

서글픈 마음으로 옛 어른들의 말씀을 찾아 다시 읽는다.

인간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존경과 사랑이다(나폴레옹), 존경이 없으면 진정한 사랑은 성립되지 않는다(피히테), 사회에서 존경 받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가정에서도 아내와 자식에게 존경받을 수 있어야 한다(몽테뉴) 등등.


장소현 / 시인·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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