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피부질환과 정신질환

손창배/손창배피부과 원장

정신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병원은 어디일까? 답은 물론 정신과겠지만 이를 제외하면, 이 환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피부과라는 보고가 있다.

피부과와 정신과라 하면 별 관련이 없는 두 가지의 전문과들로 들리지만, 사실 이 둘은 직접적으로 또 간접적으로 깊은 관련이 있다.

첫째로 어떤 피부질환은 직접적으로 정신 질환과 연결되어 있다. 대표적인 예로 ‘딜루젼 오브 패러스토시스(Delusions of Parastosis)’라는 정신병이 있다. 이 환자들은 피부에 기어 다니는 벌레가 있다고 상상을 하여, 피부조직이 완전히 파괴될 때까지 긁는다.

심한 환자는 근육조직도 모자라 뼈가 보일 때까지 긁어대며, 벌레가 담겨있다고 믿는 피부조직을 병 등에 담아오기도 한다. 하나 흥미로운 것은 대다수의 환자들이 자신의 정신적인 이상을 인식하지 못하고, 정신과가 아닌 피부과에 먼저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경우, 환자의 전체적인 증상을 잘 파악하고 진단해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의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또 하나의 예로 ‘트라이코틸로마니아(Trichotillomania)’ 가 있다.

뚜렷한 증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쉬지 않고 머리카락을 뜯어내는 병이다. 아이들에게도 간혹 보이는 이 병은 심리적인 불안 내지 우울증 등의 신호이기도 하기에 충분한 검진이 필요하다.

또 ‘해빗 틱(habit tic)’라는 병도 있다. 손톱을 계속해서 뜯는 경우를 말하는데, 심각한 정도는 아니어도 정신적인 요소가 있음은 분명하다.

이번에는 피부질환과 정신질환의 간접적인 연관성에 대해 살펴보자. 이러한 증상들은 위의 경우들처럼 병적인 증상보다 훨씬 미묘하게 연결되어 있는 경우다. 하나의 예로 건선이 우울증과 연결되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여러 해석 중 하나는 건선으로 말미암아 외적인 활동에 소극적이 되고, 음식을 절제하지 못한다거나 운동량이 줄어들면서 결국은 우울증과 비만에까지 연결된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건선이라는 병이 직접적인 영향보다는 간접적인 영향을 통해 정신적인 병으로 이어지는 경우이다.

또 하나의 비슷한 예로 아토피를 심하게 겪은 아이들이 우울증을 많이 겪으며, 이것이 나아가서는 자살로 이어지기도 한다는 보고도 있다.

피부병은 만성적인 병이 많기 때문에 오랜 시간 동안 환자의 심리나 정신 상태에 다양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미용시술을 원하는 환자들에게서 간혹 볼 수 있는 정신적인 문제도 생각해 볼만하다.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형태를 추구한다거나, 어떤 미용시술에 중독적인 집착을 보이는 경우다.

몇 년 전 매스컴에 부각되었던 선풍기 아줌마를 우리는 기억한다. 아름답던 그가 과도한 미용시술로 인해 원래의 얼굴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까지 되었을 땐 정신적인 문제가 작용했다고 단정할 수 있다.

왜 피부라는 기관이 정신질환과 관계가 있는가? 피부는 가장 우리가 접근하기 쉬운 기관이라는 점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많은 정신질환자가 주위 환경이나 기질적인 이유로 인해 자가 통제력을 상실했다고 생각하여 반사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게 된다면, 피부라는 기관은 더없이 좋은 표적이 될 것이다.

이렇게 피부를 손상시키는 것은, 환자가 잃었던 통제의 불안을 만족시키고 한편으로는 주위 사람들에게 의료적인 도움을 호소하는 무의식적인 행위로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의사로서도 자신의 전문 분야뿐 아니라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통찰력을 가지고, 환자의 증상을 여러 각도에서 판단해 치료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