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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산책] 브리태니커에 등재된 ‘사물노리안’

사물(四物)놀이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세계 무대에서도 확고한 자리매김을 한 우리의 대표적 전통 연희이니 자랑스러운 것이 당연하다.

한데 사물놀이를 먼 옛날부터 전해오는 연희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내가 이런 글을 쓸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실을 바르게 알리고 싶다.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은 좋지만 정확하게 알고 사랑하자는 이야기다.

사물놀이는 국악임에도 창시된 시점이 명확하게 알려져 있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바로 알 수 있는 정보다. 그런 설명 중의 하나를 옮겨본다. “사물놀이는 풍물(風物)에서 사물(꽹과리, 징, 장구, 북)을 중심으로 연주하는 가락을 취해, 이를 토대로 발전시킨 계열의 국악이다. 1978년 2월 22일 오후 7시, 서울 창덕궁 옆 소극장 공간사랑에서 ‘제1회 공간전통음악의 밤’이 열렸는데, 김용배가 제안 창단하고 민속학자 심우성이 이름 지어 부른 ‘사물놀이’ 풍물패가 연주를 한 것이 사물놀이의 시작이다. 이들은 기존의 풍물놀이에 비해 앉은반으로 풍물가락을 실내 연주에 적합하게 재구성하였다. 흔히 꽹과리 소리는 천둥, 징 소리는 바람, 장구 소리는 비, 북소리는 구름에 빗대어 말하곤 한다."-위키백과

그러니까 사물놀이는 풍물을 네 사람이 연주할 수 있게 오늘날 개량한 것일 뿐, 사물놀이 자체를 한국의 순수한 전통문화로 보기는 힘들다는 이야기다.

마당이나 들판에서 신명나게 울려 퍼지는 기존의 풍물놀이와는 달리, 사물놀이는 한정된 실내 공연장에서 공연하기 위해 편성되어, 보는 것 중심이 아닌 듣기 중심의 음악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한 특정 풍물패의 이름이었던 ‘사물놀이’라는 명칭이 하나의 장르를 일컫는 일반명사로 바뀐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사물놀이가 한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오랜 역사를 가진 전통문화인 것처럼 알려지고, 그렇게 취급되게 된 것이다. 전통이 어떻게 재창조되고 이어지는지를 잘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인 셈이다.

참고로 공간 소극장은 공연기획전문가 강준혁을 중심으로 다양한 전통 연희를 발굴해 소개하여, 전통문화의 현대적 전승에 크게 기여했다. 예를 들어, 공옥진의 병신춤, 전통 탈춤이나 판소리를 현대화한 연극 '서울말뚝이’ '놀부전’ 등이 그런 작품이다.

사물놀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국에 사물놀이 동호인들이 생겨났고, 공연예술의 한 장르를 넘어서는 범국민적 생활문화로 자리 잡게 되었다. 2006년에는 대전 엑스포에서 '로봇 사물놀이'가 화제를 모았고, 뒤 이어 '디지로그 사물놀이'도 등장했다.

사물놀이는 전통을 살리면서 새롭게 창안된 음악답게 단독연주에 그치지 않고 무용 반주, 오케스트라와 협연, 재즈와 협연 등 다양하게 응용되면서 한국 음악계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고, 특히 타악기의 활성화에 크게 공헌하였다.

사물놀이의 울림은 삽시간에 미국을 비롯한 유럽과 아시아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세계가 한국의 장단에 넋을 잃고 몸을 실었다. 지구촌 전역에 사물놀이 캠프가 세워졌고 워크숍이 진행됐다. 대영백과사전에 '사물노리안(Samulnorian)’이란 단어가 실리기도 했다. '사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남가주 한인사회에서도 일찍부터 UCLA 한국음악과 김동석 교수 같은 분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풍물패나 사물놀이패가 많이 생겨 활동하고 있다. 특히, 2세 학생들에게 미치는 착한 영향력이 대단한 것으로 평가된다. 매해 한국의 날 행사 때, 신명 나는 힘찬 장단을 선보이기도 한다. 우리의 자랑 사물놀이, 제대로 알고 사랑하자.


장소현/ 시인·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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