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진·장재혁 박사의 교육일지] 전교생 80% 기숙사에서 생활…자기 관리 못하면 보딩스쿨 지원 피해야
필립스 엑시터를 알면 미국 교육이 보인다…⑤ 기숙사 생활
기숙 학생과 통학 학생의 비율은 학교마다 차이가 있는데 필립스 엑시터의 경우 80%가 기숙 학생들이다.
기숙 학생으로 자녀를 보딩스쿨에 보낼 것이라면 기숙사 분위기, 학교가 기숙 학생에게 기울이는 관심과 지원 등을 잘 살펴보아야 하고 가능한 기숙 학생들이 많은 학교에 보내는 것이 좋다.
필립스 엑시터는 기숙사에 있는 800여명의 학생들을 위해 여러 방면으로 신경을 쓰고 있다.
첫째는 어드바이징 시스템이다. 전교생에게 어드바이저 교사가 있는데 특히 기숙 학생의 경우 학업 뿐만 아니라 생활면에서도 어드바이저와 긴밀한 유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기숙 학생의 어드바이저 교사들은 모두 캠퍼스 내에 거주한다. 학생과 교사의 관계는 수업 시간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의 전반을 공유하는 공동체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긴밀한 관찰과 조언이 가능하다. 물론 학생과 교사에 따라 학생이 사적인 부분까지 자신의 어려움을 어드바이저에게 터놓고 도움을 청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어드바이징에도 한계는 있다.
둘째는 여러 가지 편의 제공에 있다. 학교 식당의 경우 웬만한 사립대 못지않은 양질의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 물론 집에서 자신의 입맛대로 먹던 것에 비교해 몇몇 어린 학생들은 학교 식당의 질에 대해 다소 불만을 가지기도 한다.
한국식 메뉴가 나오기도 하고 여러 나라의 요리를 자주 접할 수 있다. 때로는 식탁이 수업의 연장이 되기도 하고 학생들이 교사들의 어린 자녀들과 함께 어울리기도 한다.
매주 토요일마다 무료 영화를 상영하고 매달 댄스파티, 외부 연주자 초청 콘서트, 마켓과 백화점 쇼핑을 위한 무료 버스 운영 등 학교는 기숙 학생들이 여가를 즐기는 부분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기숙사에서는 매일 저녁 책임 교사가 학생들이 정해진 시간에 자기 방으로 돌아오는지, 정해진 자습 시간에 조용히 공부를 하는지 등을 확인한다.
몇 년에 한 번씩 문제가 될만한 일들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걱정할 만한 정도는 아니다. 기숙사 생활이 소중한 교육의 장이긴 하지만 때로 어려움이 되는 가장 큰 이유는 학생들이 가족을 떠나 어린 나이에 스스로 관리하고 생활하는 것에 잘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학교에 적응을 못하고 떠나는 소수의 학생들 중 학업이 어려워서 떠나는 경우도 있지만 기숙사 생활이 어려워서 떠나는 경우도 있다.
가정을 떠나서 학교라는 공동체의 규범을 받아들이고 교사와 학생들간 유대관계 속에서 하나의 일원으로 성장해가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이런 과정이 과하고 부담스러운 학생이라면 보딩스쿨에 오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딩스쿨 교육은 학교가 안전·건강·학습을 위한 기본적인 틀을 만들어 주면 학생이 자신의 생활을 관리하도록 훈련해 성장한다는 믿음에 기초한다. 재학기간 중 학생 스스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보딩스쿨은 좁은 어항이 될 수도 있고 완전한 순환 구조를 가진 하나의 세상이 될 수도 있다.
바다같은 큰 세상에 입문해 잘 적응할 수 있는 훈련의 장이 된다. 이미 10대에 주어진 자유를 사용하고 주인이 될 수 있는 인격체로 성장한 학생은 미래에 입문할 사회에서 주인된 삶을 영위할 준비를 갖춘 것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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