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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박사의 '필립스와 리더십 교육'] '하크네스' 가 가져온 토론식 교육

'필립스 엑시터'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토론식 수업'이다. 엑시터의 토론 수업은 1931년 에드워드 하크네스의 '하크네스 테이블' 기부에서 시작됐다.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의 수업이 시작된 것이다.

교사가 학생에게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형태가 아닌 학생이 교사와 동등한 위치에 앉아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의 대화를 통해 배우는 수업 형태가 탄생했다.

45개의 하크네스 테이블이 교실에 처음 등장한 지 80여년이 흐른 현재도 하크네스 테이블은 모든 교실 중앙에 자리잡고 있다. 인문계 뿐만 아니라 수학.과학.음악 등 모든 과목에서 하크네스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많은 학교들이 토론식 수업을 시도하고 자랑하지만 필립스 엑시터처럼 하크네스 이념이 매일 모든 수업에서 실현되는 곳은 없다.

'하크네스'란 타원형의 테이블이나 수업의 형태만을 뜻하는 것이 아닌 더 큰 개념의 필립스 엑시터만의 언어다.

기숙사에서 친구들끼리 연예인 얘기를 하다가 "마이클 잭슨에 대해 하크네스 하자"는 말이 나오기도 하고 자기 주장만 내세우는 친구에게는 "하크네스 전사(warrior)처럼 굴지 말아"라고 얘기하기도 한다.

토론식 수업을 할 수 없는 학생 또는 배울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학생은 필립스 엑시터에 오지 않는 것이 좋다.

숙제로 읽은 교과서의 한 부분을 이해 못한 친구의 질문에 그 자리에서 내용을 요약해서 발표하고 관련 실험을 하는 생물 수업 바하의 음악을 분석하다 질문과 답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난해한 현대음악까지 파고들다가 '무엇이 음악인가?'라는 토론까지 이어지는 음악이론 수업….

8~12명의 학생 모두 질문이건 답이건 적어도 한마디씩은 해야 하기 때문에 꼼꼼한 수업 준비는 필수다. 쑥스럽거나 토론 준비가 안되어 있어 숨으려고 해도 숨을 곳은 없다.

하크네스 테이블은 모두 서로의 얼굴을 볼 수 있도록 디자인됐기 때문이다. 모르면서 아는 척 하는 학생은 친구들에게 폐를 끼칠 뿐이다. 차라리 모른다거나 준비를 못 했다고 시인하고 도움이 되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 낫다.

물론 모든 학생이 많은 말을 하는 것이 좋은 하크네스 수업은 아니다. 대부분의 신입생들이 "필립스 엑시터의 토론 수업이 좋아서 지원했다"고 하지만 많은 9학년생 '하크네스=떠들기'로 받아들이는 경행도 있다.

하크네스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말하기보다 듣기에 있다. 서로의 발표를 제대로 듣고 이해해야 질문에 답이 있고 개념의 발전이 있다. 좋은 토론 수업은 꼼꼼히 분석적으로 듣는 것에서 시작해 통찰력 있는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이어진다.

질문은 뒤떨어지는 학생만이 하는 것이라는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 자유롭고 신중한 생각을 통해 질문할 때 하크네스의 빛이 발한다.

최유진 박사
한국에서 초등학교 과정을 마쳤다. UC어바인을 졸업한 후 하버드 대학원에 진학 신경생물학을 전공했으며 소뇌암 치료법과 관련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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