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칼럼] 불황의 끝이 보인다
김현우 / 경제부 데스크
무엇보다도 수많은 기업들이 무너지고 2차대전 이후 최악의 실업사태를 맞았다. 미국 2위의 전자제품 판매체인인 서킷 시티가 매출 부진을 견디다 못해 문을 닫았고 새턴 폰티액 같은 자동차 업체가 간판을 내리게 됐다. 라스베이거스의 트로피카나 같은 대형 카지노 업체가 파산절차에 들어갔고 올 한해에만 130개가 넘은 은행들이 문을 닫았다.
한인사회에 미친 영향도 컸다. 한인 은행으로는 최초로 미래은행이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의해 강제폐쇄 당하고 곧이어 윌셔은행에 의해 흡수됐다. 또 한인 은행들 사이에는 증자 바람이 불었다. 금융감독국이 요구하는 자본비율을 지키기 위해 증자가 필요할 뿐 아니라 갈수록 악화되는 경영환경 변화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증자가 선택이 아닌 필요불가결한 요건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불경기라는 한파에 어려움을 겪은 곳은 부동산 및 소매 분야였다. 수많은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파산하거나 개발하던 프로퍼티를 차압당했고 부동산 중개 및 에스크로 융자 등 관련분야 종사자들은 악화된 환경으로 인해 종사자의 3분의1 이상이 업종을 포기해야만 했다.
실제로 LA다운타운 최대의 개발업체중 하나인 아스타니가 지난 가을 파산보호를 신청했고 미 서부지역 최고 빌딩인 '파크피프스'를 개발하던 업체도 결국 손을 들었다. LA한인타운에서 콘도를 개발하던 업체들도 이미 대여섯곳이 사실상 파산한 상태고 한인 부동산 업체도 올해들어 10개 가까이 문을 닫았다.
수많은 식당 및 소매업소들이 장사를 포기하면서 텅텅 비어가는 상가가 늘어가고 더 이상 모기지 페이먼트가 힘들어진 건물주들은 급기야는 상가를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아무리 겨울이 길어도 결국 봄이 온다는 것은 변함없는 진리다. 살을 에는 북풍한설에도 꽃은 싹을 틔우면서 희망을 얘기한다. 역사상 최대의 불경기라고 하는 대공황도 1930년대 중반부터는 회복의 길을 걸었고 1970년 오일 사태에 따른 세계적 경제 위기 90년대 초반 저축대부조합 대량 파산으로 인한 위기도 곧 극복됐다.
이번 위기도 서민들이 체감하기에는 여전히 진행중이지만 대다수의 경제학자들은 사실상 종료됐다고 보고 있다. 주택 경기가 이미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고 뉴욕증시는 올해 최고점을 연일 경신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도 경기가 안정세로 진입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을 정도다.
이제 두주만 지나면 희망찬 새해다. 2010년은 경인년 호랑이해다. 경제적 흐름을 보면 내년은 정말 중요한 시기다. 미국 경제 나아가 세계 경제가 회복될 것인가 다시 침체의 수렁으로 빠져들 것인가를 가름하는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희망의 싹이 보인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희망의 싹을 어떻게 꽃피우는가 하는 것이다.
여기서 명심할 것은 중환자는 혼수 상태에 있을 때 보다 회복될 때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회복될 때 어떻게 하는 가에 따라 건강한 상태로 거듭날지 허약한 체질이 될 지 다시 건강이 나빠질 지 결정된다. 그리고 회복될 때 느끼는 아픔이 더 크다.
지금 경제는 중환자가 중환자실에 있다 일반 병실로 옮기고 요양을 하는 단계다. 앞으로 어떻게 나아길 지는 우리가 결정하게 된다. 희망의 끈을 놓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해 새해에는 건강한 경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