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위대한 인물들의 '과오'
공과(功過)는 공로와 과오를 아우르는 말이다. 공에 대해서는 포상을 하고, 과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는 것이 상식이다. 옛 선현은 “옳바른 일을 옳다고 하면 공을 세우지만, 잘못한 일을 잘못이 아니라 하면 죄를 짓는 것이다(言其是則有功, 言其非則有罪)”라고 가르쳤다.조선후기 순조 때 평안도에서 ‘홍경래의 난’이 일어났다. 농민과 서민이 주축이 된 난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었다. 조정은 좌포도 대장 유효원에게 관군을 주어 난을 진압하도록 했다. 반란군과 관군의 전투는 일진일퇴를 거듭하다 5개월 만에 홍경래가 죽으면서 끝이 났고, 약 2900명의 포로가 잡혔다.유효원은 10세 이하의 아동과 여자를 제외하고, 포로 1900여명을 즉결 처형했다.
난이 평정된 후 왕은 유효원에게 나라를 구한 공을 포상하려 했으나 인명을 즉결 처형한 과가 문제였다. 그에게 ‘공과상반(功過相半: 공과 과가 반반)’이란 평가가 내려졌다.
중국의 마오쩌둥이 사망하자 ‘문화혁명’과 ‘대약진운동’의 실패를 들어 그에 대한 격하운동이 중국 전역에서 일어났다. 이때 문화혁명의 최대 피해자였던 덩샤오핑은 마오쩌둥의 혁명에 대해 ‘공칠과삼(功七過三)’이란 말로 후한 평가를 했다. “공로는 일곱, 과오는 셋”이라는 말로 감싸줌으로써 나라가 대 혼란에 빠지는 것을 막아냈다.
서울의 중심부 광화문 광장에는 세종대왕과 이순신장군의 동상이 있다. 우리 민족사에 수많은 위인들이 있었지만 세종대왕과 이순신장군의 공로는 우리 역사에 큰 자랑이다.
미국의 워싱턴 대통령은 ‘건국의 아버지’로, 링컨 대통령은 노예해방과 남북전쟁을 승리를 이끈 지도자로, 미국민들의 추앙을 받고 있다. 워싱턴 동상 앞에서, 링컨 기념관에서 미국민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그들에 대한 존경과 예우를 표한다.
이승만 대통령은 대한민국 ‘건국의 아버지’다. 해방 후 사상과 이념의 혼란으로 공산화 물결이 긴박하던 때에 북쪽의 김일성에 맞서 남한이라도 먼저 자유민주국가 건설해야겠다고 결단하고 실행했다.
5000년 가난의 대물림, 아프리카 수준의 빈국을 박정희 대통령은 자본주의와 국가주의를 혼합한 방식으로 산업화를 이룩해 세계적인 무역·산업국가로 탈바꿈시켰다. 그의 공로로 우리는 현재를 누리며 살고 있다.
아무리 위대한 인물이나 뛰어난 영웅일지라도 과오는 있기 마련이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있을까? 공이 과를 덮고도 남았기에 그들은 위대한 인물로, 영웅으로 존경을 받게 된 것이다.
조선왕조실록은 왕들의 공과에 대해 472년간의 역사적 사실을 기록한 책이다. 맹사성이 우의정으로 있을 때 ‘태종실록’ 편찬이 완료되어 그가 실록 편찬 감수를 맡게 되었다. 하루는 세종이 ‘태종실록’을 한번 보자고 요청했다. 아버지의 공과를 알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자 맹사성은 “왕이 선친의 실록을 보게 되면 고치거나 지우고 싶어질 것이며, 이것이 전례가 되면 후에 사관(기록관)은 두려워서 그 직무 수행이 불가능할 것입니다”라고 대답하자 세종은 순순히 요청을 거두었다.
임금 앞에서 왕실의 법도를 지킨 맹사성도 대단하지만, 선친에 대한 궁금증을 거두어 들인 세종도 성군다운 자세였다. 맹사성의 됨됨이로 보아서 훗날, 이방원의 공은 말해 주었어도 그의 과에 대해선 결코 밝히지 않았으리라 추측된다.
프랑스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라는 속담이 있다. 영국의 심리치료 의사 마리사 피어는 “완벽해지려는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다”라고 했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그래서 인생은 서로 기대며 부족을 채워주면서 살아간다. 공으로 과를 지혜롭게 덮어줄 때에 역사적 위인은 탄생한다.
이보영 / 전 한진해운 미주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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