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에서 재현한 신화의 비극적 사랑
운디네(Undine)
![물의 요정을 뜻하는 영화 제목 ‘운디네’는 신화와 역사를 현대의 도시 베를린에서 재현한다. [IFC Films]](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originals/2021/11/03/184656975.jpg)
물의 요정을 뜻하는 영화 제목 ‘운디네’는 신화와 역사를 현대의 도시 베를린에서 재현한다. [IFC Films]

역사학을 전공한 운디네(비어)는 뮤지엄에서 가이드로 일한다. 그녀는 자신의 운명적 사랑이라 믿었던 요하네스에게 배신을 당한다. 이별을 고하는 상대에게 운디네는 “당신이 나를 버리면 난 당신을 죽여야만 해”라고 말하며 앞으로 일어날 재앙을 예고한다.
절망한 운디네에게 잠수사 크리스토프(프란츠 로고브스키)가 나타난다. 그와 운명적 사랑에 빠지면서 운디네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한다. 그러나 크리스토프가 잠수 중 사고로 코마 상태에 들어가고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바꿀 수 없는 운디네는 두 남자 사이에서 방황한다. 설화 속 비극의 주인공이었던 운디네는 자신의 운명을 극복하기 위해 이제 어떤 결단을 내려야 한다.
베를린이야말로 신화와 역사가 아름답게 이어질 수 있는 도시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영화다. 페졸트 감독은 운디네와 크리스토프의 은밀하고 사적인 사랑을 신화에서처럼 소멸시켜 버렸지만, 역사는 반복되는 상처 속에서도 소생하기 마련이다.
삶이란 인연의 연속이듯 베를린은 영화에 흐르는 음악의 화음처럼 질곡의 순간들을 하나의 생명체로 버텨내고 있다. 그리고 감독은 친절하게도 역사학을 전공한 운디네의 입을 통해 베를린의 역사와 도시계획을 통시적으로 들려준다.
이 영화에는 오로지 하나의 음악, 바흐의 건반악기를 위한 협주곡(BWV 974)이 반복적으로 흐른다. 쓸쓸하고 아련한 D 단조 아다지오가 물기로 젖어있는 베를린의 이미지와 함께 가슴에 오랫동안 남아 있다.
‘운디네’는 혹여 베를린에 한 조각의 추억을 남기고 온 이들에게, 또는 바흐의 아다지오의 선율이 오래전 헤어진 연인을 아직도 그리워하는 반쪽의 연인들에게 그 순간 적절한 벗이 되어줄 수 있는, 울림이 있는 영화, 그 여운이 주는 쓸쓸함에 빠지게 하는 영화다.
김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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