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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신철의 상인이 생각] 적토마(赤兎馬)

‘적토마’(赤兎馬)는 기원후 200년경 중국 삼국시대때 한나라의 동탁이 갖고 있던 말이다. 적토마는 온 몸이 붉은 털로 뒤덮여 있어 위용이 있으며 하루에 천 리(里)를 달릴 수 있다고 전해지는 명마중의 명마로 불리운다. 적토마는 일생동안 여러 주인을 만난다. 첫 주인은 동탁이다.

이어 여포에게 넘겨지고, 여포가 조조 손에 죽자 조조의 애마가 된다. 적토마는 이어 관우의 손에 넘어간다. 조조가 관우의 마음을 사기 위해 건넨 것이다. 명장 관우를 만난 적토마는 명마로서 성가를 드높인다. 하지만 관우가 손권에게 잡혀 처형되자, 마충에게 넘겨진다. 이때 적토마는 먹이를 전혀 먹지 않아 굶어 죽는다. 옛 주인 관우를 잊지 못해 그런 것으로 알려지면서 적토마는 동물이지만 의리가 있는 것으로 숭앙받고 있다.

적토마가 관우를 배반하지 않은 것은 관우가 끔찍한 사랑을 보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명장 관우의 환심을 사고자 했던 조조는 적토마를 포함해 예쁜 여성, 보물, 비단, 가옥 등을 선물한다. 하지만 관우는 의형 유비를 배반할 수 없다며 조조의 곁을 떠난다. 관우는 떠나기 전 조조에게서 받은 모든 선물을 남김없이 돌려준다. 하지만 선물 받은 적토마는 돌려 주지 않았다. 그 정도로 적토마를 사랑했던 것이다.

명마 이야기는 또 있다. 기원전 203년 초패왕 항우도 추라 불리우는 명마를 가졌다. 그리고 우미인이라 불리우는 애인도 가졌는데, 영웅은 아마 여자와 말(타는 것)을 사랑한다는 것이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명마 추와 적토마는 중국 토종이 아닌 듯 하다.

고서를 보면 기원전 200년경 한무제가 중국의 판도를 넓혀가기 위해 외교사절 장건을 서역으로 보낸다. 이때 장건은 19년이라는 오랜세월을 거쳐 서역, 대원을 다녀와 무제에게 보고하기를 대원에는 혈한마(血汗馬, 땀을 흘리면 피빛으로 보인다는 말)가 있어 흉노의 몽고말보다 체격이 크고, 힘이 강건하다 보고한다.

이때 한무제는 이 혈한마를 얻어 북방의 흉노를 제압할 목적으로 대원을 치게한다. 이 때에 대원에서 들어온 혈한마의 종류가 한무제 이전이라면 먼저 대원에서 간헐적으로 들어와 명마로 통하던 것이 바로 항우가 타고 다니던 추이고, 한무제 이후 400년이 지난 삼국시대 관우가 타고 다닌 적토마임에 틀림없다.

말이 오늘날의 자동차라고 한다면 필자도 ‘적토마’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필자의 적토마는 검은색의 SUV로 배기량은 3500cc이며 6기통 엔진을 갖고 있다. 관우의 적토마가 하루에 1000리는 달렸다 하는데, 이를 지금의 단위로 환산하면 약 400킬로미터(250마일)다. 말이 저런 거리를 뛰었다니 대단하다. 그러나 오늘날의 적토마인 필자의 SUV는 하루에 1천600킬로미터(1000마일)를 달린 적도 있어 관우의 적토마 보다 4배 가량의 능력을 갖고 있는 셈이다.

필자가 상인으로서 가장 왕성하게 움직이는 동안 함께 했기에 적토마처럼 애착이 간다. 이 SUV가 어느덧 8년이 됐으며, 총 운행거리는 27만킬로미터(17만 마일)다. 오래되고 잔고장이 있어 처분하려 하였으나 문득 적토마가 나와 평생을 하여 조금 쇠약하여 졌다고 내가 적토마를 버릴수는 없는 노릇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래서 늘 가서 정비를 하는 토마스에게 가져가 정비를 하여 달라하고 정 움직이지 않고 서면 모를까, 너를 끝까지 잘 고쳐서 함께하겠다는 상인의 의리를 보였다.

대형 콘테이너를 실어 나르는 트럭의 엔진은 160만 킬로미터(100만마일, 400만리)를 달려도 너끈하다고 한다. 그리고 실제로 80만 킬로미터(50만마일, 200만리)를 달린 트럭 헤드가 적잖은 값에 거래된다고 한다. 이것을 생각해 보면 경트럭인 내 SUV는 더 약한 일을 했으니 160만 킬로미터(100만 마일, 400만리)는 달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해본다. 이렇다면 필자의 SUV는 이제 겨우 17만 마일이니 아직 83만 마일을 더 움직이더라도 된다는 계산이 되는데, 정말 그렇게 될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아직도 40년은 더 탈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부터라도 엔진 오일 교체 등 차량 관리를 지금보다 더 부지런히 해야겠다. 오래 탈없이 타는 것이 나를 움직이게 해 준 의리에 보답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송신철/조지아 에셋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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