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WJ기사 포커스]인생역전

한국에 프로야구가 생기기 전인 1970년대.당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는 다름 아닌 고교야구였다. 어린 선수들이 야구경기를 하다 보니 에러도 많이 나왔지만, 재학생과 동문들이 야구장에 몰려가 열띤 응원전을 펼치는 모습이 당시로서는 스포츠 축제나 다름없었다. 한국의 야구팬들 사이에는 수많은 고교야구팀 중에 군산상고 팀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패색이 짙은 9회말, 역전안타를 날리며 전세를 뒤집는 드라마를 자주 연출해 '역전의 명수'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이 순탄한 게임 보다는 역전이 계속될 때 관중은 열광한다. 올림픽이나 월드컵처럼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는 상태에서 역전으로 우승을 하거나 금메달을 목에 걸면 그 선수는 인생역전(人生逆戰)이 됐다고 흔히들 말한다.현재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리고 있는 동계올림픽에서도 이 인생역전의 드라마가 계속되고 있다.한국팀의 주력종목인 쇼트트랙과 여자 피겨스케이팅을 빼 놓고는 거의 기대를 안 하던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한국 최초의 금메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21살의 어린 모태범 선수가 500미터 경기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더니, 다음날에는 아시아 여자선수로는 최초로 이상화 선수가 역시 500미터에서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경기중계를 하던 해설자가 울음을 터트렸고 관객들과 웬만한 한국국민들이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육상으로 치면 100미터 경기로 볼 수 있는 빙상 500미터는 다른 종목보다 관심과 의미가 크기에, 전 세계 언론들이 놀라며 한국선수들의 선전에 극찬을 보내고 있다.

이제 한국선수들은 동계스포츠 역사를 새로 쓰며 얼음위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선수들이 된 것이다.시상식에 울려 퍼지는 애국가를 들으며 본국 국민을 비롯한 전 세계 한인동포들의 뿌듯해지는 마음은 그 어떤 정치지도자도 이뤄내지 못한 것이었다. 시상대의 영광과 화려함 뒤에는 또 다른 감동스토리들이 있다. 스물 한 살의 이상화 선수는 한창 몸매에 신경 쓸 나이임에도 남자선수들과 같이 170kg 무게의 역기를 들며 근지구력을 단련해 왔다고 한다. 허벅지 둘레가 22인치로 또래 여자들의 허리사이즈와 비슷해 남자 같다고 놀림을 받으면서도 말이다. 4년 전 올림픽에 처음 출전하여 탈락의 눈물을 흘렸지만 이번엔 감격의 눈물이었다. 비 인기종목이라는 서러움과 그동안 흘렸던 땀이 보상을 받았다고 생각됐을 것이다.인생역전은 광고문구 처럼 로토복권 당첨이나 어느 날 우연히 찾아온 행운이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다.어떤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 해 가며 쌓아갈 때만 얻어진다는 것을 이번 동계올림픽 신화에서 다시 배운다.

이상화 선수의 아버지는 최근 집에 있는 달력을 보다 깜짝 놀랐다. 누군가가 2월 16일에 동그라미를 치고 '인생역전'이라고 적어 놓았기 때문이다. 캐나다로 떠난 딸이 남긴 '각오의 메세지'였다. 그녀는 2월 16일에 꿈을 현실로 만든 사람이 되었다.  


박성보 기자 [email protected]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