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과학자들 '유전자' 중요성 강조…올림픽 스타, 노력보다는 타고난다고?
훈련도 중요하지만 선천적으로 좋은 유전자 필수
워싱턴 포스트, 김동성 전 한국 국가대표 인용 보도
2010 밴쿠버 겨울 올림픽이 영웅들이 속속 가려지고 있는 가운데 많은 스포츠 과학자들이 '유전자' 중요성을 새삼 강조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운동 선수가 되기 위해 후천적인 노력이 중요한가 선천적인 소질이 중요한가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논의가 돼온 문제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많은 전문가들이 선천적으로 좋은 몸을 타고나야 최고 레벨의 운동선수가 될 수 있다는 쪽으로 기우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메릴랜드 대학의 육상부 주임 코치인 앤드류 밸몬도 그런 사람 가운데 하나이다. 밸몬 코치는 1988년 서울올림픽과 뒤이어 열린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1600미터 계주에서 연거푸 금메달을 목에 건 엘리트 육상선수 출신이다.
그는 "육상 선수를 선발할 때 발을 뻗는 타고난 동작 같은 것을 유심히 본다"고 말했다. 달리고 점프하고 던지는 데 소질이 없으면 육상선수로 대성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밸몬은 "농구의 경우 연습을 하고 또 하면 상당히 좋아질 수 있다. 그러나 육상 경기는 유전적으로 타고 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인체의 근육과 골격을 주로 연구하는 조지타운 대학의 J.P. 하이야트 교수 또한 타고난 몸의 중요성을 지적한다. 하이야트 교수는 과거 올림픽의 영웅으로 이름을 떨쳤던 에릭 하이든을 그 같은 예로 들었다. 현재는 의사로 일하고 있는 하이든은 지난 1980년 겨울 올림픽에서 금메달 5개의 금자탑을 쌓은 지금까지 미국이 낳은 겨울 올림픽 최고의 스타이다.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였던 하이든은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힘을 낼 수 있는 근육과 고강도의 스트레스를 장시간 견딜 수 있는 지구력을 가진 근육을 고루 갖춘 대표적인 운동 선수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힌다. 잘 발달된 두 가지 근육을 고루 갖춘 것은 그가 단거리는 물론 장거리에서도 두각을 나타낸 이유였다.
사이클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랜스 암스트롱도 마찬가지로 몸을 타고 났다. 암스트롱은 일반인에 비해 훨씬 큰 심장을 갖고 있다. 게다가 그의 폐활량은 보통 선수들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크다. 그는 이런 신체적 특성 때문에 다른 선수들보다 피로할 때 근육에 쌓이는 젖산을 훨씬 빨리 배출할 수 있다.
운동선수들에게 요구되는 직관 혹은 본능이 남다른 사람도 있다. 에어 조던으로 불렸던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이 그런 예다. 스포츠 의학 전문가인 배리 보우든은 "조던은 상대 선수의 장점과 약점을 본능적으로 가장 잘 파악했던 농구 선수였다"고 말했다.
미국 올림픽위원회의 운동생리학자인 제이 커니는 "운동의 특성에 따라 저마다 요구하는 적성이 다르다"며 "수영의 자유형과 접영은 일단 키가 커야 하는 게 한 예"라고 말했다. 그는 손은 넙적하고 발은 크고 가슴은 얇으며 몸이 유연하면 훌륭한 수영선수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 인간 반 물고기'라는 별명을 가진 마이크 펠프스는 딱 이런 유형의 몸을 갖고 태어난 대표적인 수영선수이다.
그러나 아무리 탁월한 재능을 갖고 있어도 강도 높은 훈련을 참아낼 수 없다면 자신의 재능을 최고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없다. 랜스 암스트롱의 운동 능력을 수년간 꾸준히 추적해 논문을 쓴 바 있는 텍사스 대학의 에드워드 코일 교수는 "암스트롱은 유전적으로 더없이 좋은 몸을 갖고 태어났지만 경쟁적 욕구 또한 누구보다 강한 선수였다"고 말했다. 엄청난 훈련을 견뎌내고 경쟁에서 이기려는 남다른 정신력이 없으면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일간 워싱턴 포스트는 타고난 소질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다양한 전문가들의 견해를 이 같이 전하면서 스케이팅 선수로 한국 출신인 김동성 코치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워싱턴 일대에서 어린 선수들을 집중 지도하고 있는 김동성 코치는 이 신문과 인터뷰에서 "타고난 유전자와 함께 다른 선수보다 2배 이상의 노력을 할 줄 아는 선수들을 발굴하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 포스트는 김동성 선수 역시 단신이면서도 파워를 뿜어낼 수 있는 체격 조건을 갖춘 쇼트 트랙에 알맞은 선수라고 전했다.
김창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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