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 사람] 탤런트쇼 '콜레버레이션' 기획자 폴 김·로이 최
"아시안 아메리칸의 '꿈의 무대' 만들겠다"
중앙일보 후원, 10주년 기념 슈라인 오디토리엄서 공연
뉴욕·휴스턴 등 전국 10개 도시서 개최
하지만 이 두 사람 PK(폴 김)와 로이 최는 다르다. '콜레버레이션'(Kollaboration)의 기획자인 둘은 오직 커뮤니티를 위해 쇼를 올린다.
올해로 꼭 10년째를 맞은 아시안 아메리칸 탤런트 쇼 '콜레버레이션'은 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아시아계 젊은이들을 하나로 모으고 그들이 재능을 펼치고 리더십을 키워나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꿈의 무대'를 마련해주고 있다. 돈을 버는 일 따윈 안중에도 없다. 순수 비영리 공연기획팀인 것이다.
비싼 입장료도 관객을 끌어 모으기 위해 어마어마한 출연료를 지불하고 톱스타를 불러 세우는 일도 없다. 옆 집 대학생 유난히 끼가 넘치던 교회 친구 우리 동네 레스토랑에서 파트타임일을 하고 있던 젊은이들이 무대를 채운다. 그리고 그들을 응원하기 위해 그들과 똑같은 젊은이들이 객석을 채운다.
엔터테인먼트를 통한 커뮤니티의 역량강화(Empowerment through Entertainment). 그것이 '콜레버레이션'의 정신 PK와 로이 최 두 사람을 중심으로 수천 수만의 아시안 아메리칸 젊은이들을 하나로 묶는 힘이다.
▷'콜레버레이션'의 오늘
'콜레버레이션'의 창립자인 PK가 처음 행사를 시작한 것은 지난 2000년이었다. 어려서부터 퍼포밍 아트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던 그는 코리안 아메리칸들을 한데 모아 멋진 쇼를 만들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실행에 옮겼다. 아무것도 없는 맨손이었지만 일단 일을 저질렀다.
끼 많은 한인 청소년들을 공연자로 뽑아 USC내 보바드 극장 무대에 올렸다. 7명의 자원봉사자가 그와 함께 했다. 물론 결과는 참담했다.
1200여석의 객석엔 400여명만이 앉아 있었고 구멍난 행사 비용을 메꾸느라 개인 크레딧카드를 마구 긁어대야 했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아니 멈출 수가 없었다.
"종교도 정치도 떠나 그저 음악과 춤으로 가득찬 아름다운 밤을 만들 수 있었다는 사실이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그 에너지와 예술적 영감이 가득찬 밝고 긍정적인 분위기는 정말 놀라울 정도였죠. 엄청난 손해가 계속됐지만 매년 윌셔 이벨 극장 패서디나 시빅 오디토리엄 스카티시 라이트 오디토리엄 오르피움 시어터 포드 앰피시어터 등으로 규모를 키우고 자원봉사자들도 늘려가며 행사를 계속해 나갔습니다. 2003년부터는 LA뿐 아니라 다른 도시에서도 쇼를 올리기 시작했고요."(PK)
로이 최가 합류한 것은 2004년 무렵이다. '콜레버레이션'의 취지에 깊이 공감한 그는 행사 대상을 코리안 아메리칸 뿐 만이 아닌 아시안 아메리칸 커뮤니티로 넓혀 나갔고 각 커뮤니티 단체나 기업의 후원도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시작했다.
"사실 아직도 어려운 점이 많아요. 특히 행사의 좋은 취지를 이해하고 응원해주는 스폰서를 구하는 일이 가장 힘들죠. 한인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행사인데도 오히려 한인 기업이나 단체들이 큰 호응을 보여주시지 않아 아쉽기도 합니다. 하지만 언제나 우릴 응원해주는 수없이 많은 젊은 아시안 아메리칸들 몰래 와서 티켓을 구입해주고 가는 1.5세~2세 한인 배우 등 여러 후원자들 덕에 '콜레버레이션'을 계속해 나갈 수 있답니다."(로이 최)
▷ '콜레버레이션'의 내일
올해 '콜레버레이션'은 10주년을 맞아 6000석이 넘는 슈라인 오디토리엄에서 공연을 갖는다. 작년 같은 곳에서 열렸던 쇼는 완전 매진된 바 있다. 중앙일보 후원으로 오는 6일 열릴 공연에는 한국계 뮤지션 클라라 폴 지성 김을 비롯한 7팀이 자신을 뽐낸다. 부두 소울 토니 록 등의 화려한 게스트 퍼포머들도 무대를 빛낼 예정이다. 전국적으로도 토론토 뉴욕 애틀란타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휴스턴 등 10개 도시에서 쇼를 이어간다.
"공연을 슈라인 무대에 올리고 싶다는 것 10개 도시에서 공연해보고 싶다는 것은 저희의 오랜 꿈이었어요. 얼마나 재능있는 아시안 아메리칸들이 많은지 그들의 열정이 얼마나 대단한지 하나로 모인 그들의 힘이 얼마나 큰지 보실 수 있을 겁니다."(로이 최)
"매 공연이 끝날 때마다 많은 참석자들에게 감사 이메일을 받아요. '콜레버레이션'이 수많은 젊은 세대에게 얼마나 큰 삶의 의미와 기쁨이 됐는지 들을 때면 당장 오늘 죽더라고 아쉬움이 없을 거란 생각이 들곤 합니다. 전 아직도 아주 가난한 엔터테이너일 뿐이지만 어떨 땐 세상 누구보다 큰 부자일지도 모른단 느낌이에요."(PK)
특히 올해를 끝으로 PK는 '콜레버레이션'의 기획자 자릴 떠나기로 결정해 이번 행사는 그들에게 더욱 큰 의미가 있다. 다른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다. 그저 더 젊은 세대에게 자릴 물려주고 싶다는 생각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다.
"'콜레버레이션'은 유스 무브먼트(Youth movement)가 돼야 합니다. 나이가 들어 마흔살 아저씨가 돼서도 젊은이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고 싶진 않아요. 제 자식 같은 '콜레버레이션'을 떠나는게 아쉽기도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발전해나가리란 믿음은 변함이 없습니다. 아마 5년 내에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쇼를 올릴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해봅니다."
'콜레버레이션'의 미래를 책임지게 된 로이 최는 앞으로도 계속 순수성을 유지한 비영리 단체로서 행사의 정신과 인기를 이어나가겠다는 각오다. 단순히 일회적 쇼를 넘어 더욱 의미있는 단체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청사진도 갖고 있다.
지금도 진행 중인 '콜레버레이션' 참가자들의 월례 모임을 더욱 내실있게 만들어 커뮤니티 봉사와 리더십 함양 네트워킹과 멘토링의 역할까지 갖춰나가도록 노력 중이다.
"저희의 최종 비전은 지금의 목표와 정 반대에요. 지금은 엔터테인먼트를 통한 커뮤니티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마지막엔 커뮤니티 역량강화를 통한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 through Empowerment)를 꿈꾸고 있죠.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을 겁니다. '콜레버레이션'을 통해 만난 우리 젊은 아시안 아메리칸들은 그만한 역량과 가능성이 충분했거든요."
▷문의: www.kollaboration.org
이경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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