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 첫 회기 성공적으로 마친 마크 김 동행취재 "주민에게 도움되면 당파 가리지 않아요"
"비서 필요 없는 워커 홀릭…내 성격과 정성에 딱 맞아, 한인들 정계 진출도 당부"
주도인 리치먼드에 위치한 의회 건물 7층에 마크 김 의원이 나타났다. 김 의원은 자신의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려다 문앞에 붙은 메모지를 보더니 어디론가 사라졌다. 출근 전부터 그를 애타게 찾은 동료의원이 남겨놓은 메시지였다. 10여분 후 돌아온 그는 노트북만 들고 곧바로 민주당 간부 회의에 참석했다.
오전 11시. 의원들이 상정한 각종 법안들에 대해 찬반 투표를 벌이는 법안 세션이 시작됐다. 이날 법안 세션에는 98명의 상·하원의원들이 참석했다. 마크 김 의원의 지정석은 하원 의장 오른편의 가장 끝자리. 자리에 앉은 김 의원은 앞에 놓인 개인 투표 리모컨으로 찬성 또는 반대를 눌러 자신의 의사를 표현했다. 그에 따라 회의장 양쪽에 설치된 전광판에는 ‘KEAM’이란 이름 옆에 Y(찬성) 또는 N(반대)이 표시됐다. 중간 중간에 옆 자리 동료들과 법안 내용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이날 김 의원이 발의한 ‘환경 일자리 창출과 세액공제’ 법안이 98-0 만장일치로 통과되자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오후 1시. 회기 마지막 주라 투표 안건이 비교적 적어 세션이 평소보다 2~3시간 일찍 끝났다. 평소라면 점심을 먹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날은 오랜만에 느긋하게 점심을 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의회 건물 카페테리아로 향한 김 의원은 샐러드와 커피를 주문해 먹으며 지난 두달간의 첫 의정 활동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정말 정신 없이 지나갔습니다. 보통 아침 8시부터 하루가 미팅의 연속이죠. 또 스태프들과 로비스트들을 상대하고 저녁 때도 각종 리셉션에 참가해 사람들을 만나야 합니다. 밤 9시쯤 사무실로 돌아와 11시 정도까지 나머지 업무를 마무리하고 집에 돌아가면 가끔은 그날 ‘무슨 일이 있었나’ 싶게 정리가 안 될 때도 있습니다.”
점심을 먹는 동안에도 그의 서명과 조언을 부탁하는 스태프와 로비스트들이 식당을 드나들었다. 식사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가는 동안에도 그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물었다. 몇몇 동료들이나 로비스트들과는 복도 중간에서 장시간 멈춰 서서 토론을 하기도 했다. 바쁜 와중에 누가 말을 걸어와도 인상을 쓰거나 힘들어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그는 “건물 안에서는 의원과 로비스트, 스태프들이 완전히 어우러진다. 빠른 정보 수집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들과 만나 대화를 나눈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이지만 그는 공화당 의원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날 법안 세션이 끝난 후에는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짐 러만연 공화당 의원과 만나 얘기를 나눴다. 이에 대해 민주당 시니어 의원들이 ‘공화당이랑 너무 친한 것 아니냐’고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선거활동 당시에는 공화당과 당연히 기 싸움을 했지만 지금은 모두가 나라를 위해 봉사하는 공무원이다”라며 “어떤 법안이 버지니아 주민들을 위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당파 가리지 않고 찬성을 하는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후 4시. 당초 예정됐던 회의가 갑작스레 취소가 되면서 한숨을 돌린다. 그제서야 밀린 이메일을 확인하고 전화통화를 시작했다. 일에 몰두하며 그는 자신 스스로를 워커홀릭(workaholic·일 중독자)이라고 말했다. 예전에 스태프로 일할 때 해본 각종 법안 문서 작성을 지금도 틈만 나면 하곤 한다. 특히 자신이 서명해야 할 문서는 아무리 스태프가 작성을 해와도 자신만의 스타일로 다시 작성한다. 비서의 존재가 무색할 정도.
정치학을 전공하고 20여년간 스태프, 로비스트 등으로 정치계에 몸 담아온 마크 김 의원. 그렇기 때문에 정치계가 어떤 곳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직접 정치를 하기 위해 이제 막 주 의회에 뛰어들었다. 의정 활동 첫 회기를 마무리하며 그는 “주류 언론에 자주 노출되기도 하고 협박을 당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운좋게도 이 일이 내 성격과 적성에 딱 맞는다”고 말했다.
그는 한인들이 주체적으로 정계에 더 진출을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자기처럼 한인 정치인들의 의회 비중이 커지면 자연스레 한인들을 위한 법안도 늘어날 것이고 한인들도 미국 주류 사회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소신이었다.
리치먼드=김기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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