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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인 칼럼]사우스 코리아, 노스 코리아

미국에 처음 와서 한국으로 편지나 소포를 부칠 때 겉봉 주소를 쓰면서 한두번씩은 경험하는 일이 있다. 성명과 동네 번지수 그리고 도시와 나라이름을 표기할 때다. 그냥 Korea로 써야 하나, 아니면 South Korea로 써야 하나. 코리아로만 표기했다가 만의 하나 노스 코리아로 번지수를 잘못찾고 한참 돌고 돌다 다시 사우스 코리아로 우송된다면 혹시라도 발생할지 모를 그런 실수를 고려해 아예 안전판으로 ‘Seoul, South Korea’ ‘Taegu, South Korea’ 등으로 표기하는 이들이 많았다. ‘South Korea’에 언더라인까지 그어 우편물 분류자의 눈에 띄게 했다.

요즘이야말로 노스 코리아와도 우편물을 주고받는 세상이 됐으니 사우스 코리아로 명기하는 게 확실할 것 같다.

미국에 이민온 한인들이 실생활에서 처음으로 부닥치는 남북한 구분사용 사례다. 우편물 말고도 또 하나 있다. 미국인들로부터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 ”는 질문을 받을 때다. “코리아에서 왔다”고 하면 어느 쪽에서 왔느냐고 되묻는 이들이 있다. “물론 사우스 코리아다.” 그제서야 “오, 그러냐”는 반응을 보인다.

그래도 이정도는 코리아가 남과 북으로 분단돼 있다는 역사성을 아는 식자층의 질문이다. 대개는 코리아가 사우스·노스로 갈라져 있다는 사실에 무감각하다. 코리아에서 왔다고 하면 그저 그런가 보다 할 뿐 남이니 북이니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부시 대통령이 테러와의 전쟁을 재삼 강조한 국정연설에서 ‘노스 코리아’를 힘줘 거명했다. 이란, 이라크와 함께 테러 본산국 ‘악의 축’(an axis of evil) 중 한 나라로. 그리고 노스 코리아의 미국에 대한 그 어떤 위협도 좌시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이 말을 듣고 미국인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동안 수많은 한인들이 주류사회 각계 각층에서 두각을 나타내 매스미디어에 소개되고 그 활약상이 널리 알려졌다. 미국인들의 코리안에 대한 인지도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한국계 학생들이 공부 잘하는 것도 미국학부모들이 인정하는 바다. 코리안들 참 대단하다고 감탄하는 이들이 많다.

부시 대통령의 이번 초강경 발언은 미주내 1백만 이상의 코리안들에게 결코 기분좋은 얘기가 아니다. 9·11사태 이후 미주내 이슬람출신들이 테러분자들과 같은 민족이란 이유로 따가운 시선을 받고 역테러대상으로서 공포를 느꼈던 것과는 분명 다른 입장이긴 하다.

하지만 사우스, 노스의 정체를 잘 모르는 평범한 국민들이 자국 대통령으로부터 “… ~~코리아가 악의 축…” 운운하는 국정연설을 듣는 순간 자신들과 같은 땅에서 살고 있는 코리안에 대한 느낌이 어떻게 돌아갔을까 매우 궁금하다. 설마 악의 추축국인 나라로부터 온 이민자들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겠지. 아프가니스탄 전쟁이후 확전 가능성의 여론이 비등한 때 노스 코리아가 제2 테러전 목표 중 하나라고 생각지는 않겠지…. 갖가지 상념이 꼬리를 문다.

부시의 강경발언을 놓고 ‘북한과의 대화를 이끌어 내려는 고강도 압박’이라는 둥 ‘중간선거에서 승리하기위한 대외적 긴장조성’이라는 둥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지금 한국은 그 어느 때보다 바짝 긴장하는 형편이다. 김대중 대통령 마저 “남북전쟁 분위기로 가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했을 정도다.

북한의 반응 또한 예사롭지 않다. 북 외무성 대변인이 “우리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비난한 데 이어 조선중앙통신은 논평을 통해 “우리는 미국과 전쟁을 치를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조선반도의 군사정세는 다시금 전쟁접경에로 번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다.

남북관계는 왜 이모양인가. 분위기만 잔뜩 잡아놓더니 실속은 하나도 없다. 뒤통수를 수 없이 맞아가며 그래도 햇볕정책이란 명분하에 금강산 관광이다, 경제교류다, 정상회담 성공이다, 이산가족상봉이다 하며 국민들 눈물 잔뜩 빼놓곤 순조롭게 진척되는 게 없다.

이런 와중에 ‘악의 축’ 사건까지 작용해 또 한바탕 뒤집혀졌다. 도로아미타불 되고만 격이다. 이런 것들이 ‘그 날’을 위해 다 겪어야 할 과정이란 말인가. 오는 19일 부시 대통령이 서울을 방문한다. 한국정부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한창 고조된 미국-북한간의 긴장을 누그러 뜨리고 흔들리는 한반도 정세가 안정될 수 있는 외교력을 발휘하길 기대한다.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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