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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CHAM(미 한국상공회의소) 칼럼] 조지워싱턴브리지 단상

김재익 / 산업은행 뉴욕지점장·KOCHAM 부회장사

뉴욕을 대표하는 유명한 건축물들이 많이 있는데 조지워싱턴브리지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길이 4760피트 높이 604피트의 더블데크 현수교인 조지워싱턴브리지는 어퍼레벨 8차선 로어레벨 6차선 등 모두 14개의 차선을 운영하고 있다.

다리의 일일 차량 통행량은 지난 2003년 31만9000대로 피크를 보인 후 다소 하락하였지만 2013년에도 하루 약 28만 대가 이용하는 세계에서 가장 분주한 다리다.

가히 미 동부 경제권 대동맥의 요충이라 할 만하다. 조지워싱턴브리지는 1927년에 착공하여 1931년(로어레벨은 1962년) 개통되었다. 1869년에 착공돼 1883년에 완공된 브루클린브리지가 있어 세계 최초의 현수교는 아니지만 다리를 지날 때마다 20세기 초에 이런 수준의 다리를 건설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감탄하곤 한다.

다리에 대한 미국인의 애정도 각별한 듯하다.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데이 메모리얼 데이 독립기념일 노동절 등 주요 기념일에 세계에서 가장 큰 성조기(가로 90피트 세로 60피트 무게 450파운드)를 다리 위에 내거는 것을 보면 미국인들의 애국심을 드높이는데 다리도 일조하고 있다.



한편 개통 후 80년 이상이 지난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차량이 이용하고 있지만 다리 곳곳에 녹이 슬어 보수공사를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 다리도 세월의 풍상은 비켜가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다리를 만들 당시 미국의 세계적 지위와 2008년 경제위기를 겪고 난 지금의 그것하고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다리를 보면서 미국이라는 나라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최근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IMF가 추정한 미국의 잠재 성장률은 1990년대 3.5%에서 최근에는 2%로 하락하였고 심지어 JP모건은 1.75%로 추정한다고 한다.

잠재 성장률을 결정짓는 노동력 및 노동 생산성 중 노동력 공급은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과 신규노동력의 편입감소 등으로 2010년부터 2030년까지 0.3%에(과거 20년 평균의 3분의 1 수준)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노동생산성은 최근에 1% 남짓(1947년부터 2007년중 평균 2.3%) 증가에 그치고 있다고 한다.

경제의 잠재성장력 저하는 결국 저고용 저소비 저투자 저세수 등으로 이어져 미국 경제규모의 정체와 미국인의 전반적인 생활의 질을 저하시킬 것이다. 잠재 성장률 하락이 미국만의 문제도 아니겠지만 공급측면에서 노동력 및 노동생산성이 단기간에 증가되기 쉽지 않다고 한다면 미국의 잠재성장력이 단기간에 향상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잠재 성장률 하락을 미국의 국력하락과 연결하는 것은 무리가 있으나 미국의 내부적 역동성과 외부적 국가위상이 예전만하지 못하다는 인식은 2008년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한층 심화되는 것 같다.

미국인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듯 한데 2014년 8월초에 이뤄진 NBC.WSJ 서베이를 보면 미국이 쇠퇴기에 있느냐는 질문에 60%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물론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발생한 2008년 9월에는 74%까지 치솟았던 비율이 60%로 떨어진 것을 보면 미국인들도 최근의 경제회복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듯하지만 미국이 전성기를 지났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응답자의 71%는 미국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다고 대답하였으며(2008년 10월에는 78%) 자식세대의 생활이 현재 세대보다 더 나아질 것이냐는 질문에는 21%만이 긍정했다(2008년 9월에는 34%).

물론 설문조사야 시간과 상황에 따라 변하는 것이고 몇 년 후에 어떤 응답이 나올지는 알 수 없지만 만약 동일한 설문을 20세기 초반에 했더라면 결과가 어땠을까를 생각해 보면 지금의 미국이 미국인들에게도 충분한 자긍심을 주고 있지는 않은 듯하다.

오늘도 허드슨강 위에서 석양을 배경으로 장엄하게 서 있는 다리를 보면서 과연 저 다리가 지나간 미국 영화의 끝자락을 보여주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미국의 또 다른 미래를 열어가는 상징이 될 수 있을지 혼자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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