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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속으로] 롱아일랜드 위스퍼링 파인즈 스쿨 한국어반을 가다

한국 가 본 이 단 한 사람 없는 뉴욕시 교외 학교
전교생 대상으로 2012년부터 한국어 수업 시작
기독교 계열…수업 시작 전 통성기도도 한국어로
2016년 필드트립은 한국으로…기금모금 운동 시작


"우리 학교에 와 줘서 고마워요."

4일 오전 롱아일랜드 올드웨스트베리의 위스퍼링 파인즈 스쿨 대강당. 이제 10살인 콘스탄틴 허드슨이 또박또박 한국어로 기자에게 말을 건넸다. 까만 피부보다 더 새까만 눈동자를 초롱초롱 빛내면서 콘스탄틴은 "한국어가 정말 재밌다. '뽀로로'를 보는 걸 좋아한다"며 활짝 웃어 보였다.

태평양 너머 뉴욕 외곽의 마을에서 한국과는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흑인·백인 아이들이 한국어를 배우며 "언젠가 한국에 꼭 갈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었다.



초·중·고등학생까지 전교생 124명이 다니는 위스퍼링 파인즈 스쿨은 모든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한국어와 스페인어를 배우고 있다. 2012년 처음 시작된 한국어반 수업은 이 학교의 첫 한국어반 교사인 이용근 교사가 지도하고 있다.

1~3학년은 주 160분, 5학년 이상은 주 180분이 기준으로 평균 주 2회 수업이 이뤄진다. 한국어반에 들어가니 제7일안식일교 학교인 만큼 수업 시작 전 기도가 시작됐다. 통성 기도도 한국어였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로 시작하는 기도 후 본격적인 수업 시작.

"집-이 어디에요?" "학교-가 어디에요?" 명사 뒤에 알맞은 조사 넣기를 배우는 시간이다. 이 교사가 "여러분 부엌 뒤에는 '이'를 붙이나요, '가'를 붙이나요?" 하고 묻자 고민하던 아이들끼리 논쟁이 벌어졌다.

"부엌'이'가 맞아." "아니야, '가'를 붙여야 한다니까." "final consonant(종성)가 있잖아. 그러니까 '이'가 맞아!" 학생들의 열띤 논쟁 끝에 이 교사가 설명을 시작하자 정답을 맞춘 아이들이 으쓱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이어 학생 두 명이 나와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했다. '한국'이라는 주제로 맛과 멋, 문화, 가 보고 싶은 곳 등에 대해 사진과 함께 설명하는 시간이다. 이 중 한국을 방문해 본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지만, 2016년 한국으로 필드트립을 가는 것을 목표로 기금 모금 운동을 이미 시작했단다.

벌써 2년째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는 가브리엘 미난자(8학년)는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 '두근두근 한국어'를 너무 재밌게 보고 있다"며 "그 프로그램에 한국 드라마가 많이 나오는데 드라마에 나오는 장소들을 보면 너무 가 보고 싶다.

선생님과 함께 시청하면서 한국어를 배우는데 모르는 것을 친절하게 잘 가르쳐 주셔서 이해가 잘 간다"고 말했다. 또 "역사적 장소에 관심이 많은데 한국의 경복궁이나 창경궁 같은 고궁들이 너무 아름답다"고 덧붙였다.

2012년부터 이 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이 교사는 "혼자서 가르치는 것이 힘들 때도 있지만 아이들의 한국어가 날로 늘어나는 것을 보면 너무 뿌듯하다"며 "특히 학년이 낮은 아이들이 가장 언어 습득이 빠른데 읽고 쓰는 것까지 깨우친 아이들도 꽤 된다"고 전했다.

6개월간 한국에 거주하며 강남에서 영어를 가르친 경험이 있다는 캠리 맥그리거 이사장은 학교 이사회에서 한국어반 개설에 힘을 실어준 장본인이다. 그는 "당시 '영어 말하기 대회'에서 내 학생이 '지금은 우리나라의 모든 사람들이 영어 배우기에 혈안이 돼 있지만 언젠가는 상황이 바뀌어 전세계의 사람들이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혈안이 될 것'이라 발표한 적이 있었는데 정말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한국어반 도입 후 학생 수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한국은 '교육'에 관해서는 거의 '종교적인' 수준으로 몰두한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며 "우리 학교 학생들이 그런 열정을 가지고 한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이 교사가 열심히 지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이 학교의 한국어반 프로그램에 1만3000달러의 지원금을 전달한 박희동 뉴욕한국교육원 원장은 "양적·질적으로 놀라운 위상을 새삼 느꼈다"며 "학생들이 직접 준비한 프로젝트를 한국어로 수업 중에 발표하고 2016년 한국 방문 목적으로 기금 모금까지 하고 있다는 점은 정말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글·사진=황주영 기자 sonojune@koreadaily.com


[인터뷰] 셜리앤 로렌슨 교장

"학생들에게 큰 세상 보여 주고 싶다"

셜리앤 로렌슨 교장은 "언어를 통해 학생들에게 큰 세상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이 학교 학생들이 한국어와 스페인어를 의무적으로 배우고 있는 이유다. '언어와 문화를 배우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는 것이 그의 교육 철학이다.

로렌슨 교장은 "학교 이사회에 이사가 5명이 있는데 다른 언어가 아닌 한국어를 선택한 이유는 한국의 열성적인 교육 철학과 단시간에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국가적 배경을 존경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어반이 개설된 뒤로 학생 수도 매년 늘고 있는데 가까운 시일 내에 한국 학생들을 우리 학교로 초청해 위스퍼링 파인즈 학생들과 언어 교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나를 포함해서 학생들 중 단 한 명도 한국에 가 본 사람이 없지만 2016년 시범적으로 우수 학생들을 선발해 한국 방문 기회를 줄 예정"이라며 "스페인어반 학생들이 푸에르토리코를 방문한 뒤 실력이 부쩍 는 것이 한국 필드트립 추진의 가장 큰 동기 부여가 됐다"고 소개했다.

로렌슨 교장은 "언어를 배우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문화를 먼저 좋아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교사가 문화도 중점적으로 가르치고 있는데 반응이 아주 좋다"며 "아이들이 한국어를 배우며 한국이 동방예의지국인 만큼 올바른 예절법 등을 배워 겸손하고 지혜롭게 자라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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