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우리말] 꿈보다 해몽이 좋다

아는 분이 자전거를 타다가 다쳐서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하시는 분이어서 실망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을 겁니다. 운동을 좋아하시는 분이라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정말 답답함을 느낄 겁니다. 위로의 전화를 드렸습니다. 위로의 말씀을 나누는데 평생 침대에서 쉬어보신 적 없으시니 이 김에 푹 쉬셔보는 경험을 해보시라고 제가 이야기를 했습니다. 너무 바쁘니까 잠깐 쉬어가라는 액땜이라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많이 아프고 불편하셨겠지만 웃으셨습니다. "꿈보다 해몽이 더 좋네요"라는 말도 하셨습니다.

꿈보다 해몽이 좋다는 말은 재미있는 표현입니다. 왜냐하면 나쁜 해몽은 아예 취급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꿈에는 좋은 꿈도 있고, 나쁜 꿈도 있겠죠. 아마 꿈속에서 즐거웠으면 좋은 꿈이고 꿈속에서 괴로웠으면 악몽(惡夢)일 겁니다. 꿈은 천국과 지옥의 축소판 같습니다. 좋은 꿈을 계속 꾸면서 살고 싶습니다. 악몽은 잠깐도 너무나 괴롭습니다. 악몽을 말할 때 불길하다고도 합니다. 나에게 악몽을 꾸게 한 게 어떤 예언 같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꿈 속에서 즐거웠던 경우는 해몽이 필요 없을 겁니다. 그냥 즐기면 되겠죠.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음식을 맛있게 먹고, 신나게 놀았다면 무슨 해석이 필요하겠습니까? 그냥 좋은 꿈이지요. 비슷한 꿈을 또 꾸고 싶다는 마음마저 들 겁니다. 하지만 악몽의 경우는 무척 찜찜합니다. 안 좋은 일이 현실에서도 일어날 것 같은 불안함도 생깁니다. 괴롭고, 하루 종일 머리가 무겁습니다. 악몽에는 죽고, 다치고, 피 흘리는 등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일이 한 가득 입니다. 그러니까 악몽이겠죠.

이럴 때 해몽이 필요합니다. 사람들은 이게 진짜 나쁜 꿈인지 알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 꿈보다 해몽이 좋다는 속담이 힘을 발휘하게 됩니다. 꿈에서는 안 좋았던 일이 해몽에서는 다 좋은 일로 바뀌게 되기 때문입니다. 해몽은 그렇게 하는 겁니다. 물론 안 좋다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겠죠. 그럴 때는 해몽을 하면서 조심하라고 말을 하게 됩니다. 조심하면 피할 수 있다고 이야기 해 줍니다. 어떤 경우에는 이번 위기를 겪고 나면 더 좋은 앞날이 있을 거라는 이야기도 덧붙입니다. 악몽처럼 보이지만 어찌 보면 악몽이 아닙니다. 나를 도와주는 꿈인 셈입니다. 악몽이 없었다면 조심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나쁜 꿈은 없습니다. 나쁜 것처럼 보이는 모든 꿈은 결과적으로는 좋은 꿈입니다. 세상일도 비슷합니다. 꿈만 그런 게 아닙니다. 지금은 안 좋은 것처럼 보이는 일들도 사실은 결과적으로 좋은 일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을 꼭 꿈에만 한정 지어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겪고 있는 모든 일에 이 말을 씁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현상은 겉모습입니다. 좋은 일이 사실이라는 것을 깨닫게 하는 현실일 뿐입니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말끝마다 '사실'이라는 말을 넣습니다. 사실은 좋은 거라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좌절을 하거나 절망을 해서는 안 되는 겁니다. 너무나도 힘들 줄 압니다. 하지만 이 일을 겪고 나면 더 좋은 일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꿈은 늘 좋은 해몽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어떤 악몽을 꾸고 있나요? 아니 어떤 악몽에 시달렸나요? 앞으로 좋은 일이 생길 겁니다. 그렇게 믿으셔야 합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