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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CHAM 칼럼] 한식 세계화를 이뤄낸 작은 날개짓

나비의 날개짓이 지구 반대편에서 태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한다.

전세계에서 쏟아지고 있는 한국 문화와 음식에 대한 작금의 관심을 보면, 수년 전 미국 대형 유통업체에 한식 제품을 입점시키기 위해 겪었던 우여곡절들이 머릿속에 스틸 컷으로 떠오른다. 한식이 미국을 포함한 타국에서 성장할 수 있었던 건 나비의 날개짓과도 같아서 일반 사람들은 인지하지 않고 있었던 끈기와 노력들, 개척자 정신으로 포기 없이 끈기있게 고객사의 문을 두들긴 사람들이 있어서 가능했다.

7년전 우리는 미국 대형 유통업체에 만두, 고추장, 김과 같은 한식 제품을 입점시키고 싶었다. 하지만, 한식은 미국 일반 소비자들에게 익숙지 않았고, 미국 바이어들에게도 낯설 뿐 아니라 중요도가 높지 않은 제품이었던지라, 입점은 고사하고 미팅을 잡는 것조차 녹록치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월마트 본사의 아시안 카테고리 담당자와 가까스로 약속이 잡혔다는 소식을 접했다. 본사는 아칸소주 벤턴빌(Bentonville)이라는 도시에 있었고, 20분을 줄 테니 우리 제품에 대한 설명을 하라는 것이었다. 제한된 환경에서 한식제품에 대한 문화적 배경, 맛, 소구점에 대해 알리 없는 바이어를 어떻게 설득시킬 수 있을까? 방법을 바꿔야 했다. 우리는 바이어가 시식을 할 수 있는 주방이 있는 곳에서, 한 시간 이상 미팅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바꿔야한다고 판단했고, 점심시간을 껴서 유례없이 한 시간을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후 담당 연구원들과 마케팅 직원들은 한식의 진수를 보여줘야 한다는 마음으로 침착하게 사전 준비를 진행해 나갔다.



그 침착함은 예상치 못했던 일로 미팅 하루 전날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 LA에서 벤턴빌로 가는 항공편이 갑자기 취소됐고, 우리는 벤턴빌에서 차로 두 시간 이상 떨어진 털사 공항으로 티케팅을 다시 해서 우여곡절 끝에 밤 11시가 지나서 도착했다. 문제는, 항공편이 바뀌는 과정에서, 공들여 준비했던 소스와 재료들이 담겨 있던 짐가방들이 하나도 도착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렌터카를 타고 세 시간을 운전해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로컬 마트에 가서 신선한 원료들을 사서 원점에서 다시 시작했다. 어렵게 시간을 내 준 바이어를 위해 우리는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녹초가 돼 미팅을 시작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우리는 만두, 김, 햇반, 고추장을 정갈하게 플레이팅 해 소개했다. 김은 채취과정부터, 만두는 소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김치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더해 약 1시간 20분동안 성공리에 프리젠테이션과 시식을 끝낼 수 있었다. 단품 소비로도 매력이 있지만, 요리의 재료로 사용될 수 있고 조리법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응용 제품들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바이어는 너무나 흡족해했고, 구두로 입점을 약속한 후에 떠났다.

미팅 후 다시 짐을 싸서 벤턴빌 공항에 가니, 그토록 기다리던 가방이 도착해 있어 복잡미묘했던 마음을 지금도 기억한다. 물론 입점을 약속했던 바이어가 3주후 회사를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마음은 더 복잡미묘했지만 말이다. 결국 당시 입점은 무산됐고 2014년에서 15년 사이 대형 유통업체들과의 미팅과 준비 과정을 무한 반복하며, 지속적으로 노력하며 한식의 저변을 확대해갔다.

현재의 한식 열풍은 한순간의 파도가 아니다. 물론 한국의 문화적 우수성과 제품력이 바탕이 됐지만, 한식에 대한 관심이 태풍처럼 몰아치고 넓게 퍼지게 하기 위해 한국 식품기업 직원들이 선봉에서 각고의 노력을 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신현수 / CJ 아메리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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